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할 때와 글로 쓸 때의 차이
대화 내용을 짧은 문장과 긴 문장의 차이를 생각하며 글로 옮겨 봅니다.
같은 아파트 옆 동에 사는 언니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습니다. 2월 초에 언니와 점심 먹는 약속을 하며 통화했던 이후로 거의 3개월 만에 한 전화였어요. 그즈음 코로나 확진자가 갑자기 급증하는 바람에
‘코로나를 피하는 게 우선이다, 살아남는 게 우선이다.’와 같은 우스갯소리를 한 마디씩 하며 약속을 취소했었어요. 서로 그동안 근황과 통상적인 안부를 나눈 후, 여느 때처럼 저는 내담자가 되고 언니는 카운슬러가 되어 대화를 시작했어요.
“언니, 요즘 들어서요. 자꾸 딸과 얘기하다 보면 언쟁을 하게 되고 서로 기분 나빠진 채로 각자 방으로 돌아가게 되요.” 라고 언니에게 푸념을 털어 놓았어요. 그러자, “나도 그랬어요. 그런데 어느 날 딸이 엄마를 이해하는 순간이 와요. 이젠 울 딸은 내가 기분 나빠서 뭐라고 말하면 신기하게도 슬쩍 어깨를 두드려 주기도 하고 그냥 웃어주기도 하더라고요. 곧 그렇게 될 거예요.”
저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언니지만 존대를 해 주시는 말투가 항상 우아하고 다정하십니다. 정말 저에게도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사랑스러운 말투로 밝게 웃던 딸의 모습을 자주 보면 좋겠습니다. 언니의 말에 곧바로 딸이 활짝 웃는 모습을 상상하며 해결된 듯 마음이 놓여 다른 주제를 또 물었어요.
“언니, 저 팔에 빨간 점이 생겼어요. 작년에 하나였는데 지금은 3개가 됐어요. 이를 어쩌죠?”,
“기억나네요. 나도 그맘때 얼굴에도 몸에도 점인지 뭔지 정체모를 것들이 났었어요. 나이 들면서 그런 게 몸에 다들 난대요. 계속 하나씩 나니까 지금 피부과에 곧장 가지 말고 좀 더 있다가 가서 없애요.”
언니가 먼저 한 경험으로 빨간 점의 걱정을 해결하니 요즘 저희 신랑의 증상이 떠올랐어요.
‘피곤하다, 힘들다, 다리 아프다, 이러다 내가 없으면 어쩔래.’하는 예전 같지 않은 저희 신랑 몸의 증상이요. 갱년기 증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 언니, 남자들은 보통 갱년기가 언제부터에요?” 연이어 물어보니, 언니가 건강아카데미를 수강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강의했던 교수께서 여자는 50세부터, 남자는 64세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답니다. 저희 신랑은 아직 그 나이가 아니므로 체력이 떨어진 것 같다며 운동을 열심히 하게 하고 음식을 좀 더 챙겨 주면 괜찮지 않을까 하셨어요. 안도하며 크게 웃는 제게 아직 결혼 안 한 딸이 결혼대상으로 연하남을 자꾸 거론하는데, 여자와 남자의 갱년기 나이로 보아 나이 차이 나는 연상남과 결혼해야 오랜 기간 행복할 것 같다고 하셨어요. 연하남과 결혼하는 건 반대한다고 하시며 체력이나 여러 면에서 연상남과 결혼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하셨어요. 그 말에 제가 맞장구치며 동조하니 언니도 크게 웃으셨어요. 어느덧 저녁 준비할 시간이 되어 급하게 전화를 끊었어요.
언니 덕분에 고민 세 가지를 순식간에 해결하여 가벼워진 마음으로, 오늘도 저녁을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