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가는길
브런치 가입기념 첫 포스팅. 어디론가 흩어져 찾기도 힘들었던 나의 여행 기록들을 하나하나 복구해 올려 보려 한다. 그 첫번째로 내 인생의 가장 즐겁고, 아름답고, 날 가장 많이 변화 시켰던 순례자의 길. 벌써 8년전 일이지만 그때 느낀 감정들과 그때 본 풍경들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선하게 남아 나를 깨운다. 언젠가 다시 갈 수 있겠지...
산티아고는 예수님의 제자중 한명이었던 야고보가 로마어로 세상의 끝이란 뜻의 'Finis Terrae' 라는 스페인의 서북쪽 끝 지방까지 사람들을 전도하기 위해 떠났던 것으로 부터 시작합니다. 긴 여정을 끝내고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왔던 야고보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순교 였고 왕은 그의 시신을 불태워 버리라고 지시합니다. 하지만 야고보의 제자들이 밤에 그의 시신을 몰래 뺏어다가 작은 배에 태워 바다에 띄워 보냈고 그 배는 바닷길을 타고 이동하다 지금의 산티아고라 불리우는 곳에서 야고보의 제자들에 의해 몰래 화장되어 집니다. 800년 후에 Paio라 불리는 성자가 지금의 산티아고 근처에서 엄청난 빛을 비추는 별을 목격하게 되는데 이곳을 그 당시 라틴어로 "Campus Stalle" = 별의 땅?? 으로 부르게 되었고 지금의 Santiago de Compostela 가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Teodomiro 라는 주교가 이 지역을 조사하던중 800년전 화장되어진 야고보의 무덤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를 기념하여 지금의 대성당이 이곳에 세워졌습니다. 12-13세기에 이곳은 Holy town 이라 지정되어 지고 후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믿음과 종교적인 이유로 이곳을 찾게 되었지만 무엇보다도 이 길을 걸은 후에 자신의 모든 죄가 사하여 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누구나 그렇듯 한번쯤 모든 것들을 제쳐두고 일상을 탈출해 보는 상상을 합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하루하루가 왠지 지루했던, 그리고 먼가 제 인생에 있어서 올바른 방향을 찾고 중심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이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생각만 하다가 막상 준비를 시작하니 준비할 것도 많았고 혼자서 떠나는 첫 배낭 여행이기에 배낭여행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던 터라 처음부터 준비하는 것들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흘러 떠나게 되었고 40일 이라는 긴 시간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느낀 것들과 봤던 아름다운 풍경들을 함께 나누려 합니다.
2008 년 5월 6일 - 6월 18일
31일 동안 함께 했던 무겁디 무거웠던 내 배낭과 내 카메라...
그곳에서 내가 느끼고 배운 것들_
지루하지 않고 행복했다. 분명 난 혼자가 아니었으니까...
출발_ Montreal > Paris, Spain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난 산티아고가 시작되는 곳으로 가는 비행기표와 기차표만 달랑 예매하고 산티아고에 대한 자세한 정보도 알아보지 않고 출발하게 되었다. 설마 국제 미아라도 되겠어? 하는 생각과 함께 출발해버린.... 내 가방에는 걸을 때 입을 반바지 2개, 기능성 반팔티 2개, 잘때 입을 긴바지 1개, 반팔티 3개, 세면도구, 성경책, 카메라가 달랑 이었다. 가기 전에 가방 무게를 대충 재보니 대략 10kg정도가 나갔고 떠나기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가방을 쌌기에 얼마나 무거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ㅠ_ㅠ
파리 공항에 내리자 마자 버스를 타고 기차역으로 이동. 처음 타보는 TGV. 후후후
기차역에서 산티아고가 시작되는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지역인 St.Jean-Pied-de-Port 까지는 7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중간에서 앞 열차에서 자살 사고가 발생하는 바람에 열차는 멈춰야 했고 이곳에서 무려 3시간동안 기다려야 되서 사람들이 밖에 나와서 쉬고 있다.
TGV에서 Bayonne 이라는 곳까지 이동후에 이곳에서 일반 국철로 갈아타고 또 1시간 가략 들어가야 한다. 이곳에 거의 9시가 되서야 도착을 했고 30분을 더 기다려 마지막 기차를 타고 갔다. 이곳에서 Keith 라는 네덜란드에서 온 아저씨를 만났는데 어리버리 두리번 거리고 있는 나에게 먼저 말을 걸고 도와 주었는데 이분은 이미 4년전에 했던 경험이 있었고 2번째로 하는 것이라며 기차를 기다리고 같이 타고 가는 동안 많은 정보를 알려 주었다. 기차가 한시간뒤에 역에 도착 했을때는 거의 11시였고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이분의 도움을 받아 숙소를 찾고 함께 자게 되었다.
1 : St.Jean-Pied-de-Port > Roncevaux | 26km
얼떨결에 잠이 들고 아침 6시가 되서 일어 났다. 밤새 무진장 불편한 침대에 옆사람들의 코고는 소리에 잠을 설치고 순례자 사무실이 아침 7시부터 연다던 Keith 아저씨의 말이 생각나 아침에 서둘러 준비를 하고 나갔다.
순례자의 길이라 불리우는 산티아고로 향하는 길은 대략 10개 정도가 있다. 스페인에서 출발하는 것만 7-8개 정도가 있고 포르투칼에서 올라오는 길도 있다. 자기 집 문앞에서 부터 시작해서 걸어오는 사람들도 있는데 알고보니 Keith 아저씨도 네덜런드의 홀랜드에서 부터 이곳까지 걸어왔다. 보통 French 길로 불리는 이 길이 유명하고 그 만큼 사람도 많고, 숙박시설도 많으며 가는 길도 자세히 표시되어 있다.
순례자 사무실에서 순례자들에겐 여권과 같은 이 크리덴셜을 발급 받았다. 이게 있으면 마을 중간중간에 있는 순례자를 위한 숙박 시설에서 조금더 저렴하게 잘 수 있다고 한다. 근데 순례자를 위한 숙박 시설엔 일반 여행자들이 거의 묵지 않는다. 그냥 숙박시설에서 찍어주는 도장들을 받으며 내가 어디를 거쳐 갔는지 나중에 확인할 수 있는 정도..
