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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쁨 Jun 13. 2022

식이장애로 죽을 수도 있었다.

폭식증의 무서움

 이전의 글이 갑자기 다정함을 이야기하며 아름답게 끝났는데 식이장애의 위험성을 더 이야기해야 될 것 같아서 이어서 씁니다.

 

 폭식증은 정말 무섭습니다. 거식증도 마찬가지이고요. 폭식증은 회복되기까지 기간이 5~10년 이상이 걸릴 만큼 유병기간이 길고 거식증은 사망률이 10%라고 합니다. 절대 요즘 말하는 '개말라인간'을 선망하지도 따라 하지도 마세요.


 처음에는 내가 조절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르는 것도 내가 원하는 만큼 말라서 좋고 내가 마르는 걸 그만두고 싶으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하루에 천 칼로리, 혹은 그 미만으로 먹는 걸 계속하다 보면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어져요. 너무 오랫동안 음식을 먹어도 되는 음식, 먹으면 안 되는 음식으로 구분해서 지내다 보면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을 먹는 게 불가능해져요. 치킨이든 피자든 케이크이든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어지고 살을 찌우고 싶어도 찌울 수 없게 돼요. 정말 정말 먹는 게 두려워지고 밥 한 술 뜨기가 어려워집니다.


 폭식 후에 토도 그래요. 처음에 한두 번은 먹은 것을 되돌렸다는 안도감도 들고 잔뜩 먹고도 살이 찌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실은 한 번의 폭토가 일어났을 때부터 자신의 정신건강과 몸 건강에 문제가 생겼고 위기가 왔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단순히 살을 빼고 싶은 마음을 없앤다고 해서 이 증상들이 사라지지가 않습니다. 한 번 생겨서 고착된 증상들은 내가 마음을 고쳐먹고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나를 떠나가지를 않아요. 뇌에서 중독이 되어버리면 정말 고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아예 시작도 하지 마시라고, 정말 조심하시라고, 마르려고 하지도 말고 혹시나 폭식 증상이 나타나도 절대 토하지 마시라고, 토를 했다면 당장 병원을 가거나 전문 상담사를 찾아야 한다고 당부하고 싶어요.


 제가 식이장애를 겪을 때 가장 부러운 사람이 살집 있고 잘 먹는 사람이었습니다. 정말 너무너무 부러웠어요. '어떻게 저렇게 음식을 두려움 없이 편안하게 먹고 먹은 것에 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저도 분명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하게 음식을 먹고 즐겼을 텐데 그걸 어떻게 했는지 떠올려봐도 알 수가 없었어요.


 제게 먹는 건 두려움이고, 또 어느 순간 배가 찢어지게 먹고 목 아프게 토해내게 되는 고통이고 그랬어요. 평범한 식사에 대한 감각을 아예 잃어버렸고 그걸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정말 부러웠어요.


 식이장애가 진행되면 얼마큼 살이 찌든 지 상관없으니 평범하게 행복하게 먹고 싶다고 생각해도 그럴 수 없게 되어버려요. 그러니 단식, 초절식 절대 하지 마세요. 절식도 강박 생길 것 같으면 그만두세요. 뇌를 망가트리는 일입니다. 폭식을 자주 한다면 병원에 가세요. 토까지 하게 되었다면 특히나 혼자서 고치려고 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몸 상하고 고치기도 어려워집니다. 토하다가 기도가 막혀서 죽을 수 있습니다. 죽지 않더라도 토를 자꾸 하면 이가 다 상해서 이가 저절로 뽑히는 상황이 되기도 하고 위에서 음식이 역류하지 않게 잡아주는 근육이 약해져서 허리만 숙여도 음식물이 역류하게 됩니다. 얼굴이 자꾸 부어서 커지고 얼굴형도 이상해집니다. 저도 폭토 후유증으로 치과치료 엄청 했고 지금까지도 양치하다가도 음식물이 올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친 후에도 후유증이 남습니다.


 식이장애가 생겼을 경우 절대 '이러다 말겠지, 시간이 지나면 고칠 수 있겠지', 혹은 '식이장애를 이용해서 내 몸매를 지켜야겠다, 식이장애가 생겼지만 다이어트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당장 다이어트를 중단하고 치료에 들어가야 합니다. 폭식증은 유병기간이 길고 만성이 될 수 있는 병이며 거식증은 사망까지 갈 수 있는 무서운 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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