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p.136~p.160)
정말 진도가 잘 안 나간다. 지금은 어떻게든 끝까지 읽으려고 스키밍(훑어 읽기)하면서 읽는 중인데, 많은 연구자료들이 촘촘하게 포함되어 있어 쉽게 넘기지 못하겠다.
6장에서는 오늘날 인종차별이나 성차별과 같은 부정적인 편견은 무의식화되어 오히려 교묘하게 차별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진단이었는데, 그 말에 동의가 된다.
“현대에 이르러 먼 옛날 우리를 얽어매었던 부정적인 편견과 고정관념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으며 우리 사회가 더 평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인식은 공허한 자화자찬일 수 있다. 어쩌면 미묘한 방식으로 고정관념은 더 강화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P. 138
고정관념은 앞서 이야기했던 기준, 따뜻함과 유능함이라는 인상을 기준으로 형성된다. 이에 대해 다시 한번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개인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이 기준들이 집단에 대한 평가로 확장되면서 집단에 대한 이런 정서적 감정들이 외집단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려면?
“우리 연구에서 보여주었듯이 고정관념을 깨려면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자주 만나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집단은 동등하다는 인식과 함께 집단 간 접촉에 긍정적인 사회 제도나 규범이 필요하다 p.146”
모든 관계에는 일종의 역학관계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사실 이런 부분들이 예민하게 보이는 편이어서 사람을 만나는 일이 편하지만은 않은데 나 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을 만날 경우에는 차라리 낫다. 내가 가능한 동등한 입장을 취하려고 노력하면 그나마 어느 정도는 그게 가능해지는데, 문제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경우이다. 한국사회에서는 일단 나이가 갑이라, 동등한 입장이 형성되기가 너무 어려워진다. 나 역시 때때로 잘 되지 않는 부분 이긴 하지만, 서로 스승으로 살아가는 길을 꿈꾸는 나로서는 나이가 어려도 서로의 삶의 경험이 다르고 서로가 가진 정보가 같지 않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자기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서로에게서 결핍된 부분들을 채워나갈 수 있는 윈윈 하는 관계로 가는 길을 꿈꾸는 것인데, 이런 관계가 형성되기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나 경력이 오래되신 분들과는 형성이 잘 안되기도 한다. 대부분은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경우이지만, 사실 수혜자가 되는 것도 꽤불편한 일이다. 대체로 물질적이거나 기술적인, 혹은 삶의경험적인 무언가를 전달 할 때도 일방적이게 되는 부분을 늘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움은 주고 받게 되는 것이다. 내가 상대방에게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주었더라도 상대방이 분명 나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가치를 주어야 서로 불편하지 않은 관계가 될 수 있는데, 대부분은 내가 받게 되는 가치는 잘 보지 못하고 내가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주고 있다고만 착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이 힘의 불균형이 심해질 때 관계에서의 어려움이 되는 원인으로 작용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쨌거나 눈에 보이는 사회적인 힘의 크기가 다른 상황에서 (평등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동등한 입장이란 대체 어떻게 이해하고 만들어갈 수 있는 걸까.
다음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2008년 호주제 폐지에 대한 사례였다. 인지적 공감력을 확장시킨 사례로 본다. 그러면서 사회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 타인의 마음을 읽는 것에 대한 연구들을 소개하는데, 집단을 형성하며 살아온 인류를 끊임없이 곤혹스럽게 만들어 왔던 난제에 절실한 생존 무기는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와 연결하여 타인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타로카드가 문득 연결이 되었다. 처음에는 타인이 알리고 싶지 않은 속마음을 굳이 읽으려고 하는 것이 윤리적인 문제에 좀 어긋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 아닌 고민들이 있었다. 밝히고 싶지 않은 속마음을 왜 굳이 읽어내려고 하는 걸까. 일종의 관음증적인 태도, 비윤리적인 일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고민에 빠져 있었던 때가 있었는데, 물론 아직까지 개인적인 이 의문이 풀리진 않았지만, 타인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집단을 형성하며 살아온 인류에게 얼마나 절실했을지 그래서 음지에서도 양지에서도 얼마나 나름대로 발달되어 왔을지 그런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계기가될 것 같다. 분명한 건 우리는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것에 근거하여 타인을 돕거나 때로는 기만할 수도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때로는 내가 의도했건 의도치 않았건 간에도…
결국 인지적 공감은 타인의 마음상태를 잘 이해하고 그/그녀에게 도움을 주려는 마음을 갖는 능력이다. 따라서 인지적 공감은 정서적 공감만 있을 때와 달리 장기적으로 우리 행동을 바꾸는 변화의 근거로서 작용할 수 있다. 쿠르디의 주검사진이* 전 세계인의 정서적 공감을 불러일으켰지만 그에 비해 세계의 난민법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이것이 바로 정서적 공감의 한계다. 한데 비록 50년이 걸렸지만 가정 내 여성 차별을 정당화한 호주법의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해서 결국 양성평등법을 관철한 힘은 감정이입을 넘어서는 역지사지 능력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 중략
이제 우리의 과제는 즉각적이고 쉬운 감정이 아니라 조금 어렵더라도 타인의 상황을 이성으로 이해하는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느낌의 공동체가 아니라 사고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p.160
*쿠르디의 주검사진: 2015년 9월 2일 아침 터키 해변으로 밀려온 3살짜리 시리아 아기의 싸늘한 시신이 발견되었고, 이 사진은 전 세계 신문에 보도되었다.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유럽의 난민 수용 정책의 방향이 바뀌었지만, 그 힘은 결과적으로 오래가지 않았으며 난민 수용에 관한 정책을 실제로 바꾸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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