씬 1 D 경찰서
아침 교대 시간, 인사하고 나가고 들어오고. 인수인계, 보고서, 아침 커피에 토스트, 회의 준비로 바쁜 경찰들
종태 (총총 뛰어들어오다 멈칫) 뭐야? 아침부터 미아야?
찬호 아닙니다, 잠깐.. 기다리는 중입니다...
CUT TO 데스크에 앉아있던 남자 아이, 종태를 보고 뚱
종태 애기 엄마는? 민원실?
찬호 아, 그... 여청과 이정아 경사 아들입니다. 아침 일찍 지원 나갔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요. 아이 봐주시는 이모님이 여기로 오셔서 데려가신대요.
종태 ... (지긋이) 네가 이정아 아들이야? 엄마 닮았나, 키가 크겠네.. (미소) 이름이 뭐냐? (아이 답없고)
CUT TO 출퇴근하는 사람들에 방문객까지, 복잡해지는 로비, 시끌시끌한 소리에 아이, 불안한듯 연신 두리번 거리고
종태 (아이 앞에 눈높이로 앉아서) 꼬마야, 밥 먹었어? 아저씨랑 과자 먹으러 갈까? 엄마 일이 조금 오래 걸리나보다. 너 이런거 봤어? (경찰 뱃지 보여주고, 아이 웃을듯 말듯) 너네 엄마도 이런거 있지? 아저씨도 경찰이야 (아이 배시시 웃고) 같이 올라갈까? 엘리베이터 좋아해, 계단 좋아해?
아이 애리베타
종태 그래, 오늘은 특별히 엘리베이터로 가자! (손 내밀면 아이 손 뻗어 마주잡고, 종태, 찬호에게) 정아 오면, 내가 데려갔다 그래. 위에 있을께. 여긴 어수선하잖아.
찬호 예, 알겠습니다.
(종태, 아이와 엘리베이터 앞으로 이동, 사람들 인사, 아이 배꼽인사, 다들 환하게 웃고)
씬2 병원 복도, 진우 초조하게 기다리고, 정아 진료실에서 나오면
진우 어때요?
정아 안 좋아요. 입원 치료 하래요. 상처도 심하고, 정신적 충격도 크구요. 한마디도 안하고 울기만 해요. 잠깐이라도 자게, 진정제 처방한대요.
진우 아이는요?
정아 건강한데, 둘이 꼭 껴안고 떨어지려고 하지를 않아요. 그래도 애엄마가 쉬게, 좀있다 잠들면 아이는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할 것 같아요.
진우 아아, 내가 밤에 거기 있었어야 했는데..
정아 강형사님 잘못 아니에요. 오늘이라도 탈출 시켰잖아요 (진우 전화)
진우 예, 팀장님.
씬 3 사무실
조 강형사야, 뭐가 어쨌다고? 어떻게 된거야?
진우 밤새 폭행이 있었습니다. 그 개자식이.. (한숨)
조 상태는?
진우 입원하랍니다. 지금 막 진정제 투약하고, 자게할겁니다.
조 오늘내로 진술 되겠어?
(진우 보면, 정아 고개 젓고)
진우 아니요, 오늘은 힘들 것 같습니다. 치료도 치료고,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정합니다.
조 일단 외상은 진단서 먼저 떼고, 이전에 있었던 오래된 상처까지 싹 훑으라 그래. 그리고 아이랑 엄마랑 둘 다, 정신과 스케줄 잡아주고. 통역 있어야돼?
진우 필요하면 요청하겠습니다. 그쪽은 어떻습니까? 다 인정해요?
조 이번 거는 빼박이라 지도 별 수 없지. 근데 다른 폭행은 없었다고 버티는 중이야. 뱃속 애기는 자연 유산이라고 하는데, 거짓말이라는 증거를 찾아야지. 민규가 뭐라도 나올까, 다 뒤지고 있어.
진우 예..
조 .. 강진우. 괜찮냐? 목소리 안 좋다.
진우 . 반, 반입니다.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다 내 잘못이다 싶기도 하고.
조 임마. 그 자식 잘못이지, 그게 왜 니 잘못이야? (같이 착잡) 거기는 이 경사한테 맡기고, 깨어나면 보고하라 그래. 너 잠깐 들어와. 보이스 피싱 배달책 죽인 놈들, 안산에서 잡힌 그 조직에 있었대.
진우 (정신 확) 그래요? ... 그럼, 지금은 아니구요?
조 1년 넘게 공백기를 가졌던 것 같은데, 아마 그동안 중국에 있었을거야. 더 큰 조직으로 옮겨 탔겠지.
진우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일어나며 전화 끊고)
조 야, 그리고.. (끊어짐) 끊.. (끊고) 하아, 정아한테 얘기를.. 아, 이거.. 해야되나 말아야 되나.. 에이, 모르겠다..
씬 4 특별팀 사무실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빵, 과자를 먹이는 종태, 아이 바나나 우유를 마시고
종태 이야, 시환이 삼촌이 이럴때는 참 쓸모있다. 책상에 왠 과자가 그렇게 많아? 이 자식은 딸린 식구 없다고, 월급 받아서 다 과자만 사나보다. 그치?
은석 채워 놓으셔야죠.
종태 뭘 채워놔? 저렇게 많이 쟁여놓으면, 뭐가 몇 개 있는지, 지도 잘 몰라
은석 다 알걸요. 보기보다 엄청 꼼꼼하던데.
