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꽃이야

쉴만한 물가 - 186호

by 평화의길벗 라종렬

20160313 - 모두 다 꽃이야


“꽃 안 피는 2월 없고, 보리 안 피는 3월 없고, 나락 안 피는 7월 없다” 농사하는 이들에겐 오래된 속담입니다. 역시나 산수유, 매화에 이어서 개나리, 진달래, 벚, 배, 살구, 복숭아꽃과 산천 들녘 여기저기 이름 없이 피는 들꽃들 소식까지 들려옵니다. 요즘엔 SNS를 통해서 부지런한 분들이 그림을 담아 올려주기에 가만 있어도 사방천지의 꽃과 풍경을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어느 꽃 하나 안 예쁜 꽃이 없이 아름답습니다.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봄에 피어도 꽃이고 여름에 피어도 꽃이고/ 몰래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이 것은 클래식과 국악 작곡을 모두 전공한 국립 국악원 창작 악단장 류형선 님이 지은 국악동요 <모두 다 꽃이야>의 노랫말입니다. 그의 노래는 <새 하늘 새 땅>이라는 국악 CCM을 통해 젊은 날에 처음 접했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음반이기도 했습니다.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국악풍 작곡 활동을 하는 그의 맘이 잘 묻어 나는 동요곡입니다.


그가 품은 작곡의 화두를 한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습니다. “억울함 당하는 이들에게 위로로 깃드는 음악이라면, 내 팔 안 쪽 자리로 품고 밤새도록 쓰다듬어 줄 것이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싸매 주는 음악이라면, 아침저녁으로 안쪽 주머니에 넣고 다닐 것이다. 길 잃은 이들의 길동무가 되는 음악이라면, 같이 마주 앉아 소주라도 한잔 기울이고 싶을 것이다. 하물며 그들의 눈물이 되는 음악이라면, 그들의 상처가 되고, 아픈 일상이 되며, 때로는 성난 눈빛이 되는 음악이라면, 나는 다소곳이, 그 곁에 다소곳이 누우리. 밤새 내 여린 등을 쓰다듬어 달라고 조르고 또 조르고 싶으리” 소외된 이들의 아픔을 보듬고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한다는 공동체적 정신이 우리 민족정신의 근간이었듯이(홍익인간 재세이화) 국악을 전공한 그의 노랫말들에는 늘 그 맘이 묻어 있습니다. <모두 다 꽃이야>라는 동요의 노랫말에서도 어리고 성긴 꽃 같은 아이들 모두 다 귀한 꽃으로 피우고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어디 그런 아이들만 꽃일까요?


민주주의 꽃은 선거라고 말합니다. 왕과 권력을 가진 이들의 독재에 의해 지도자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민(民) 한 사람 한 사람의 뜻이 표출되어서 선택된 이가 대신 일을 하게 되는 대의 민주주의에서 선거의 역할이 중요하기에 그렇게 표현합니다. 이 꽃이 지난 여러 선거에서의 부정으로 크게 훼손된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그 진상이 채 밝혀지기도 전에 우린 또 다른 선거를 치러야 하는 시점에 와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크게 세 번의 선거들이 있는데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선거가 치러지기 전에 여러 가지 복잡한 과정들이 이제는 속속들이 인터넷을 통해 전달됩니다. 그러다 보니 후보자들의 공천 과정에서 우리 정치의 적나라하게 이면들이 드러나서 아직 미성숙한 우리 정치의 현주소가 그대로 보입니다. 여전한 성장의 진통 가운데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치라는 것이 정치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복잡 다단한 상관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우리의 모든 삶이 정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는데 요즘엔 관심 갖고 싶지 않아도 여러 매체를 통해서 정보가 공유되기 때문에 그런 정보를 습득한 어린 학생들이 오히려 더 정확한 생각과 의식들을 갖고 관심을 보이고 있어 좋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어른들은 자꾸만 먹고살기 힘들고 밥줄을 쥐락펴락 하는 이들이 주는 협박과 두려움에 정치에 관심을 갖지 못한다거나 외면하는 경우도 있고, 또 현실과 불의에 쉬이 타협해버리는 안타까운 모습들을 보입니다. 그러면서 애써 정의를 주장하는 아이들을 향해 어른 되면 다 이해한다고 자신들의 부끄러움을 에둘러 가리려고 합니다. 이제 피어나는 꽃들을 향해 가장 큰 애정이 깃들여야 할 때 바람직한 교육과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오히려 부정과 부패한 모습을 보여주며 피는 꽃들을 흔들어 버려서 제대로 피지 못하게 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한없이 추하고 부끄러워 보입니다.


누군가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다 말했습니다. 하지만 피지 못하고 스러져간 많은 꽃들, 그 아픔의 시간들이 참 많았고 이제 갓 피워낸 꽃들마저 제대로 피지 못하게 하는 그런 현실들 속에서도 기어이 피워내고야 마는 그 생명력들이 여전한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꽃은 한 송이로도 예쁘지만 함께 무리 지어 있을 때 더 아름답습니다. 이 봄의 끝자락에 이 땅 곳곳에 생명력 있게 피어나는 꽃들 모두 나름의 색깔과 모양으로 형형색색 고루고루 함께 피워 이 땅을 아름답게 수놓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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