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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보는 리더십: 외젠 부댕이 그려낸 리더의 모습

1.

by Ayla J
2048px-Eugène_Boudin_-_La_plage_de_Tourgeville.jpg Eugène Boudin(French, 1824-1898), The Beach at Tourgeville, 1893


바다를 그린 부댕의 그림에는 하늘이 있다.


하늘과 구름이 화면의 3분의 2을 차지하고, 멀리에는 말과 사람들이 조그맣게 보인다. 그들을 둘러싼 낮은 언덕과 해안선, 그리고 부드럽게 깔린 푸른빛은 그저 마음을 탁 트이게 한다. 시끌벅적한 도시를 떠나, 복잡한 일과 관계에서 벗어나, 그 시절에도 휴가를 갔겠지. 지금도 우리는 조용하고 한적한 휴양지를 찾는다. 힐링을 위해 여전히 우리는 자연에 기댄다.


코톨드 미술관에 들어갔을 때, 눈을 잡아 끌었던 것은 단연 마네의 풀밭위의 식사 초본이었다. 아는 그림이 나오면 시선이 고정되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인상주의 특유의 포근하고 아름다운 그림들을 보았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도 서서히 잔잔히 내 눈을 오래도록 잡았던 것은 사실 외젠 부댕의 바다 그림이었다. 아니, 하늘 그림이었다. 장 바티스트 까미유 코로는 그를 '하늘의 왕'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의 그림에는 다른 건 장식이요, 메인은 하늘이라는 생각이 든다. 감탄이 나오는 하늘의 모습이다. 하늘과 땅 사이에는 산이 있고, 바다가 있고, 사람이 있고, 배가 있다. 스쳐 지나가는 것들 위에는 늘 하늘이 있다.


아득하게 펼쳐진 하늘을 바라본 적이 언제였을까. 늘 그자리에서 해는 뜨고 지고, 구름은 모였다 흩어진다. 구름의 움직임에 따라 비가 내리기도 하고 해가 나기도 한다.


사람들 안에 있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비가 오면 마음이 흐려지고, 해가 뜨면 다시 맑아지듯, 무엇때문에 허둥지둥하는지 모를 때가 있다. 하지만 바람과 구름의 흐름을 볼 수 있다면 어떤 ’환경 조건’이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위험이 감지되면 피하도록 돕고, 구름이 흘러가는 걸 보면 곧 해가 뜰거라 안심시킬 수도 있다. 어쩌면 리더는 그 안에서 함께 허둥거리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뒤로 물러나 하늘을 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외젠 부댕, 그는 인상주의가 태동하던 시기 풍경을 그렸다. 그리고 어느 날, 캐리커처 화가가 되겠다고 찾아온 어린 모네를 인상주의의 거인으로 만들었다. 리더는 한편, 스승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앞에 서기 보다는 뒤에서 공간을 내어 훌륭한 플레이어를 키우는 스승. 결국 스승은 눈에 띄지 않지만 한 겹 벗겨보면 거인의 뒤에는 또 다른 거인이 있다.



부댕은 그의 그림처럼 하늘 같았다. 그의 그림은 조용히 보여준다. 리더십이란 결국 문제 속에서 허우적 대는 것이 아니라, 한 발 물러나 하늘을 바라보며 흐름을 읽고, 사람을 키우는데 자리를 내어주는 능력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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