종태 그런가.. 하긴, 과자도 줄 딱 맞춰놓는 거 보면, 쟤도 좀 병이야? (아이보고 방긋 웃음) 병이야, 병!
은석 애들 좋아하시는 걸 몰랐네요
종태 안 좋아해. 내 새끼 하나도 힘들어.
(아이, 과자 하나 종태 입에, 받아먹고 함박 웃음) 아이구, 이쁜짓도 잘해요. 이 삼촌도 하나 줄까? (아이 은석에게도 하나 쓱)
은석 (입으로 받아먹고 미소) 고맙습니다
아이 고마쓰이다~ (은석 웃고, 종태 보고 웃다 멈추고)
은석 (눈치) 왜요, 또.
종태 이게 네 아들이었어야지
은석 아이, 형님. 애 듣는데..
종태 그냥, 그랬어야 했다고... 별 뜻 없어.
은석 별 뜻이 왜 없어요, 그게 얼마나 큰 뜻 인데. 정아 들으면 기절해요.
(종태 한숨, 착잡한 얼굴, 아이보고 다시 우쭈쭈)
CUT TO 석호 들어오다 멈칫, 은석, 종태 같이 멈칫
종태 ... 오셨습니까? 얘는.. 여청에 이정아요, 걔 아들인데, 애 봐주는 사람이 온다 그랬다는데, 아직 안나타나네... 새벽에 지원 나갔는데, 돌발 상황이라 지금 못들어 온다고..
석호 예에.. (아이 미소, 손 흔들고, 석호 같이 어색한 미소 지으며 자리로. 은석, 종태에 눈치)
종태 괜찮아. 경찰집 애들은 다 경찰서에서 크는 거야, 그치? (아이와 웃으며 눈맞춤) 여기가 최고야. 안전하지, 교육적이지, 싸움 잘 하는 삼촌들 많지. 너 이 다음에 봐라, (은석 가르키고) 이런 삼촌들이 백명도 넘어 (아이와 웃음)
씬5 지율 꿈
산길을 달려 올라가는 어린 지율. 꼭대기에서 오빠들이 부르고, 계속 쫒지만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데
‘얼른 타요. 데려다 줄게요.’
갑자기 나타난 검은 색 SUV. 서둘러 올라타면, 운전자의 얼굴도 보기전에 속도부터 내고. 앞이 보이지 않을만큼 꽉 찬 안개와 구름. 멀찌기에서 희미하게 몸체를 드러내는 나무 집 한 채
퉁, 퉁, 퉁... 장작을 패는 아버지
‘불을 피워야지, 다 태워 버리자. 증거를 남기면 안되는 거야.’
퉁, 퉁, 퉁... 힘찬 도끼질에 산산 조각나 무너져 버리는 커다란 나무 한그루
‘토치 찾았어? 불 붙여야 하는데?’
흰옷의 여자 다가오고
‘누구세요?’
대답없는 여자, 배시시 웃으면 – 미키.
‘살아있었어?’
‘그럼, 아직 불이 안 붙었잖아. 잔디가 촉촉해. 불이 안 붙어.’
토치 달라던 가냘픈 손을 내밀고, 손 끝에.. 손톱 아래에 붙은 풀 조각
퉁, 퉁, 퉁... 계속되는 도끼질 소리
씬 6 D 방 안.
퉁, 퉁, 퉁...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지율 눈 뜨고, 전화기 켜면 희미한 빛. 옆에서 쭈구리고 자는 시환. 이불을 덮어주고 조용히 일어나 밖으로 나오면.
씬 7 D 마당, 새벽 산 속
꿈에서 본 것과 비슷한 짙은 안개. 으스스한 밤 기운 여전하고, 핸드폰 켜봐도 인터넷 연결 안되어 소용없고. 퉁, 퉁, 퉁... 소리를 따라 귀를 기울이며. 싸늘함에 어깨를 잔뜩 쭈그리고 몇걸음 옮겨보는데
낮은 담벼락을 돌아 나오면 어렴풋이 비슷비슷한 작은 집들 모여있고. 너무 새벽이라 아무도 없는데,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퉁, 퉁, 퉁... 산 쪽인 것 같다.. 걸으며 자꾸 돌아보지만, 안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산길로 올라가는 지율. 몇걸음 앞도 안보이는 안개 탓에 이미 방향은 잃었지만,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수풀 속에 익숙한 실루엣, 어제 조사하던 검은 SUV, 축축히 젖은 커다란 비닐 천막. 차에서 멀지않은 곳에 사람 발자국 나있고. 수풀을 꾹꾹 밟으며 지난 모양새가 분명 위로 이어진다.
어제는 어두워 보지 못했던 작은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고, 천막 덮은 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만큼 걸어가니 덩그라니 혼자 서있는 작은 나무집
/INS/ 지율의 꿈 속, 아버지가 장작을 패던 작은 나무 집, 흰옷의 여자, 토치를 찾는 야윈 손가락.
꿈에서 본 것과 비슷하게 생긴 나무집 앞. 돌을 깔은 조그만 마당, 한쪽에 자리잡은 펌프, 세숫대야.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고. 슬쩍 펌프를 몇 번 내렸다 올렸다 하니 조금씩 물이 나오는데, 소름끼치도록 차가운 지하수에 놀라면서도 대충 얼굴을 씻고 추워 벌벌 떨며 주위를 둘러보는데
부인 (안개속에서 목소리) 수건도 없으면서 세수는 왜 하누? 책임지지 못할 건 처음부터 시작을 말아야지.