순례자 사무실에서 크리덴셜을 발급 받으며 첫날 걸어야 할 길에 대한 간단한 지도를 받았다. 25km정도 되는 길이었는데 아저씨 말로는 천천히 걸으면 '별로 힘들지 않게' 완만하게 올라갈 산이라고 했다. 순례자 사무실에서 나와 찍은 사진. 난 왜 저~ 뒤에 있는 산들을 보지 못했을까. ㅠ_ㅠ
조금 걷고 나니 이런 곳이 나왔다. '이곳이 그 인터넷에서만 보던 양때 보며 걷는 다는 그 길이구나' 라며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고 있었다.
유유히 쉬는 양때들..
나중에 이 사진을 보며 왠지 이 양이 날 보며 비웃고 있는거 같았다. '풉.. 너도 가냐??? '
처음 시작해서 끝나는 곳까지 철저히 순례자를 배려해 놓았는데 이런 작고 큰 표지판들이 곳곳에 있다. 특히 헤깔릴 만한 곳에는 반드시 표시가 되어 있어서 왠만하면 길을 잃지 않는다. (그래도 길을 잃는 사람은 항상 있더라.. )
걷기 시작한지 1시간 만에 아까 순례자사무실에 들은 아저씨의 말이 뻥이라는걸 깨닳았다. 첫날 높이 1400m 에 이르는 스페인에서도 높고 가파르기로 유명한 피레네 산맥을 넘어야 했다. 10km 걸어 가는데 5시간이 넘게 걸렸다.
10km 정도 지점에 있는 첫 순례자를 위한 숙박시설인 알베르게.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서 할 수 없이 이곳에서 쉬어야 겠다고 생각하며 빈방을 물었지만 빈방이 없었다 - _-;; 사설 알베르게 였기에 예약을 할 수 있었고 이미 예약이 꽉 차 있어서 난 좋으나 싫으나 걸어야 했다. 이날 중간 중간 내린 비와 높이 1000m 지점부터 불어오는 강풍을 맞으며 난 무려 출발한지 13시간 만에 첫 마을에 도착했다. 정상에서의 감격적인 장면은 카메라 꺼낼 힘 조차 없었기에 그냥 포기하고 내려와야 했다. ㅠ_ㅠ
2 : Roncevaux > Larrasoana | 20km
Roncevaux 에는 순례자의 길에서 3번째로 큰 알베르게가 있는데 수용인원은 150명이 넘는다. 난 운좋게 Keith 아저씨 덕분에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좋은 민박집을 찾아 편히 쉴 수 있었다. 다음날 알베르게에서 잔 사람들을 만났는데 다들 잠을 설쳐서 인지 울상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100명이 넘는 인원이 한곳에서 같이 잔다.
도로옆 표지판이 보였다. 산티아고 까지 790km. 차로 가면 7시간 정도 밖에 안걸리는 거리를 난 걷고 있었다.
아무 정보도 없이 온 내 잘못이 컸다 ㅠ_ㅠ 난 이런 길만 걷는 줄 알았다. 나무와 숲이 우거진곳. 아니면 양때들이 보며 걷는 아름다운 길?
저 표지판은 조개 모양을 형상화 한것이다. 어디를 가나 산티아고와 관련된 곳에는 조개가 있었는데 그게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20km 를 걸어 도착한 마을 Larrasoana. 이날도 약 800m 높이의 언덕을 올랐는데 걷고 나서 보니 물집이 잡혀 있었다. 이날 내 노트에는 딱 한줄만 적혀 있다 ㅋㅋ '도대체 내가 왜 여기를 걷는 다고 했을까... ㅠ_ㅠ'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건 이 마을에서 유일한 식당이자 호프집인 이곳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서다. 난 이날 너무 피곤해서 Keith아저씨와 시원한 맥주 한잔과 초콜렛 하나로 저녁을 대신하고 잠이 들었다.
어딜가나 쉽게 볼 수 있는 닭들. 닭은 대부분 닭장에 있으니 다행이지. 소나 양들은 돌아다니며 쌓놓은 똥 -_- 때문에 걷는 내내 이 똥들을 피하느라 고생했다. ㅠ_ㅠ
3 : Larrasoana > Cizur Minor | 20km
이날은 아침 7시에 나와서 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이곳 전에 Pamplona라고 조금 큰 도시가 나오는데 그곳에서 멈출까 하다가 그곳도 여러명이 한번에 자는 알베르게 밖에 없다고 하여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이날 신발이 홀라당 젖는 바람에 발에 엄청난 물집이 잡혔다. 근데 참... 얄밉게도 도착해서 사워하고 나오니까 비가 그치더라. ㅠ_ㅠ
이게 멀까요? ㅋㅋ 생리대다. 알베르게 주인 아줌마가 내 발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만들어 주셨다. 발에 땀이 많은 나같은 사람은 깔창에 생리대를 깔면 수분도 흡수하고 쿠션도 되서 좋다고 했다 -_ -;;
정말 정말 친절하신 알베르게 주인 아주머니. 이날 물집에 손수 약도 발라 주시고 생리대까지 공짜로 주셨다 ㅋㅋ 저 옆에 계신 아저씨와 부인은 독일에서 왔는데 자기도 해달라며 신발을 들고 나왔다. 더 재미있는건 자기가 생리대 회사에서 일한다며 돌아가면 공짜로 보내주겠다고 하자 한술 더뜨신 아줌마는 확실하게 광고해 주겠다고 했다. ㅎㅎ
4 : Cizur Minor > Cirauqui | 25km
신발에 신문을 쑤셔 넣어 밤새 겨우 신발을 말리긴 했지만 아침에 나와서 하늘을 보니 금방이라도 비가 내일꺼 같아 걱정이 되었다.
