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하 31:1-21
연약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긍휼은 자발적인 기쁨의 응답을 낳습니다.
# 마른 땅에 깃든 생명력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의 삶 가운데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길고 긴 세월, 어쩌면 우리 안에는 삶의 무게와 불안이 빚어낸 허위의 풍경들이 무성하게 자라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눈앞의 안전장치를 확보하려는 인간의 본능 때문에 돈이나 지위, 혹은 출세와 같은 대체물에 집착하는 동안 정작 우리 영혼의 흙은 척박해지고 말았습니다.
오늘 우리가 마주한 역대하 31장 1-21절의 본문은, 유다 백성들이 대대적인 영적 각성과 정화의 시간을 겪은 후 맞이한 놀라운 변화를 기록합니다. 히스기야 왕의 주도 아래 유다와 이스라엘 백성들은 먼저 이방 종교의 상징물들, 곧 주님과의 관계를 가로막았던 모든 우상과 산당들을 철저히 파괴했습니다. 이는 외적인 풍경을 넘어, 하나님을 잊게 만드는 모든 것을 몰아내려는 내면의 치열한 결단이었습니다.
# 우리의 연약함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
이러한 정화 작업의 핵심은, 백성들이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요나 율법적 의무감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는 오랜 포로 생활과 징벌 속에서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졌던 자기들의 죄를 뼈저리게 깨달은 이들이, 자비로우신 하나님께로 돌아오려는("돌아오라 나의 노한 얼굴을 너희에게로 향하지 아니하리라 나는 긍휼이 있는 자라"는 예레미야의 말씀처럼) 뜨거운 응답이었습니다.
우리의 신앙 여정은 때로 우리의 힘과 의지로는 선을 행할 수 없다는 절망 속에서 좌초되곤 합니다. 그러나 성경이 증언하는 하나님은 인간의 기쁨이나 슬픔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무정한 초월자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정념(pathos)을 가지고 계시며, 우리 때문에 웃고 우시는 분입니다. 우리가 멍에에 익숙하지 않은 송아지 같을지라도, 주님은 오히려 우리의 아픔 속에 화육하셔서 우리를 지켜주십니다.
백성들이 우상을 걷어내자, 이어진 일은 더욱 감동적입니다. 왕은 제사장과 레위 사람들이 율법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도록 백성들에게 그들의 몫을 명령했습니다(4절). 여기서 놀라운 것은 그 명령에 대한 백성들의 반응입니다. 그들은 명령을 의무로 받아들이기보다, 기쁨으로 넘치도록 바쳤습니다(5-10절). 곡식과 포도주, 기름과 꿀, 그리고 모든 소산의 십일조를 ‘쌓아 놓았습니다’. 이 넘치는 헌물은 단순히 의무 이행이 아니라, 회복된 관계 속에서 터져 나온 자발적이고 폭발적인 감사와 기쁨의 축제였습니다.
마치 고통받는 이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볼 때 평화의 길이 열리듯, 하나님은 가장 연약한 이들까지도 소외시키지 않으시며, 그들의 필요를 채우심으로써 당신의 사랑을 확증하십니다. 이 기쁨의 응답은 우리의 연약함과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사랑하시고 신실하게 돌보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압도적인지를 보여줍니다.
# 전심(全心)으로 사는 삶의 아름다움
히스기야 왕에 대한 성경의 평가는 이 모든 역사를 관통하는 중요한 통찰을 줍니다. 그는 "그 하나님 여호와 보시기에 선과 정직과 진실함으로 행하였으니"(20절) 범사에 전심(全心)으로 행했습니다(21절). 여기서의 '형통'(prosper)은 단순히 물질적 번영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온전함과 통일성을 회복하여 참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흔히 삶을 투쟁이나 경쟁으로 이해하며, 타인과 어깨를 견주려 하는 자만심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은 세상의 불의에 저항하는 동시에, 남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알고 겸손히 행하는 삶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믿음의 길이며, 우리 삶의 중심을 자기 힘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바꾸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광양사랑의교회 성도 여러분, 우리가 혹 신앙에 대해 회의를 느끼거나, 지친 일상 속에서 ‘내가 무엇을 더 해야 하는가’ 하는 강박에 시달릴 때, 기억하십시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은 변덕스럽지 않고 한결같습니다. 그분은 우리가 큰 나무가 되지 못했다고 책망하지 않으시며, 오히려 우리의 굳은 마음을 없애고 살갗처럼 부드러운 마음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우리가 먼저 할 일은, 이 놀라운 은혜 앞에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헛된 욕망과 망상을 뒤주 속에 가두고, 가장 연약한 이들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오신 하나님을 사랑과 연민으로 부둥켜안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에 힘입어 우리의 삶이 아름답게 무르익는 전심의 순례길이 되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평화의길벗_라종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