지율 (두리번 거리다 겨우 발견) .. 안녕하세요? (물기를 털어보지만 입술 파르르 떨리고)
부인 (여전히 거리를 두고) 추워, 사람이니까. 아프고, 슬프고, 화나고. 당연한거야. 하늘이 정해준 역할이 있는데, 그걸 다 수행하지 못하니 감정은 상하고. 못나서 그런 걸. 추워도 남 탓, 아파도 남 탓, 살아도 남 탓... 죽는 것도 남 탓.
지율 제가..요?
부인 수건이 없어도 남 탓. 물이 차도 남 탓.
지율 저는, 남 탓 잘 안합니다. 수건, 없어도 괜찮구요.
부인 하라고, 남탓. 하는게 정상이야. 너는, 남이 없으니, 탓을 못하지. 가린 눈으로 너만 보고, 막힌 귀로 너만 들으니. 네 숨 속에는 남이 없구나. 걱정은 없겠어. 혼자 살아도 혼자인걸 모르고, 혼자 죽어도 혼자인걸 모르니까. 너를 보고, 너를 듣는, 다른 사람들만 힘들지. 그러면 뭐해? 어차피 너를 숨쉬어 줄 사람은 없는데.
지율 무슨.. 말씀이신지? 혹시 점 보세요? 신 같은 거..?
부인 너는? 신을 알어?
지율 아니요, 저는.. 경찰입니다.
부인 밥벌이 말고. 신을 아냐고. 네 숨 속에, 신이 계시냐고
지율 아.. 아마.. 안 계실거에요. 그런 거 잘 안믿어요.
부인 푸흡.. 제 발로 신당에 들어와 놓고, 신을 안 믿는다.. 그럼 어떻게 왔는데? 불러서 온거잖아, 오라니까 따라서.
지율 소리...를 들었어요. 쿵쿵 하는 거... 딱딱하거나 금속성은 아니고, 둔탁하고 일정하게 두드리는 소리요.
부인 문안 인사를 드렸어. 아침 잠을 깨워드리려고.
지율 ...예?
오경사 (목소리) 어머니! (지율 돌아보면, 편안한 차림의 오경사 다가오고, 꾸뻑 인사) 형사님, 일어나셨어요? 이 분이, 제 어머니세요.
지율 아, 그러시구나. 죄송합니다. 허락도 없이 아래에서 하루 묵었습니다. 저는 서울 용산 경찰..
부인 알아. 강.지.율... 살아는 있는데, 살고 있지는 않은 아이.
지율 예?
부인 차는 언제 가져가?
지율 오전 중에 됩니다. 남은 조사 끝나는대로 바로 옮기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부인 해봐. 우연은 없어. 모든 건 둘 중 하나야. 사람의 계획, 아니면 신의 계획. 네 안에는 신이 없다고 했으니, 너는 반만 살고 있구나. 살아남았지만, 살아지지 않는 아이. 흐흐흐, 맞네. 세수는 했는데, 수건은 없는... 사는게 재미있겠어. 반이 비었으니 그렇게 열심히 찾아도 계속 목이 말라 (우아한 걸음으로 지율 옆으로 지나가면, 그제서야 보이는 화려한 장신구, 커다란 나비 모양의 머리핀, 강렬한 색조의 한복. 오경사 허리 굽혀 인사하고, 지율도 따라서 어정쩡한 목례)
오경사 (수건 건네며) 괜찮으세요? 흔히 말하는, 전통 무속인.. 그런거 십니다. 절대 어디 문제 있거나 아프신 건 아니구요.
지율 (수건 받아 닦고) 예.. 그럼 여기가 오경사님 어머님 댁..
오경사 신당입니다. 어제는 너무 늦어서 소개를 못 드렸습니다. 일찍 주무시거든요.
지율 일 한다고 너무 시끄러웠겠네요. 주무시는데..
오경사 괜찮습니다. 식사 하셔야죠? 류 형사님은요? 아직 주무시나요?
씬 8 신당 안
붉으레한 장식들, 알 수 없는 글씨가 가득 쓰인 기다란 천, 황금색 촛대
나물 몇가지로 차려진 네모진 밥상 두 개. 한쪽에는 수저 세트가 하나, 다른 한쪽에는 수저세트 셋. 세 사람 한 상에 둘러 앉고.
오경사 어머니께서 고기를 안 드십니다. 그래서 나물 밖에는..
시환 괜찮습니다, 선배님도 고기 안 드세요. (지율 미소) 잘 먹겠습니다. 안그래도 엄청 배고팠는데 (그러나 수저 들지 못하고)
오경사 왜요? 더 필요하신 거라도..?
시환 저쪽 상에.. 어머님, 안 들어오시나요?
오경사 아닙니다. 저 상은, 저 분께 드리는 겁니다. (손 가르키면. 상 위에 걸린 그림, 관복을 입은 젊은 남자)
지율 여기가 저 분을 모시는 신당.. 인거죠?
오경사 예. 어머니께서는 아침저녁 문안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이 안에서만 생활하세요. 지금은 아침 문안 시간이라, 둘레둘레 한바퀴 걷고 오십니다.
시환 저희가 여기 막 들어와도 되는 건가요?
오경사 물론입니다. 손님들께만 드리는 아침상이에요. 같이 드시는 일은 절대 없지만, 손님들은 나가시기 전에 배불리 드셔야 합니다.
