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만한 물가 - 25호
20120824 - 배달의 민족
우리 민족을 배달(倍達)의 민족 또는 겨레라는 표현을 쓴다. 익숙한 표현이어서 자주 사용했던 표현이지만 자료들을 뒤적여보니 출처가 분명하진 않고, 여러 설이 있어서 당황스럽게 한다. 고구려 말 밝달(빛의 산)이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도 말하고 밝은 땅, 빛의 민족이라는 표현도 있지만 일제강점기 이후에 급조되었을 수도 있다는 설이 사용을 꺼리게 한다. 한문의 의미만으로는 ‘갑절이나 뛰어나다'라는 의미도 있긴 한데 여하간 긍정적인 의미들이 약간의 자부심을 갖게도 한다. 최근에 ‘배달(配達)의 민족’이라는 배달 관련 포털 사이트와 앱이 만들어졌는데, 배달을 총체적으로 관리해 주는 회사로 의미는 다르지만 이름을 재미있게 지은 것 같아 인상적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 우리 사회에는 배달(配達)의 나라라 할 만큼 많은 배달 관련업이 있다. 가장 오래된 우편배달에서부터 음식 배달, 택배 배달 등 우리 삶에 밀접하게 존재하는 수많은 업종들이다. 갈수록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이 옮기는 물류가 멈추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불편 정도가 아니라 아마도 많은 소통 장애에서부터 경제에까지 미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도 언론에서 몇 번 다뤄지긴 했지만 이들의 열악한 근무 여건이나 노동력 착취 내지 박봉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된 데는 아직 우리 사회가 직업의 귀천에 대한 인식 부족, 그리고 노동에 대한 가치 절하의 풍조들이 여전히 성숙되지 못한 때문이다.
복지국가로 가는데 반드시 전환되어야 하는 생각이 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더불어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번 돈이 나 혼자 번 것이 아니라 적어도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므로 기꺼이 소득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야 한다. 더불어 노동에 대한 인식도 화이트 칼라든 청 칼라든 누군가 궂은일을 해 주지 않는다면 오늘 내가 먹고 배설하는 모든 과정들이 지금의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쉬이 직업의 귀천을 따지고 노동의 가치를 폄하한다. 거기다가 그런 사람들까지 무시하는 경향도 없진 않다. 이런 사고는 스스로를 부정하는 어리석음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폭염 속에서 그리고 폭염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내리는 폭우 속에서 땀과 비에 젖은 배달원이 가지고 온 물건을 받으면서 정당한 대우나 대가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도 그렇게 배달해 준 데 대한 고마움을 물 한잔 따뜻한 말 한마디만이라도 전해준다면 어떨까? 우리 사회 궂은일을 하는 많은 분들의 고마움의 가치를 바로 알고 자녀들을 향하여서도 바로 교육해 줄 때 직업 선택의 폭은 더 넓어질 것이며 불합리한 여건들에 대한 개선도 함께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폭우 속에 책을 배달해 준 배달원에게 음료수 하나 건네려고 냉장고에 갔다 오는 사이 어느새 사라져 버려 아쉬운 마음을 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