지난 날에 비가 와서 땅이 엄청 질퍽거렸다. 발에 땀이 많다고 양말은 얇은 걸로 샀더니 신발사이에 공간이 좀 남아 헐렁해서 신발이 진흙에 빠질때마다 벗겨질꺼 같았다.
산티아고에 가는동안 높은 산이 있는 곳엔 저런 풍력발전기가 있었다.
헥헥 거리고 오른 산 꼭대기에 있던 조형물. 사진에서만 봤던 건데 실제로 보니 감동적이긴 하더라. 가운데 있는게 야고보고 주위에는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겠지?
이 산은 저 조형물을 보기 위해서만 올라야 했던 산이다. 옆을 보니 고속도로가 보였는데 고속도로 옆으로 갔으면 평평한 길로 더 빠르게 갔겠구나 하는게 보였다. 망할 ㅠ_ㅠ
아주아주 오래전에는 실제로 순례자들이 당나귀를 타고 이 순례자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실제로 딱 한번 당나귀에 짐을 싫고 강아지 두마리를 데리고 걷는 사람을 만났었다.
가는 길에 지나친 마을 Puenta la Reina
걷는 길에 참 많은 개들을 지나쳤는데 어찌된 사연인지 먼저 지나간 사람을 짓지도 않다가도 나만 지나가면 그렇게 짓었다. 역시나 비웃고 있는 듯한.. ㅋㅋ
오후가 되면서 날씨가 개이기 시작했다.
이날 정말 힘들었는데 땅이 질퍽하고 비온뒤라 습한 날씨에 날이 개면서 나온 뜨거운 햇살에 걷기에는 정말 최악이었다. 거기다가 걷는 길은 어찌나 험하고 높고 낮음이 심하던지.. 겨우겨우 걸어 마을이 보이자 반가운 마음에 사진을 찍기는 찍었는데 알베르게는 저 마을의 제일 꼭대기에 있었다. - _-;;
알베르게 앞에 있던 교회. 문이 닫혀 들어갈 수 없었다.
내가 머물렀던 알베르게. 내가 머물렀던 알베르게 중에 깨끗했던 곳중에 하나. 주인 아저씨가 아래층에서 식당을 해서 저녁을 사먹었는데 꽤나 맛이 있었다. 이날 재미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 밥먹는 내내 웃다가 방으로 돌아와 잠이 들었다.
알베르게 뒤에서 보이던 풍경
5 : Cirauqui > Villamajor | 24km
이곳은 와인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걸어오는 내내 포도밭을 지나쳤다.
이곳은 공립과 사립 알베르게가 있었는데 왠지 사립이 더 좋아보여 -_ - 사립 알베르게에 묵었다. 이곳은 다른 나라에서 온 2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이곳 교회의 도움을 받아 운영되고 있었는데 저녁 식사는 직접 만든 셀러드와 스파게티가 나왔다. 식사전 함께 같이 기도를 하고 신기하게도 식사후에 QT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식사후에 다들 피곤해서 얼마나 오겠어? 하는 생각에 갔는데 왠걸.. 약 30명이 잤던 이곳에서 20명 정도가 QT에 나왔다. 사진에서 서 있는 아저씨가 말씀을 읽어 주고 같이 기도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나중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으로 들어간후 아저씨가 기타를 쳤는데 내가 좋아하는 'How great is our God'를 치는 것이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찬양을 하며 좋은 시간을 가졌다.
6 : Villamajor > Viana | 30km
7 : Viana > Navarraet | 21km
전날 높낮이가 적어 별로 힘들지는 않았지만 처음으로 30km를 걸은 탓에 이날은 21km만 걷기로 했다. 일주일동안 걸으며 참 많은 교회들을 지나쳤는데 걷는게 힘들어 교회안을 들여다 볼 여유조차 없었다. 그리고 이날 처음으로 이 마을에 있는 교회를 보게 되었다.
맙소사. 들어서자 마자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겉에서는 별볼일 없어 보였던 교회 였는데 안에 들어 서자 정말 화려한 모습에 감탄에 감탄이 나왔다. 금으로 치장해 놓은 눈부시도록 멋진 조각상들이 있었다.
근데 재미있는 것이 있었다. 예수님의 조각상은 가장 작고 가장 아래 있었고, 그 위에 마리아 조각상이, 그리고 제일 꼭대기엔 야고보의 조각상이 있었다. 이곳 뿐만 아니라 산티아고를 걸으며 지나친 모든 교회들이 같았다. 야고보의 조각상은 항상 제일 꼭대기에 있었다. 야고보는 예수님을 뛰어 넘은 영웅으로 취급되고 있었다.
제일 아래 마리아, 그 위에 예수님 십자가에 달리신 조각상, 그 위에 마리아, 천장에는 야고보!
이날 걸으며 만난 독일에서 온 동갑 여자애. 난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줄 알았는데 예상 외로 대부분이 나이든 사람들 이었다. 그리고 독일 사람들이 제일 많았으며 (무려 70%), 그다음엔 신기하게도 나와 같은 주인 Quebec에서 온 사람들, 그리고 이탈리아인들.. 동양에선 한국사람이 제일 많았다 - _-;; 내가 이 길을 걸으며 싫어한 한가지가 있는데 그건 바로 독일 사람. 이 사람들은 철저한 우월주위에서 바탕된 사고방식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을 무시하고 자기들이 하고 싶은 데로 다 했다. 보통 사람들이 6시에 기상을 하면 이 독일 사람들은 5시부터 일어나 남들이 자건 말건 자기 하고 싶은거 다하며 시끄럽게 다 깨우고 저녁에도 밤늦게 술까지 마시고 들어와 제일 늦게 잠드는 사람들이 독일 사람들이었다. 근데 싫어도 피할수 가 없었다. 걷는 사람의 70%가 독일인 이었으니.. - _-;; 근데 이 여자애와 걸으며 얘기를 나눴는데 같은 독일 사람이면서 그런 독일사람들에 대해 안타까워 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자기가 다 미안하다며 미안한 마음들을 나타냈다.