시환 (안도) 그럼, 정말로 잘 먹겠습니다.. (식사 시작)
/INS/ 한복 관복을 입은 남자, 금 장식을 두른 족자
지율 (그림 주시) 저 분은, 누구세요? 다른 무당, 아니 무속인들이 섬기는 귀신 하고는 달라보여요. 족자라 그런가요? 박물관에 계셔야 할 분 같은데..
오경사 선조 대왕의 손자십니다. 낭선군 이우 대감이요.
시환 선조 대왕의 손자요? (먹으며) 그럼 진짜로 조선시대요?
오경사 맞습니다. 여기는 귀신을 모시는 곳은 아니라, 낭선군의 위패를 모시고, 그 말씀을 전합니다. 1637년에 조선 왕가에 태어나신, 귀한 분입니다.
시환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 분이 무슨, 신통한 능력을 가지셨다거나.. (눈치) 제가 역사는 잘 몰라서..
오경사 이해합니다. 좀 낮설죠. 보통 다른 무속인들은 동자 귀신, 방울 귀신.. 뭐 그런거.. (다들 웃음) 형사님들은, 가평에 대해서 잘 모르시죠? 워낙에 술 먹는 곳, 학생들 MT 가거나, 불륜 카페, 뭐 그런거만 알려져서..
(시환 잘 먹으며 피식) 가평은 귀가 굉장히 센 곳입니다.
지율 귀요? '기'가 아니고?
오경사 예, ‘귀’요. 귀신 할 때 귀... 신기가 너무 세서 서로 부딪쳐요. 그런 기운이 자꾸 새어나가다보니 스스로 모이게 되고, 흔히 뉴스에서 말하는 사이비 많잖아요, 대한민국의 모든 사이비는 가평에 모입니다. 산맥은 높지 않고, 논밭이 끝나지 않으니, 물의 정기가 구비 흘러 사람을 열어 올리는 곳이 가평이다.. (두 사람 먹다말고 오경사 보며 뭐지..?)
오경사 (두 사람 보고 푸흡 웃으며) 남들이 잘 모르는 비밀 하나 알려드릴까요? 여기는 원래 고구려 땅이었는데, 신라에게 내어주면서부터, 고구려가 급격히 쇠약해집니다. 신라 법흥왕의 배려로 정착하게 된 인도의 한 승려가, 처음으로 절이라는 걸 지어요. 현등사라고, 대한민국 최초의 절인데, 거기서부터 동물이 아닌, 사람 형상을 한 부처라는 신이 모셔지게 되죠.
시환 가평에서부터요? 와, 처음 들었어요. 전혀 몰랐는데?
오경사 세월이 흘러 힘을 갖게 된 궁예가 폭정을 시작하고, 자기 부인과 아이들을 귀양을 보내는데, 그 곳이 또 가평이죠. 동자소라고, 요기 능선이 바로 위인데, 궁예의 아들들이 귀의 보호를 받으며 자랍니다.
INS/ 왕릉 풍경
조선 시대에는 세조와 정희 황후께서, 이곳 가평에 자신들의 묘를 지어 후세의 번영을 기원하죠. 아시잖아요. 다른 것도 아니고, 왕가나 왕릉은 아무데나 함부로 짓지 않아요. 숙종이 다녀가시던 암벽 바위도 여기에 있고, 수많은 후대의 왕들이 행차해서 축원을 하죠. 다시 말하면 가평은, 임금이 종교 행위를 하던 성스러운 곳입니다. 약간 급은 다르지만, 천민의 왕으로 살다 간 임꺽정도, 가평의 기를 받고 자랐어요. 바로 요 아랫 동네 사람이거든요.
지율 그래서 여기는, 스스로를 왕이라고 생각하는 사이비가 많은가봐요?
오경사 엄청나죠. 이미 다들 아시는 신천지, 통일교 외에도, 일제때부터 있었던 백백교, 새일 여호와, 그 형제 조직인 중앙, 산학 연구.. 다 가평에 있는 종교 집단인데, 심지어 살인 사건하고 연루되는 종교도 많아요.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아도, 거룩한 무리, 천공교, 승천사.. 그리고 여기서 돈 되는 알짜는 다 가지고 있는 에덴 성회도 있고, 일일히 이름 대기도 힘들어요. 경찰도 함부로 관여하지 못하는, 자기들만의 성역이라고 할까요.
지율 토박이시라더니, 정말 잘 많이 아시네요.
오경사 같이 컸어요. 자라고, 숨쉬고.. 저 아주 어렸을 때 부터, 동네에서 변사체가 나오면, 어느 종교 사람이었는지부터 파악했어요. 관광객 아니고는, 백프로 종교 문제니까요. 관건은 항상, 종교 내부냐, 아니면 외부 – 타종교와의 갈등이냐... 그거에요. 워낙 서로 사이비라고 손가락질 하니까, 이 동네는 누굴 만나면 종교 얘기는 안해요. 불문율이죠. 특히 대규모의 종교들이 기세를 얻고, 건물도 왕창왕창 짓고 하면서, 저희 어머니처럼 조상신께 재나 올리는 소수의 토종 무속인들은 핍박도 많이 받구요. 다른 곳으로 쫒겨난 사람들도 많아요. 공식적인 핑계는 부동산 개발이다, 산업시설 확장, 아니면 카지노... 겉으로 보기에는 그런것 같지만, 사실은 종교간의 세력다툼이에요.
시환 그래도 어머님께서는 여기 계속 사시는 거죠? 여기가 고향이시고?
오경사 그래야죠. 형사님 혹시, 귀목봉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시환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긴 한데, 그것도 가평이에요?
