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장점 또는 단점이 있는가
스스로 꼽은 내 장점은 집요함이다. 뭔가 하나를 해내야겠다거나 해결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될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요함이 분명 있다. 여태까지 살면서 그 집요함 덕에 성취감을 많이 느꼈고, 지금도 그 덕을 많이 본다.
그런데 스스로 꼽은 내 단점도 집요함이다. 어떻게든 해보면 다 되는데 대충 해보다가 안된다고 접어버리는 모습을 보면 씩씩거리며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이 집요함은 가끔은 나를 별 것도 아닌 것에 쓸데없이 집착하는 이상한 사람, 다른 사람의 방식을 존중하지 못하는 편협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해서 나는 이 단점을 고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게서 집요함이 사라지면 내가 하고 싶은 공부, 일, 취미 등 모든 것에서 전처럼 성취감을 느낄 수 없게 될 것만 같다.
결국 나는 집요하고 싶지 않은데 집요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모든 사람에게는 특성이 있는데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특성은 ‘장점 또는 단점’으로 구분되지 않는, ‘장점이자 단점’이 아닐까 싶다. 짝꿍의 다정한 모습이 좋아 함께 하다 보면 그 다정함 때문에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하고, 욱 하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지만 같이 지내다 보면 그 성격이 그 사람의 업이나 외부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때도 있지 않는가.
그리고 인간은 노력을 아무리 해도 그다지 변하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고려하면, 나의 어떤 특성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그것이 주는 이로운 점에만 집중해서 좋게 좋게 생각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나의 이 집요함에 관한 고민을 털어놨다가 “집요한 그 단점까지 집요하게 파고드네”라는 말을 들었다. 이런.. 이렇게 집요하게 살 수밖에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