같은 나이에 젊은 사람을 만난것이 반가웠는지 자기가 저녁을 만들겠다고 해서 같이 장을 보고 스파게티를 만들었는데 정말 맛있게 먹었다 :)
알베르게 창문 넘어로 보이던 무지개! 엄청나게 큰- 무지개였다.
8 : Viana > Azfora | 21km
강 옆으로 있던 아름다운 마을
곳곳에 크고 작은 교회들이 있지만 문을 닫은곳도 꽤나 많이 있었다.
이 마을 광장에서 결혼직후에 피로연이 열리고 있었는데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던 나를 한 할아버지가 불러 함께 음식을 먹자고 권했다. ㅎㅎ 나야 완전 땡잡았네~ 하며 맛있게 먹었다.
이 마을에 있던 교회 내부. 역시나 마리아 위에 야고보상이 있다...
난 왠지 이 사진이 좋다.
이 마을까지 걸으면서 가운데에 있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독일사람이지만 부인을 따라 스페인에 와서 사는 할아버지 였는데 길에서 만났을땐 너무나 힘들어 보여 도와주고 싶어 멈춰섰다. 할아버지의 물통에 물이 다 떨어져 목말라 하시는거 같아 내 물을 권해 드렸지만 괜찮다고 하시며 극구 사양하셨고 난 걱정이 되서 이 마을에 도착할때까지 옆에서 같이 걸었다.
이 마을에 와인 공장에 있었는데 1 유로를 내면 견학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알베르게 사람들이 저녁 식사후에 이곳을 찾았다. 할아버지가 독일말을 할 수 있었기에 와인 공장 주인이 스페인어로 설명을 하면 독일어로 통역을 해줬다. 물론 나는 영어로 대화를 했지 ^^
스페인은 물값과 와인 값이 별 차이가 없는 곳이다. 그만큼 와인이 많이 나는 곳이며 정말 맛이 있는 곳이다. 평소에 와인은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곳을 걸으며 맛있는 와인을 맛본후에 정말 많은 와인을 마셨다. 특히 밤새 편히 자려면 저녁 식사때 와인을 마시고 약간은 알딸딸한 느낌에 잠에 드는게 훨씬 나았다.
이 와인공장에서 기계에서 바로 뽑은 신선한 와인들을 마음것 맛볼 수 있었는데 정말 향과 맛이 좋았다. 와인이 만들어 지는 과정도 배우고 맛있는 와인 고르는 법까지 배운.. ^^
8 : Azfora > Redecilla del Camino | 25km
3일전부터 계속 같은 알베르게에 머물렀기에 낯이 있었지만 서로 인사도 안하다가 이날은 작은 알베르게라서 무시하기가 좀 그런거 같아 먼저 인사를 했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31살의 Gitta. 이 누나?? 도 독일 사람들에게 질려있던 터라 둘이서 독일 사람들 욕하다가 저녁을 보냈다. ㅎㅎㅎ
9 : Redecilla del Camino > Villafranca Montes de Oca | 25km
10 : Villafranca Montes de Oca > Atapuetca | 18km
11 : Atapuetca > Burgos | 21km
왼쪽 Keith아저씨는 걷기 시작한뒤 4일뒤에 헤어졌다. 헤어졌다기 보다는 걷는 속도가 틀리다 보니 멀어지게 되었고 그 후에는 계속 만나지 못했다. 너무나 많은 도움을 받고 좋은 이야기를 나누었기에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이 전날 하루종일 비가 오는 탓에 18km만 걷고 멈춘 알베르게에서 다시 이 아저씨를 만났다. 어찌나 반갑던지... 아저씨와 밤늦게 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이 다음날 다시 멀어졌고 그 후에는 만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가운데 있는 아저씨는 브라질에서 온 분, 그리고 나에게 자유가 무엇인지 가르쳐준 고마운 분.
마지막으로 오른쪽에 있는 할아버지. 처음 만나 이곳 Burgos에 이르기 까지 계속해서 같은 알베르게에 머물렀다. 이 할아버지를 볼때마다 직접 말은 하지 않았지만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이 나서 괜시리 챙겨드리고 싶어 저녁도 같이 먹고 얘기도 많이 나누었다. 이 할아버지와 이곳에서 헤어졌는데 올해는 여기까지 하고 내년에 또 와서 나머지 길도 걸을 거라며 돌아가셨다. 마지막 헤어지기전 자신의 부인과 딸들에게 자랑을 한다며 가지고 오신 일회용 카메라로 내 사진을 찍어 가셨다. 너무 너무 아쉬웠던 순간들...
산티아고 가는 길에 있는 가장 큰 도시 Burgos.
Burgos에 있는 교회. 산티아고에 있는 교회랑 비교해서 어느게 더 큰지 모르지만 제일 큰 교회중에 하나다. 근데 하필 이곳은 입장료를 받고 있어서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크리덴셜을 가져 오면 좀 저렴하게 들어 갈 수 있었지만 알베르게에 두고 온 탓에 그냥 겉에만 봐야 했다.
교회 뒤쪽의 언덕을 오르니 Burgos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Gitta와 인사를 나눠 친해진 날부터 Burgos까지 계속 같이 걸었다.Gitta는 이곳에서 친구를 만나 3일동안 머물 예정이기에 이곳에서 헤어졌다. 짧은 시간 이었지만 매일같이 같이 걸으며 먹고 잔 탓에 헤어진 몇일 동안은 참 많이 아쉬웠다. 마지막쯤에 이르러 다시 만날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천천히 걷기는 했지만 결국 끝내 만나지 못했다.
12 : Burgos > Hontanas | 31km
Burgos 부터 그 다음 큰 도시인 Leon 까지 200km는 거의 평지인데 평지라고 하지만 기본 고도가 500m 이상인 탓에 날씨가 서늘하다.
걷기 시작해서 처음으로 가장 날씨가 좋았던 날. 이전 까지는 산들 사이로 걷느라, 내 몸을 적응 시키느라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그래서 걷는 동안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고 그저 빨리 걷고 알베르게에 도착해 쉬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Burgos를 지나서 부터야 몸이 어느정도 적응한 탓에 걷는 동안에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었고 Leon까지 매일같이 30km 정도씩 걸었지만 그리 힘들지 않았다.