오경사 예. 가평의 강은, 굽어진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요. 그 휘감아치는 힘의 중심은, 귀가 가장 센 물길. 그 바로 옆에 귀목봉이라는 산봉우리가 있어요. 이름이 왜 귀목봉이냐 하면, 세상을 떠도는 원귀들이, 한번씩 땅속에 모여 우르르르 소리를 내며 울어요. 어떤 사람한테는 소리만 들리고, 어떤 사람은 진동을 느끼구요. 드물게 몇몇 사람들은 강물이 날아올라 이마에 내리는, 기이한 현상을 영험합니다. 그 원혼들은, 사실 다 우리 조상들이세요. 병자호란때 죽은 사람들이 환생해서, 6.25 때 다시 죽거든요. 그들이 이곳에 모여 울면, 그때마다 재를 올리고 위로를 해드리고, 그래야 울음소리가 사라져요.
시환 재는 누가 올려요? 동네 사람들이요?
오경사 옛날 이야기죠. 지금은 무속인들이 주로 하는데, 사실 처음에는 숙종께서 시작하셨어요 (시환 놀라고). 바로 이 산에요, 여기에 오셔서 ‘조종암’이라는 커다란 바위 하나를 지목하셨는데, 이후로 후세의 왕들이 모두 조종암에서 재를 올리죠. 낭선군 이우 대감도, 이곳에 오셔서 재에 참석하시고, 바위에 친히 글씨까지 남기셨어요. 그 시절 예술가였고, 탁월한 명필이셨거든요. 인터넷으로 찾아보세요. 당시로서는 아주 귀한, 친필로 된 서책도 정말 많이 남기셨어요. 그래서 제 어머니는, 낭선군의 글씨가 남아있는 이 마을, 특히 조종암을 떠나실 수가 없으십니다.
/E/ 퉁, 퉁, 퉁... 귀에 익은 소리 다시 들리고
지율 이건, 무슨 소리에요? 아까도 이 소리 때문에 일어났는데..
오경사 귀.. 귀가 밝으시네요. 이건, 낭선군께 문안을 알리는 소리입니다. 아까 들으신 게 문안의 시작이구요, 신당 주위를 한바퀴 다 돌고 나면, 지금처럼 문안의 끝을 알리는 소리를 치세요. 아침과 저녁, 딱 두 번만 문안 드립니다. 손님들의 식사 시간이 끝났다는 뜻이기도 하구요.
시환 일어나야죠 (수저 놓고) 남은 일도 해야 하고.. 정말 잘 먹었습니다. 덕분에 공부도 많이 하구요.
오경사 별 말씀을요. 오늘이 많이 기대됩니다. 또 어떤 멋진 모습을 보여주실지. 어제보다 더 쓸만한 걸 찾아야 할 텐데요.
CUT TO 카메라 이동하면 족자 속 낭선군의 얼굴 클로즈업
씬 9 조사실
종태 빠른 걸음으로 들어오고
종태 저 놈이야? 웹사이트 관리자? 무슨 사이인데? 포주?
조팀장 아직 몰라, 이제 시작했어 (돌아보고) 애는?
종태 점심 시간. 짜장면 먹으러 갔어.
CUT TO 은석과 마주앉은 염상원, 머리 숙이고
은석 (사진) 이 학생 알죠? 이반나 벨로프. 무슨 사이에요?
상원 (힐끔) 아래윗집 살아요.
은석 이 학생이 운영하는 성인물 웹사이트를 염상원씨가 관리했어요. 설명 좀 해주세요.
상원 알바에요. 생활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얘 원래 유튜브도 하고, 인스타도 하고.. 연예인 하고 싶어서 그런거 많이 해요.
은석 성인물하고, SNS 는 다르잖아요. 섹시 블루, 이거는 고액을 지불하는 정회원만 1대1로 만나주는, 시간당 30-50만원까지도 받던 비밀 화상 서비스에요. 어떤 서비스를 제공했습니까?
상원 저는 관리만 했지, 내용은 몰라요. 방금 그러셨잖아요. 1대1 비밀 이라고..
은석 주로 무슨일 하셨어요? 손님 모집, 예약 관리, 그런거?
상원 예.. 그리고 홈피에 한국말로 설명한거요, 그거 제가 쓴거에요. 가끔 거기 올리는 사진도 찍어주고.
은석 누드, 세미 누드..그런거요? 얼마 받구요? 아, 돈을 주고, 찍은 건 아니구요?
상원 아니에요, 얘가 필요해서 찍어달라고 했어요. 그때마다 다른데, 돈으로 잘 안줬어요. 나도 뭐,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안줘도 된다고 그랬구요.
은석 보수도 없이 일을 했어요?
상원 일이라고 부르기에도.. 보세요, 얘가 엄청 예쁘거든요. 이런 애 구경하는 것도 아무나 못하는 거에요. 가끔 옛날 사진들은 공짜로 저한테 넘기기도 하고..
은석 뭘로 찍어요? 핸드폰? 아니면 카메라?
상원 둘 다요. 어디 다른데 촬영갈때는 카메라도 가져가고, 스냅 사진도 잘 나와요.
은석 성인물 사이트, 불법인거 아시죠
상원 도와주는 거만 했습니다. 몰카도 아니고, 그걸로 돈을 번 것도 아니고
CUT TO 조사실 밖
조 맹해 보이는데, 선수야, 아니면...?
종태 맹한 척 하는거 아냐? 전과는? 없어?
