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한스푼노트
상실의 기록, 소생하는 기억의 틈
노트들
#1 언젠가부터 DDP전시는 잘 안 가게 되었다. 요즘은 주로 상업전시들을 한다고 한다.
#2 지나가다 보았는데 갤러리 문, 미로처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방문은 처음인 듯한데, 갤러리 문 앞쪽에 옛 땅터들의 돌들이 놓여 있는 게 흥미롭고 고맙다는 생각.
#3 전시노트를 해야지 하면서도 늘 놓친다. 공부하고 생각할 것이 많아지는데 그러다 보면 그냥 휙 지나가 버린다. 잊어버릴까봐 그것이 두렵다며 끊임없이 업로드를 하던 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 두려웠다. 모든 걸 기록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경험했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던 것 같다.
#4 그러면서도 전시노트 시스템을 만들려고 애를 써보지만, 여전히 그것이 잘 안 된다. 나의 큰 미션 중 하나.
# 4 전시소개글
전시는 크게 6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다음은 전시 소개글 중
세트 1. 사소한 시간의 속성 Subway Lines(철도교/한강철교), 리얼타임 오디오-비디오 인스톨레이션.
: 각자에게 주어진 사소한 기억들이 유랑하다 하나의 공간에서 잠시 집결할 것이다. 다시 프레임에서 벗어나면 시간의 기억은 다시 뭉개지고 소각되며 재차 소멸할 것이다.
세트 2. 원시적 열망의 환기: 소생하는 기억의 틈 사이에, 비디오 연작, 오디오-비디오 인스톨레이션
: 사회적 변화와 사건에 유동하는 대지의 기억들을 특정 공간에서 주목한다. 공간 속에 숨겨진 영역의 이면은 진화한 사건의 결과물이자 축적된 경험성이다.
세트 3. 상실의 기록, 소생하는 기억의 틈 비디오 연작, 오디오-비디오 인스톨레이션,,
:도시 이면의 가시적, 비가시적 세계의 양면성을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통해 추적한다. 각 장소에서 파생되는 집합적 기억, 그리고 개별적으로 재구성되고 환기되는 물질-비물질 도시 세계 현상을 재현과 상상을 통해 혼합 표현한다.
세트 4. 가장 기나긴 환멸 파트 1. 오디오-비디오 인스톨레이션
세트 5. 가장 기나긴 환멸 파트 2. 오디오-비디오 인스톨레이션
: 잊히고 사라진 기억에 대한 열망은 현시대에서 환멸에 가까웠다. 시간대별로 드러나는 알 수 없는 이 형체는 변화하는 원형의 대지 위에서 느낄 수 있었던 긴장과 불안감과 마주하였다. 생성과 소멸을 통해 무한히 반복될 순간의 기록들.
세트 6. 순환하는 세계 시리즈
: 공간 위에 켜켜이 쌓인 시간의 레이어를 재구성한다. 다양한 구조적 형태를 띠며 각각의 역사적 공간 위에 지금까지 숨 쉬고 있는 과거의 모습을 복원한다.
다시 노트
#5
이전에 어느 역에서인가 관찰한 사진들과 실시간 데이터를 연동해 현재의 지하철이 어디에 있는지 숫자로 확인할 수 있다. 앞쪽에는 지하철이 덜컹이는 느낌의 의자를 만들어 두었다.
#6
선바위와 충정아파트의 대조가 흥미로웠는데… 사람들이 기도를 하는 산들이 서울에만도 구석구석에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 산들은 오래전부터 늘 그곳에 있었고, 사람들은 늘 똑같은 포즈로 기도를 한다. 어쩌면 기도의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다. 돈, 자식, 건강, 관계… 명예… 권력…
그에 반해 도시의 건물들은 늘 변한다. 김환기도 산 적이 있고, 6.25 때 사진에도 찍힌 적이 있다는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 녹색의 충정아파트는 곧 사라질 것이다. 건물 내의 사운드와 건물 내의 흙과 같은 지물들을 같이 배치해 두었다.
#7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14세-16세의 아이들이 채굴한 자원은 자본이 쓴다. 자이언트 기업들이 쓰고 남은 폐기물은 다시 채굴한 나라로 돌아간다고?! 어이없는 일들이야 늘 일어나는 게 세상이지만, 좀 더 들여다보아야 할 일이었다.
#8
3 작품의 사운드를 들을 수 있게 되어 있었는데, 간단하게만 노트를 해두면, 첫 번째 작품은 사운드들의 콜라보가 흥미로웠다. 판소리와 록음악이었을까? 서양의 현대음악이 믹스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분야에서라도 이런 시도를 좀 해보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들도 같이 기록.
#9
사람들이 천천히 움직이는 영상이 흐릿하게 처리되어 있는데, 회화적인 느낌이 들었던 작품이다.
#10
선바위뿐 아니라 각자성석, 순성길, 노들 섬, 쌓여간 공간 DDP 등의 모형을 만들어두었다.
각자성석이 무엇인지 몰랐는데, 한양도성 곳곳 성을 축조할 당시 공사 담당자의 이름과 직책, 담당 지역등을 새긴 돌이라고 한다. 축조하는 방식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사면으로 보여준다. 사면의 성벽의 모습이 다 다르다. 흥미로웠다.
작가는 각자의 의미를 달리하며 동시대 시간 속에 존재하는, 시간/사건에 따라 변화하는 대상물들인, 도시의 재료들(사물)들을 말하고 있었다.
상실의 기록, 소생하는 기억의 틈 DDP 갤러리 문, ~3월 3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