지평선이 보이는 멋진 길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25km를 넘어서고 나서는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다. 중간에 마을이 없어 물을 못받은 탓에 목도 말랐고 계속해서 반복되는 풍경에 사실 좀 지루하기도 했다. 그리고 분명 28-29km 지점에 마을이 나와야 했지만 2km를 더 가서 마을이 나왔다. 지평선이 보이는 길이라 마을이 어디 있나 했는데 이런 분지 속에 있었다. 완전 반가웠다 ㅠ_ㅠ
이 마을에서 처음으로 한국 사람을 만났다. 한국에서 온 아저씨 한분과 부산에서온 23살의 여자애. 아저씨는 한국말 이외에는 못하셨는데 그때문인지 무척 힘들어 보이셨다. 날 보며 한국말을 할 수 있음에 무척이나 반가워 하셨다.
이탈리아에서 온 William. 윌리암은 꼭 걸을 때만 중간중간 만났다. 마라톤 선수였는데 무거운 배낭을 매고 걷고 있자니 답답하다며 뛰고 싶다고 투덜 거렸다. 그래도 참 재미있고 흥미로운 인생을 살고 있었던 사람. 이날 한국 여자애에게 한국말까지 배워가며 한국에 대한 호감을 나타냈다. ㅎㅎ
13 : Hontanas > Boadilla del Camino | 30km
14 : Boadilla del Camino > Carrion de Los Condes | 25km
Burgos 에서 Hontanas 의 수평선을 바라보며 걷던 아름다운 길은 3일뒤에 끝이 났다. - _- 이곳에서 부턴 평지긴 했지만 도로 옆에 나있는 길을 걸어야 했다.
이 알베르게는 수녀원 이었다. 수녀들이 자원 봉사로 일하는 곳이었는데 가격은 저렴했지만 시설은 보통 이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이 마을의 다른 알베르게로 빠져서 사람들이 적어 밤에 조용히 잘 수 있었다.
교회 들을 보면 볼수록 괘씸했다 - _-;; 어찌 야고보가 예수님보다 더 영웅대접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
15 : Carrion de Los Condes > San Nicolas del Real Camino | 32km
이날은 아침부터 비가 오고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난 스페인이면 무조건 더운줄 알았다 - _-;; 반바지 밖에 가져가지 않은 나는 아침에 나올때 마다 떨면서 걷기를 시작한다. 근데 이날은 날씨까지 추운데 비까지 맞고 거친 비바람에 신발, 바지, 그리고 스며든 물로 윗돌이도 젖어버렸다.
이날 걸으면서 참 많이 기도를 했다. 제발, 걷고 나서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근데 걸으며 하고 있는 내 기도는 온통 불만 투성이었다. 왜이렇게 힘든지, 날씨는 왜이리 짓궂은지, 난 왜이리 걷는게 힘든건지. 투덜투덜 불만족 스런것들만 얘기하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스러워 보였다. 어차피 변하지 않을 상황에 있으면서 불만만 토하고 있는 내 자신이 답답해 졌다. 그리고 마음을 바꿔 다시 기도를 하기 시작했고, 곧 많은 감사함으로 기도를 드릴 수 있었다. 비바람을 맞으며 기도하고 걸은지 6시간째, 마을에 다 도착했을때 쯤이었다. 분명 내 마음속 깊은곳에서 부터 울려 퍼지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 "나를 따르라.." 순간 하늘의 두꺼운 비구름이 사라지고 파란 하늘이 나타나면서 구름 사이로 마치 길이 나 있는듯한 형상이 보였다. 그리고 마음속에 다시 들려오는 소리는 내 마음의 문을 열고 내 마음의 걱정들을 내려놓고 하나님만 따라 오라는 음성이었다. 내 마음속에 찾아온 평안과 따스한 온기에 한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때의 감동적인 하늘을 담는데는 실패했다. 알베르게에 도착해 카메라를 꺼내드니 다시 곧 두꺼운 비구름이 꼈다. ㅠ_ㅠ)
이날 머물렀던 알베르게. 일층에는 식당이었고 이층에 숙소가 있었다. 한방에 5명씩 방이 5개 정도 있었는데 난 운이 좋아 나 혼자 방에서 잤다. ㅎㅎ
16 : San Nicolas del Real Camino > El burgo | 25km
이날은 다행이 알베르게에 도착후에 비가 내렸다.
덴마크에서 온 아줌마. 이 아줌마는 자기의 개와 함께 이 길을 걷고 있었다. 이 후에 몇일동안 알베르게에서 아줌마를 만났는데 이 개와 금새 친해졌다. 아줌마 말로는 원래 낯을 많이 가리고 중간중간에 만난 사람들마다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나는 유별나게 잘 따르고 좋아한다며 신기해 했다.
17 : El Burgo > Arcahueja | 30km
18 : Arcahueja > Virgen del Camino | 16km
길 옆의 철조망이 있는 곳엔 철조망 사이사이로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십자가가 걸려 있다.
처음엔 무거운 내 가방에 투덜투덜 불평 불만이었지만 하루하루 걸어가며 지나간 일들을 되돌아 볼때에 난 내 무거운 배낭이 그동안 내가 지은 죄의 무게처럼 느껴졌다. 아니, 어쩌면 내 죄의 무게에 비교하기엔 너무나 가벼운 배낭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십자가들을 보면서 이곳에 십자가를 걸어 놓았을 많은 사람들의 사연이 궁금했다.
Leon에 이르기 까지 철조망 옆에서 많은 십자가를 보았지만 막상 나는 할 수 없었다. 아직 내 마음속에 있는 내 죄들을 다 내려놓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였고 거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나는 내가 만든 십자가를 걸어 놓을 수 있었다.
마을 중간중간엔 순례자들이나 마을 사람들이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이런 식으로 배려를 해 놓았다.
Leon에 들어섰다. Burgos에 비하면 매우 작은 도시였다.
Leon 에 있는 교회. 산티아고, Burgos에 이어 3번째로 큰 교회다.