조 없어, 깨끗해... 피해자 스토킹했다고 신고 당했었는데, 바로 무혐의 받았대.
종태 스토킹... 신고했다 무혐의.. 갈등이 좀 있었나보네?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은데?
조 근데 그 이후에도, 이전에도.. 사이는 좋았어. 일은 핑계고, 공생관계 였겠지.
CUT TO 조사실 안
은석 통화 횟수가 많아요. 그것도 다 일 때문인가요?
상원 그랬겠죠. 스케줄 조정하고, 코스 짜고, 새 손님 알려주고.. 다 말로 해야하니까
은석 이반나 집에서 염상원씨 지문이 많이 나왔어요. 그것도 다 일 때문에?
상원 예. 파트너니까요. 동업자, 비지니스 파트너.
은석 침실에서도 나왔는데요?
상원 거기 누워서 사진도 찍고, 비디오도 찍고.. 가끔 기분 좋으면 춤 연습한다고 저 앉혀놓고 막 보여주고.. 그런거에요. 월급 대신에 한번씩 .. 그런거 하게 해주고..
은석 그런거 뭐요?
상원 그런..거.. 보고, 만지고 그런거.. (상기)
은석 수고비로 약간의 스킨십은 허락했다? 그거 말고는 받은 거 없어요?
상원 한푼도 없어요.. 아, 사진 오래 걸리면 점심값 정도..
은석 (남자와 같이 있는 사진) 이 사진 알아요?
상원 (보며 퉁명) 아니요.
은석 이 남자, 본적 있죠?
상원 (고개 절래절래, 한숨 푹) 휴우.. 내가 진짜... (종태, 조팀장 번쩍)
은석 왜요? 하실 말씀이라도?
상원 (짜증) 이렇게 남자랑 둘이 사진 찍는 거, 그렇게 하지 말래도..
은석 (기대) 왜 안돼는데요?
/INS/ 종태, 조 팀장 기대
상원 값 떨어지잖아요. 손님들이 안 좋아하죠, 애인 있다 그러면.. 자기들한테만 백프로 헌신해야 되는데.. (종태, 힘 빠지고)
은석 사건 당일날, 무슨 소리 못들었어요?
상원 집에 없었어요. 야근하느라 공장에..
은석 야근 자주해요? 그러면 학생 일은 어떻게 도와줘요? 성매매는 밤에 더 많았을텐데?
상원 (씨익) 밤낮이 어디있어요, 돈 주면 달려가는거지..
은석 성매매하는 거 다 알고 있었네요?
상원 그게 죄가 되요? 나는 걔랑 한번도 한 적 없는데? 포주도 아니고.. 나 그냥 걔 데려다 주고, 데려오고.. 좀 취한 놈이다 싶으면 문 앞에서 지키고.. 그거밖에 없어요. 보호자에요, 내가. 매니저요.
은석 특별히 자주 상대하던 고객이나, 갈등이 있었던 고객 기억나는 사람있어요? 아까처럼 술 취해서 행패 부렸다거나..
상원 ㅋㅋ 그건 형사님이 찾아야지 왜 나한테 물어봐요?
/INS/ 종태 열받고
은석 이반나가 죽었어요. 그런데도 별로 슬프거나 놀랍지가 않은가봐요?
상원 어차피 내 것도 아닌데요, 뭐.. 살아있다고 나한테 올 것도 아니고.. 맨날 다음에, 다음에.. 그놈의 다음에만 수천번..
은석 다음에 뭐요?
상원 (여자 목소리 흉내) 다음에 해줄게, 내가 다음에 오빠 원하는거 다 해줄게... (본인 목소리, 짜증) 거짓말. 이쁜게 거짓말만 하고..
은석 그래서 죽였어요?
상원 (웃음) 형사님은 이쁜 강아지 말 안들으면 죽여요? 나는, 말 안들어도 그렇게 이쁘면, 옆에 두고 오래오래 봐요. 진짜 그랬어요. 사진 찍어주면서, 그렇게 가까이에서 이반나를 보고, 만지고.. 그게 제일 좋았어요. 맨날 나한테 오빠, 오빠..
씬10 사무실
마주앉은 조팀장과 종태, 말없고. 은석 들어오고
은석 (서류) 나왔습니다. 염상원, 34세, 피해자 집 아래층 거주하구요, 어머니와 둘이 삽니다. 피해자하고는 실제 오빠동생처럼 잘 붙어다녔다고 하구요, 주위에는 매니저로 소개 할 만큼 가까웠답니다.
조 (흥미없이 대충 보며) 집안팎에서 지문 나오고, DNA 나오고, CCTV에 왔다리 갔다리 계속 찍히고.. 완전히 집에 들락거리는 ‘친한 오빠’들 중 하나네. 갈취나 성매매, 성폭행 없고, 오히려 무료로 봉사하며 따라다녔다는 거 아냐.
종태 지가 혼자 좋아한 건 분명한데.. 스토킹도.. 다른 남자랑 너무 친해서 한번 따졌더니 여자애가 신고했다가 바로 취하.. 아효, 이건 또 무슨 관계야 도대체.
은석 병원 기록도 있습니다. 아이큐 75, 경계성 지능 장애로, 장애 등급은 아직 없지만 사고능력에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조 차라리 그게 낫다. 또라이인줄 알았는데.
종태 이런 애들이 더 힘들어.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지, 나중에 강압 수사했네 어쨌네. 아이, 씨.. 되는게 없냐.
은석 그리고, 염상원씨 모친이, 면담 신청했습니다.
