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p.115~
“외집단에 대한 폄훼는 대개 그들에 대한 역겨움이나 혐오감정을 동반한다.
p.115, 장대익”
도덕 기반이 흔들릴 때 혐오감정이 나온다고 하는데, 도덕적 직관이 무엇인지를 말하려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근거로 삼는 도덕적 기준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도덕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와 제시 그레이엄은 모든 문화권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도덕의 토대로서 다섯 가지 기준, 즉 ‘도덕 기반 moral foundation’ 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 기반들은 ‘피해 harm’ ‘공정성 fairness’ ‘내집단 ingroup’ ‘권위 authority’ ‘순수성 purity’이며, 도덕 기반이론에 따르면 이런 기반들이 흔들릴 때 우리의 도덕적 직관은 빨간 신호등을 켜면서 우리에게 ‘뭔가 잘못되었음’이라고 경고한다. 116 , 장대익
예를 들면
- 살인행위는 ->피해기반이 흔들렸기 때문
-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을 때의 분노는 ->공정성기반이 무너졌기 때문
- 남편이 범죄를 저질렀어도 배신할 수 없다거나, 상관의 지시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 명령에 따를 것이다 -> 내집단과 권위에 기반해서 판단
- 남에게 직접적 피해를 주지 않더라도 역겨운 행위는 해서는 안된다->순수성 기반
순수성 기반이 약간 모호하게 이해되긴 하지만, 도덕기반이론에 따르면 인간이면 누구나 이 다섯 가지 기준을 가지고 있고, 다만 가중치를 두는 곳이 달라지기 때문에 도덕적 직관의 발현이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갈등도 이 도덕 기반의 가중치 적용 차이 때문에 발생하게 되는데, 회피동기를 주는 대표적 감정으로 역겨움 또는 혐오는 원래는 독성이 있는 무언가를 피하게 하는 생리적 적응 반응이었는데 이것이 도덕적 판단으로까지 확장되었다고, 인지심리학자 폴 로진은 ‘입에서 도덕으로 from oral to moral’ 이어지는 역겨움의 진화 경로를 추적함으로써 이 의문을 탐구했다. 흥미로운 연구다. 이어지는 글들에서는 도덕적으로 역겨움을 느끼게 하는 예들을 보여주는 데 역시 충격적이다. 뭔가 이건 아닌데 싶지만, 그래서 도덕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설명하라고 하면 말이 막히는 도덕적 말 막힘 현상이 일어나는 그런 예였다.
인류는 유전자와 문화의 공진화 궤도를 따라가면서 더 많은 규범 준수에 역겨움 감정을 끌어다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역겨움이라는 감정을 사회적으로 확장해서 쓰게 되는 것인데 인류가 수많은 규범으로 짜인 집단생활을 하게 되면서 새로운 적응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 역겨움이라는 감정을 이용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다음에 이어지는 글들은 도덕적인 본능을 믿지 말라는 것에 대한 사례들인데, 첫 번째로 이 시대에 충분히 일어날 법한, 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생사를 게임하듯 버튼 몇 개로 좌지우지하는 사례와, 이어지는 사례는 많은 사람들이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을 한 명을 죽이고 다섯 명을 살릴 것인가, 공리주의 실험인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선로 위의 트롤리이다.
무엇보다 도덕기반의 가중치 적용이 달라 도덕적인 판단이 사람마다 다르게 발현되는 도덕적 이퀄라이저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분노보다 미간을 찌푸리게 되는 역겨움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일상 속에서 탐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떤 도덕적 기반에 가중치를 좀 더 두고 있었던 걸까. 만약 타인이 다른 곳에 가중치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래서 그러면 어떻게 소통해 볼 수 있는 걸까. 그런 의문들이 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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