Leon에 이르면 800km의 2/3가 끝이 난거다. 감격의 도가니탕 ㅠ_ㅠ 이곳에서 난 중국집까지 찾아내서 그렇게 먹고 싶었던 밥을 먹었다. 캐나다에 비하면 가격도 비싸고 맛도 터무니 없이 비쌌지만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무려 한시간 반을 기다려 먹고 나왔다. ㅎㅎㅎ
이 동상 옆에서 저와 비슷한 폼으로 한시간 반동안 중국집이 열기를 기다렸다. ㅋㅋㅋ
19 : Virgen del Camino > Hospital de Orbigo | 30km
정말정말 지루하고 길게 느껴졌던 하루.
마을 입구.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순례자들은 반드시 이 다리를 걸어야 한다나 어쨌다나..
이곳에서 어제부터 다시 Hontanas에서 만난 한국 아저씨와 스파게티를 해먹었다. 머 별 재료도 없었지만 직접 해먹으니 어찌나 맛있던지..
20 : Hospital de Orbigo > Santa Catalina de Somoza | 25km
아침에 구름 사이로 비치는 태양빛이 너무나 멋졌다.
아무래도 시골 마을 사이사이를 걷다 보니 소나, 양을 사육하는 곳을 많이 지나친다. 소나, 양때들이 지나간 자리에 남아있는 엄청난 똥 -_- 들... 그것들 피해다니느라 참 쉽지 않았다. 잠시 딴곳을 바라보면 어김없이 똥.. 을 밟을 정도 였으니.. - _-;;
그래서 나중에는 똥 냄새만 나도 진저리가 났다.. 그래도 요놈은 귀여워서 한장~
저 멀리 도시가 보인다.
Astorga에 있는 교회
21 : Santa Catalina de Somoza > Al Acebo | 28km
가는길 중간 중간에 산티아고까지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다. 근데 별로 믿을게 못되는..
대부분의 작은 교회들은 이런 모양으로 생겼다.
Burgos를 지나 Leon까지 편하게 걸어 왔고 Leon 이후로는 또다시 산과 산들 사이로 걸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1300-1400 높이의 높은산 2개를 올라야 했는데 그중 하나.
산 정상쯤에 올라갔을때 이 십자가를 보자마자 눈물이 흘렀다. 오르는데 너무 힘든것도 있었지만 먼가 해냈다는 느낌에서 나오는 눈물이었다. 그리고 마치 내가 이곳까지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십자가 옆에는 많은 사람들이 남겨놓은 흔적들이 곳곳에 있었다. 먼저 떠난 사람에 대한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하고..
길에서 만난 아기새. 길 바로 옆에서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울고 있는 새가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눈도 제대로 못뜨는 새끼였는데 아마 어쩌다가 둥지를 벗어 난거 같았다. 내 손에 넣어 가져가고 싶었지만 그냥 잠시 옆에 앉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난 십자가가 있는 곳이 정상인줄 알았다. 왠걸 -_ -;;; 한시간을 더 올라서야 정상에 이르렀다. 근데 그곳에서 바라본 주위 경치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아직까지 눈쌓인 옆동네 산. 그만큼 공기가 차가운 곳이었다. 근데 난 반바지를 입고 있었으니... -_ -
거짓말 안하고 아침부터 반바지 입고 걷는 놈은 나밖에 없었다. ㅠ_ㅠ
22 : Al Acebo > Ponferrada | 20km
Ponferrada에 있던 엄청난 규모의 성. 닫혀 있는 바람에 내부 구경은 못했지만 겉모습은 무척이나 웅장했다.
Leon 이후로 아저씨와 계속 같이 지냈다. 걷는 동안은 혼자 걸었고 아침에 떠나기전 그날 갈 마을 이름을 알려주고 마을의 알베르게에서 다시 만났다. 이날 아저씨와 제대로 장을 봐서 스파케티를 해먹었다. ㅎㅎㅎㅎ
이곳 이후로는 조금 덜 걷기로 했다. 평균 거리로 걷다가는 예상한 시간보다 6-7일 전에 끝날거 같아서 시간을 끌기 위해 천천히 걷기로 했다.
23 : Ponferrada > Villafranca del Bierzo | 20km
이제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저 멀리 뒤로 보이는 산들만 넘으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산티아고.
마을 광장. 규모가 작은 마을의 경우 대부분의 식당들은 순례자들만 이용하는거 같다..
23 : Villafranca del Bierzo > Ruitelan | 22km
호기심 많은 새끼양!
아마 내가 묵었던 알베르게중 가장 기억에 많이 남을 곳이다. 이곳은 순례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곳이었는데 그 이유가 알베르게 주인의 푸짐한 인심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기 원했지만 알베르게가 작은 관계로 이곳을 지나쳐야 했던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 했다. 난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지나가다가 이곳에 멈췄다. - _-;;
시설은 보통 수준인데 주인 아저씨가 매우 유쾌하신 분이셨다. 다행이 한국사람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지고 계셔서 유일하게 젊은 사람이었던 나에게;;; 무척이나 챙겨주시며 잘해주셨다. 지금은 저녁 식사전 아저씨의 멋진 인사말중-
후후후 정말 맛있게 먹은 샐러드! 보통 저녁 식사가 8-9유로 사이에 샐러드를 시키면 풀때기만 나온다. 근데 이곳에서 저녁 식사는 6유로에 푸짐하게 이것저것 넣어 만든 샐러드는 너무나 맛이 있었다. 그 후에 메인으로 직접 만든 까르보나라 스파게티가 나왔는데 완전 맛좋았던. 보통 메인으로 나오는 스파게티도 아무것도 넣지 않은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가 나오는데 아저씨의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는 듬뿍 넣은 재료와 마늘 향에 너무 행복해 하면서 먹었다. ㅎㅎ
맛있는 푸딩! 이 푸딩도 이곳이 제일 맛있었다. 보통 무진장 달기 마련인데 적당히 달고 맛있었던 :)
왼쪽에 계신분은 독일 아저씨. 난 분명 주인 아저씨랑만 사진 찍고 싶었는데.. 흑흑..