종태 왜? 탐문 나가서 다 만났다며.
은석 오늘 아들이 참고인 조사 받는다는 얘기를 듣고, 좀 불안하신 모양입니다. 전화를 7번이나 하셨다고.
조 찔려서, 아니면 그냥, 걱정되서?
은석 아픈 아이라서, 조사 받는 동안 자기가 옆에 앉아있어야 한다.. 그렇게 말씀 하셨다고...
조 장애 등급 없으면 인정 안 돼. 참고인은 변호사 필요없고. 뭐 다른 걸 알고 있는 거 아니야?
은석 따로 시간 잡을까요?
종태/ 조 (동시에) 잡아봐/ 됐어 (은석?)
종태 만나봐야지, 할말이 뭔가?
조 부족한 아들이 헛소리 할까봐 걱정한다잖아. 뻔하지 뭐, 우리보고 애 겁줬냐, 때렸냐, 소리 질렀냐.. 뻑하면 언론에 알린다.. 그걸 뭐하러 빌미를 줘?
종태 (은석에게) 내가 만난다 그래. 아니.. 오실 거 없이, 내일 어차피 그쪽에 탐문 나간다고, 편한 시간 알려주시면 집으로 들리겠다고 해.
조 들어가게?
종태 나쁠거 없지. 인지 능력 떨어져도 예쁜 여자는 알아볼거고, 얼마나 집착했길래 돈도 한푼 안 받고 시중을 들었을까.. 또 알어? 사생팬인지.
은석 염상원이 사용했다는 카메라하고 휴대폰에, 참고가 될만한 게 아직 남아있을지도 모릅니다.
종태 (끄덕) 아들의 결백을 주장하려면 제출해라... 그러면 먹힐거야.
조 형은 아직도 힘이 좋아, 헛다리에 용도 쓰고 (종태 찌릿, 외면)... 피곤해. 사진 속 남자는 뭐래?
은석 CCTV 를 최근 2주까지 다 뒤졌는데, 아직 못 찾았습니다. 대신, 러시아어로 보낸 문자, 메모, 이매일은, 오늘 중에 번역본 나올 것 같습니다
조 러시아어가 뭐이렇게 오래걸려? 사람이 그렇게 없어? (시계) 형님, 밥 안먹어? 밥 좀 먹고 하자.
종태 기다려. 안그래도 올 때 김밥 사오라 그랬어.
조 몇시에? 아, 왜 안오는데? 나 잘 먹어야 돼..
씬11 분식집
접시에 조금 남은 짜장 라면, 단무지. 주스 마저 마시는 아이. 먼저 식사를 마치고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석호. 얼굴에 미소. 컵 내리면, 잔뜩 묻어있는 짜장. 냅킨으로 아이 얼굴 닦아주고. 아이 환하게 웃고.
직원 (비닐봉지 가져오고) 김밥 4줄, 포장 나왔습니다.
석호 고맙습니다 (아이에게) 배불러? 인제 들어갈까? (아이 끄덕, 아직도 입주변에 남은 짜장)
씬12 손 잡고 걸어가는 두 사람. 길 건너 경찰서 보이고, 오가는 사람과 차들로 복잡. 머뭇거리는 아이, 석호 한 팔에 번쩍 아이를 안고 길 건너면. 지나가며 속닥거리는 직원들, 인사+미소. 아이, 졸린지 석호 목에 팔 감고 꼬옥. 고개를 숙이고 비비적.
씬 13 사무실. 석호 아이 안고 들어오고, 조 팀장 놀라 쳐다보면
종태 얼른 와요. 안그래도 조팀장님 배고프다고 난리난리
조 (어리벙) 내가 언제요.. 이 팀장이 김밥 사러 나간거야? 애 데리고?
석호 저희는 먼저 먹었구요, 들어오는 길에... 조사는, 뭐 의심할만한..
종태 에헤, 애 듣는데.. (석호 꾹) 아이고, 팀장님.. 와이셔츠에 짜장..(석호 내려다보지만 아이 때문에 안보임) 거기, 카라에.. 애가 입 닦았네, 거기다가.. 크크
(은석, 얼른 아이 받아안고, 석호 카라 당겨 확인)
종태 잘됐어, 가서 좀 편한 걸로 갈아입어요. 형사가 무슨 정장이야, 맨날 (석호 머쓱).
석호 식사.. 하세요. 저는 그만..
종태 어,어..? 우리 꼬맹이 재워야지요. 눈에 잠이 왔어.
석호 잠이요? 여기서요?
종태 여기는 밥 먹으니까, 우리 사무실로 가서 재워요. 아무도 없으니까 조용하겠네.
(석호 난감, 조 팀장 웃음 꾹, 김밥 먹고)
은석 제가 데리고..
종태 아니, 넌 밥 먹어, 임마! 벌써 두시야. 먹어야 일을 하지.
석호 (아이 다시 받아 안고) 그래요, 차 형사님은 식사 하세요, 일단 제가 한번 해 볼게요.. (쉽지않아 갸우뚱, 아이 안고 나가고)
조 (문 닫히고 기다렸다는 듯) 푸하하.. 와, 형님, 갈구는 방법도 가지가지야.
종태 뭐가? 먼저 먹은 사람이 애 보는거지.
조 그러니까 왜 쓸데없이 남의 애는 맡아가지구.. 오지랖이야.
종태 그러면, 애 봐준다고 온 사람이 콧물이 줄줄 흘리던데, 거기다 애를 맡겨? 아프면 어쩌려고?
