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로버트 들로네
화면 가운데 에펠탑 구조를 닮은 직선형 삼각형이 위로 길게 솟아 있다. 그 주변에는 기차·증기·톱니·프로펠러를 연상시키는 원과 곡선들이 원색에 가깝게 겹겹이 쌓이며 부드럽게 회전한다. 도시의 속도가 꿈결처럼 몽환적으로 느껴진다.
이 그림은 로버트 들로네의 작품으로, 프랑스 아방가르드 회화 안에서 색채 추상과 도시·기계 문명을 결합한 중요한 예로 평가된다. 들로네는 에펠탑을 반복적으로 그렸는데, 이 작품 역시 후기 연작의 하나로 1930년대 유럽 도시 문명을 추상화한 것이다. 이런 작업을 미술사에서는 오르피즘(Orphism)이라 부르는데, 이는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가 들로네 부부(로버트·소냐)의 작업을 두고 만든 용어다.
오르피즘은 색이 주인공이다. 입체파처럼 형태를 해체하지만, 회색조 대신 밝고 강렬한 색을 전면에 내세운다. 사물 묘사를 최소화하고, 원과 곡선, 대비와 리듬으로 색과 빛의 하모니를 만든 회화다. 마치 음악처럼, 색이 울리고 흐르고 반응한다.
1930년대 유럽이 도시와 기계를 찬미하던 시기였다는 점에서 퓨처리즘, 구성주의와 나란히 생각할 수 있다.들로네는 그중에서도 도시를 좀 더 낙관적이고 즐겁게 바라봤다. 거칠고 금속적인 기계 문명조차 원색 톱니처럼 부드럽게 돌고, 불확실성조차 경쾌한 움직임을 만든다.
이 지점에서 한 가지 시사점이 생긴다.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지, 그리고 그 시대를 어떤 색과 구조로 바라보는지는 결국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같은 장면을 보고도 누구는 밝고, 누구는 무겁게 느낀다. 들로네의 화면은 그 시대를 질서와 리듬이 공존하는 세계로 보았다.
조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주변이 부드럽고 밝은 리듬을 유지하려면, 중심에 정확한 ‘축’이 필요하다. 많은 조직이 능력 있는 한 개인에게 의존하다가, 그 사람이 빠지는 순간 무너진다. 반면, 시스템적인 사고를 가진 조직은 개별 사건이 아니라 전체 패턴·관계·피드백 구조를 읽기 때문에 작은 흔들림에 무너지지 않는다. 시스템을 만든다는 건 곧 구조·프로세스·문화를 설계하는 일이다.
역할·구조: 조직 구조와 R&R, 의사결정 라인을 명확하게.
프로세스·절차: 의사결정, 보고, 피드백 루틴을 문서화.
목표·성과 시스템: 개인·팀·조직 목표가 서로 연결되도록 정렬.
들로네 화면의 중심에 선 에펠탑을 리더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라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그 주변의 원과 톱니, 색의 흐름은 팀과 프로젝트, 관계와 피드백의 리듬이 된다. 축이 단단할수록 주변은 더 자유롭게, 더 즐겁게 움직일 수 있다. 불확실성이 위협이 아니라 리듬이 되고, 다양성이 충돌이 아니라 하모니가 된다. 시스템 리더십이 만든 풍경. 그런 조직, 들로네의 도시가 보여주는 리듬처럼 만들어 볼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