아침에 출발하기전에 찍었다. 아침은 안먹고 나오려고 했는데 아침부터 향긋한 커피향에 빵굽는 냄새를 도저히 피해갈 수 없었다. 완전 든든하게 아침까지 챙겨먹고 너무 즐거운 마음에 사진 한장-
24 : Ruitelan > Fonfria | 22km
25 : Fonfria > Sarria | 40km
Ruitelan에서 Fonfria 사이의 마지막으로 높은 산을 넘었다. 올라갈때는 완만하게 올라가서 괜찮았지만 내려오는 길은 어찌나 가파르던지... 그래도 구름이 낮게 떠있어서 정말 구름사이로 걸어 다녔는데 정말 환상적인 경관이었다.
Fonfria에서 다음 목적지 까지 25km를 예상하고 있었다. 발목이 생각보다 많이 아팠기에 쉬엄 쉬엄 가기로 했는데... 길을 잘못 들어 엄청 돌아가는 길로 들어섰다. 원래 목적지에 도착했을때는 오후 3시. 이미 7시간 이상을 걸었다. 하지만 그곳 알베르게의 정원은 20명 뿐이라 할 수 없이 다음 도시로 이동해야 했다. 아픈 다리를 이끌로 이곳에 도착했을때는 4시가 넘었고 대충 계산을 해보니 40km 정도를 걸었다. 맙소사... ㅠ_ㅠ 알베르게도 가장 비싼곳 밖에 남아있지 않았지만 내 방 창문 넘어로 보이는 이 멋진 풍경 때문에 아쉬운 데로 머물기로 했다.
Sarria부터 다시 사람이 많아 진다. 이곳에서 산티아고 까지는 약 125km 가 남았는데 이곳의 기차역을 통해 스페인 사람들이 많이 온다. 이유인즉 산티아고에서 순례자의 길 수료증을 받으려면 최소한 100km를 걸어야 하는데 100km 이후에 가장 가까운 기차역이 이곳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학생들에게는 수료증이 있으면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해 준다나 어쨌다나??
역시나 아침에 떠나기전 한장.
젊은 사람들이 많지 않은 탓에 이렇게 만나면 금새 친해진다. 내 옆에는 브라질에서 온 형님(이름 잊어버림 ㅋㅋ) 그 옆에는 캐나다 벤쿠버에서 온 누님 Rose, 그리고 그 옆에는 오스트리아에서 온 누님 Indi. 다들 술마시고 노는걸 좋아해서 같은 알베르게에 머물때는 늦게까지 나도 옆에서 끼어 놀았다. 난 계속 천천히 걸을 예정이어서 산티아고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이곳에서 헤어졌다.
26 : Sarria > Portomarin | 21km
산티아고까지 99km가 남았다!
27 : Portomarin > Ventas de Naron | 13km
가장 적게 걸은 날중에 하나. 이제는 몸도 마음도 여유롭다. 매일 6시에 일어나다가 이제는 7시쯤 일어나 씻고 아침까지 다 챙겨먹고 여유롭게 걸을 수 있었다.
이게 머하는 물건인지는 -_ - 모르겠는데 집집마다 담장에 하나씩 있다. 아마도 곡식을 저장하는 창고이듯..
나의 발. 참 감사한건 처음 일주일동안에 물집이 잡히고 그 이후에는 더이상 생기지 않았다.
28 : Ventas de Naron > Ponte Campana-Mato | 17km
29 : Ponte Campana-Mato > Ribadiso de Baixo | 14km
30 : Ribadiso de Baixo > Arca-O Pino | 24km
31일동안 내가 짊어진 배낭과 내 지팡이. 지팡이는 첫날 길을 걷다가 주웠는데 Keith 아저씨가 제대로 된걸 사라고 했었다. 근데 결국 끝까지 가지고 다녔고 내 어깨까지 왔던 이 지팡이는 어느새 내 허리까지 밖에 오지 않았다. 처음에 걷는게 힘들때 질질 끌고 다녔더니 금새 줄어들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내 배낭무게는 무려 13kg 이었다 -_-;; 공항에서 짐 붙일 때 무게 재느라 봤을 때 놀라 자빠질 뻔 했다 ㅠ_ㅠ
태어나서 처음 본 파란색 물잠자리
산티아고 가기전 마지막 알베르게.
31 : Arca-O Pino > Santiago de Compostella | 25km
산티아고다. 나의 최종 목적지.
^------------^ 드디어 끝! 끝!!!!! 이 앞에 서서 성당을 바라보며 지난 30일 동안의 즐거웠던 추억들을 다시 되새기며 한없이 울었다.
아저씨랑 한장. Leon 이후로 계속 같이 돌아 다니며 도와 드렸다.
매일 12시에는 순례자를 위한 미사가 열린다. 우리도 시간에 맞춰 도착하긴 했는데 통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_-
산티아고에 있는 교회.
역시나 제일 윗자리는 야고보 께서.. ㅋㅋ
이게 바로 야고보의 무덤이다.
순례자의 길 수료증. 이 길을 걸으며 내가 배우고 느낀 것들은 이 종이 한장보다 훨씬 귀한 것들이었다.
Finisterre
산티아고에서 서쪽으로 100km 더 떨어진 곳에 스페인의 땅끝 Finisterre가 있다. 야고보가 복음을 전하기 위해 이동하며 끝에 이른 곳이 이곳이라고 한다. 나는 산티아고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이곳에서 하루밤을 지냈다.
잘 보면 0.00km 라고 써있다.
누군가 버려놓고 간 신발. 이곳에 오면 양말을 불태워 버리고 지팡이는 바다에 던지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 _-;;
Finisterre 옆에 있는 해변가.
내 신발! 31일 동안 잘 견뎌주었던 신발. 엄마와 우연히 할인 매장에 들러서 가격만 보고 샀던 신발이지만 무척 편했기에 물집도 많이 잡히지 않고 잘 마칠수 있도록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사실 나도 태워 버릴까 하다가 다른 신발이 슬리퍼 밖에 없어서 놔뒀는데 나중에 결국은 버렸다. 하도 냄새가 나서.. - _- 민폐가 될까봐..