조 왜 신경 써? 형님 애에요? 언제는 이정아 어쩌고저쩌고, 난리를 치더니.. (은석 눈치)
종태 (먹으며) 걔는 걔고, 얘는 얘고.
조 맨날 말로만 땍땍땍... 오리 잡아먹은 사람처럼 목소리만 커가지고.. 그러면서 애들 뒤치다꺼리는 혼자 다 하지.
종태 일 하잖아. 놀러간 것도 아니고.. 말이 쉽지, 애 아빠도 없이 혼자서 (젓가락 탁 놓고) 에유, 멍청이.
조 왜요, 더 먹어..
종태 먹을거야. 목 말라서 그래 (은석 음료수 따서 내밀고, 받아서 꿀꺽꿀꺽)
씬 14 N 방 안 /플래시/ 회상
쨍그랑 물건 깨지는 소리, 여자 비명, 알 수 없는 외국어, 퍽, 퍽, 퍽.. 벽으로, 바닥으로 나동그라지는 여자, 두 손 모아 빌고, 화가 잔뜩 난 남자, 부러진 야구 방망이 휘두르고
경찰2 (서랍장 앞에서) 오 형사님, 여기, 또 있는데요? (민규 다가오면) 이거 맞죠? 좀 오래된 것 같기는 한데, 핏자국 같애요.
민규 (살펴보면, 부서진 서랍장 모서리에 오래된 핏자국, 나무에 스며들어 칙칙) 맞아요, 사진.. (경찰 2 사진 찍고, 카메라 민규 뒷모습 따라 가다 경찰 1, 방바닥과 벽지 만나는 곳, 핏방울 사진 찍으며 한숨.
CUT TO 거실에 가득한 증거품 박스, 휘어진 커텐봉, 동강난 야구 방망이, 찢어진 옷, 민규, 바라보며 참담. 나오려 돌아서는데 아이 방문 보이고. 방문 밖으로 잠금 장치, 물끄러미 보다 눈 질끈
/INS/ 옆방에서 여자 비명소리, 때리는 소리. 아이 문 두드리며 울고, 할아버지, 문 열어주세요, 엄마, 엄마..
민규 (지이잉 전화받고) 예, 선배님
진우 (운전) 다 끝나가? 들어가는 길인데, 잠깐 들릴까?
민규 아닙니다. 저도 복귀하려던 참입니다.
진우 ... 엉망이지?
민규 하아... 때려.. 죽이고 싶습니다
진우 ... 그래. 들어가서 보자 (끊고, 이 꽉)
씬 15 회상. 새벽. 장씨 집 앞
장씨: 우리 며느리, 출산 한 적 없어요. 왜요?
경찰: 하셨잖아요. 애기 어디 있어요? 정말 어디다 팔았어요?
장씨: 무슨 애를 팔아요? 이 사람들이 새벽부터 무슨..?
경찰: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며느님이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가 안 보인다고요. 어디있습니까? 출생신고 안 하셨죠?
장씨: 죽어서 안했어요. 뱃속에서 유산했다고. 안그래도 속상해 죽겠는데..
경찰: 정말이에요? 어느 병원에서요?
장씨: 병원 아니고, 집에서 유산했어요. 내가 미역국도 끓여 먹였고, 벌써 한참 전 일이에요.
경찰: 잠깐 확인 좀 하겠습니다. 요즘은 애를 사고파는 사람들도 많아서, 들어가도 되죠? 며느님 계세요?
장씨 (재빨리 나와서 등뒤로 대문 쿵 닫고) 아니, 걔가 요즘도 누워만 있어요. 그러니까 나하고 얘기해요.
경찰: (목소리 낮추고) 아이고, 편찮으세요? 죄송합니다, 저희가 너무 일찍 와서 잠이 깨셨나... (장씨 괜찮다 손짓, 경찰 속닥) 저기 그러면, 선생님, 저희랑 저쪽 가셔서 이야기 하세요, 며느님 안에서 쉬시게?
장씨: (머뭇, 결심) 그래요, 근데 나는 출근하는 사람이라, 오래는 못 있어요
경찰: 예, 예. 저희가 시간 맞춰서 모셔다 드릴께요. 이쪽으로.. (차로 안내, 탑승, 출발)
CUT TO 경찰들 장씨와 떠나고, 진우와 정아 집으로.
정아 (띵똥) 경찰입니다. 잠깐 말씀 좀 나눌까요? (대답없고) 안심하세요. 아버님 경찰서 가셨습니다 (문 쿵쿵쿵) 안에 계신 거 알고 있습니다. 며느님하고 저하고, 둘이서만 잠깐 얘기 할 수 있을까요? (대답없고, 진우 돌아보면)
진우 (빌라 벽 타고 집으로 담 넘어가 대문 열어주고) 아이가 있어요. 놀라지 않게, 조심? (정아 끄덕, 두 사람 집안으로 들어가다 그대로 멈추고)
CUT TO 어지러운 거실, 핏자국 여기저기, 찢어지고 부서지고.
진우, 거실 올라가며 아이 방 문 가르키고, 정아 문밖의 걸쇠 열고 문 앞에서 울다 잠든 아이 발견.
안방문 열면, 쓰러져있는 조그만 여자. 피투성이. 이불에 덮혀있고, 찢어진 옷가지 너저분, 피묻은 반쪽짜리 야구 방망이
진우 (다가가 여자 숨 체크하고 침착. 전화) 119죠? 응급입니다... (소리 멀어지고 디졸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