내 양말. 바보같이 얇은 양말만 두 켤레를 샀다. 그것도 하나는 중간에 잃어 버려서 두꺼운 양말을 하나 샀는데 어찌나 편하던지..
얇은 양말 한켤레만 태워버리기로 했다. 남들 다 하니까 나도 한번 해야지 ㅋㅋ
Epilogue_
산티아고를 떠나기 전 교회에서 집회가 계획되어 있었다. 물론 나는 날짜가 맞지 않아서 가지 못했지만 가기 전에 포스터를 만들어야 했는데 이번 집회의 주제는 "Truth will set you free-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였다. 길을 걷는 동안 이 구절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았다. 과연 어떠한 진리가 날 어떤 식으로 자유롭게 한다는 거지? 모두가 알고 싶어하는 세상의 참 진리란 도대체 무엇이고 모두가 원하는 참 자유란 과연 무엇일까?
800km를 걷는 다는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처럼 평소에 운동을 안 하는 사람들에겐, 그리고 나같이 평발인 사람들에게 800km를 걷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난 꼭 완주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사실 마음속으론 무지 걱정하고 있었다. 산티아고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었고 난 그곳에서 철저히 혼자서 모든걸 해 나가야 했다. 처음 시작하는 날 난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하나님, 저 결국 여기 왔어요. 근데 이제부턴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전 아무것도 몰라요. 그냥 정말 믿는 마음으로 나아갈게요.' 아침마다 출발하기 전 난 내 모든 것들을 내려놓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내려 놓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불만족스런 내 상황에 투덜거리기만 했고 내 마음속에 있는 미움들과 잘못된 욕망들, 걱정들은 날 참 힘들게 했다. 길을 걷고 있었지만 내 마음속엔 여유가 없었고 내 마음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는 것만 같았다. 27년동안 교회를 다니며 배운 성경지식은 내 머릿속에서 지식으로 끝났고 난 그걸 내 마음으로 받아드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내 자신을 깨닳는것 조차 힘들었지만 분명 난 내 안의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 스스로 돌아 보려 할때 내가 숨기려고 했던 내 모습들 마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걷는 중간중간에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는 그런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은 모두가 자유를 갈망한다는 것과 그 중심엔 사랑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리고 걷는 동안 성경을 읽으면서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조금씩 찾을 수 있었다. 내가 받아드리고 이해한 진리는 하나님이 우리를 만드셨고 죄 가운데 있는 우리를 위해 예수님을 보내셨다는 것. 그리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게 하시고 그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에게 영생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셨다는 것. 하지만 여기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게 하신건 분명 우리를 사랑 하시기 때문이었다. 정말 말 그대로 완벽한 사랑이지 않을까. 그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면 진정한 사랑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자유함은 우리가 하고 싶은데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걸 하되 목적과 이유를 가지고 하고 그 목적과 이유의 중심에는 사랑이 있어야 하며 이 사랑은 단순한 이성간의 사랑이 아닌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이신 사랑을 닮아 가는데 있었다. 책임적인 사랑.
후에 내 마음은 조금씩 편해지기 시작했다. 내 마음속에 있는 미움들과 걱정들을 하나씩 내려놓을 수 있었고 굳게 닫혀있던 내 마음을 열수 있었다. 하나님 앞에서 난 너무나 작은 존재 였고 나 자신이 누구를 미워할 만큼 잘난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느꼈다. 그동안 미안했던 사람들, 특히 가족들에게 가지고 있던 미안한 마음들이 참 많이 생각이 났다. 또한 내가 가지고 있었던 걱정들에 대해서도 많이 내려 놓을 수 있었다. 얼마 전 돌아와서 '쿵푸판다' 라는 영화를 봤지만 거기서도 이런 말이 나온다. 'Yesterday is history, tomorrow is mystery, and today is a gift. That's why it is called present' 지나간 어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내일 또한 아직 오지 않았고 난 지금 현재를 살아간다. 미래에 대한 수많은 걱정과 고민들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 이순간 현재에 난 내 고민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 분명 아무것도 없다. 난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들로 두려움 속에 살고 있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되지? 멀 먹고 살지? 이렇게 안 하면 어떻게 될까?... 하지만 내 미래에 대한 걱정들 또한 내려 놓을 수 있었다. 아니 내려놓을 필요조차 없었다. 어차피 내 인생은 내 것도 아니었고 내가 원하는 대로 이끌 수 있는 삶도 아니었다. 모든 것은 하나님의 계획안에 있었으며 난 단지 지금 현재에 충실하며 내가 해야 할 일들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 감사하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내 미래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데로 내가 필요한 곳과 내가 가야 할 곳으로 인도하실 것을 믿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산티아고로 향하며 참 많은 산들을 넘었다. 올라갈 때는 내 짐의 무게까지 더해져 발목이 너무나 아팠지만 오히려 내려올 때는 더 힘들었다. 뛰어 내려올 수도 없고 온몸에 힘을 주어 내려와야 했다. 나중에는 내려가는 것보다 올라가는 것이 훨씬 편했다. 오르다 보면 내려가야 할 때가 올 거라는걸 알았고 내려가다 보면 또 올라야 할 때가 올 거라는걸 알았다. 내 인생에서도 힘든 오르막 길만 나온다고 참 많이 불평했다. 하지만 오르막 길이 힘든걸 알때 내리막 길의 소중함을 알았고, 끝없이 편하게 내려가다 보면 또 올라야 할 때가 올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감사할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을 거 같다.
사진은 Finisterra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찍었다. 31일 동안 걸으며 내가 배운 소중한 것들과 내가 지나친 아름다운 풍경들을 모두 마음에 담았다. 내일 태양이 다시 뜨게 되면 좋겠지만 다시 뜨지 않더라도 아쉽지 않으리라. 이 날의 그 순간과 지금의 나는 항상 현재에 최선을 다하며 후회하지 않는 순간 순간을 만들어 갈 테니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