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만한 물가
20131115 - 죽은 시인의 사회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는 톰 슐만의 자전적 경험 이야기를 피터 위어(Peter Weir) 감독,로빈 윌리엄스(키팅 선생님 분) 주연으로 미국에서 1989년에 제작된 영화의 제목이다. 1959년을 배경으로 "전통, 명예, 훈육(규칙), 최고"라는 슬로건 아래 교육하는 보수적인 남자 사립학교인 웰튼 아카데미(Welton Academy)에 새로 영어 선생님(키팅)이 부임하는데, 시와 문학을 가르치면서 틀에 박힌 삶을 강요받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는 “죽은 시인의 사회"로 오역이 되었는데 “죽은 시인들의 모임"정도가 더 맞다. 키팅 선생님이 학창 시절에 만든 독서 클럽의 이름이다. 우리 나라에는 ‘사회'로 번역한 것이 우리 현실을 잘 반영하는 의미여서 오역이지만 선호된 것 같다.) 자신의 재능에 맞는 꿈, 강요받지 아니하면서도 자신들의 꿈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키팅 선생님의 교육방식으로 학생들이 새롭게 생동하는 즈음, 한 학생이 어렵게 고백한 자신의 꿈이 부모의 거절 앞에 자살을 택하게 되고, 학교는 이 문제를 키팅 선생님의 퇴출로 무마하려고 하는데, 마지막 선생님이 떠나시는 날 아이들은 이미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영향으로 깨어서 그 꿈을 계속 이어갈 것을 선생님의 별명을 부르고 고백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시(詩)는 몸으로 써야 한다고 말한다. 안도현은 그의 책 <가슴으로 쓰고 손끝으로 써라>에서 “시를 창작하는 일은 온 몸으로 하는 반성의 과정이며 현재 진행형의 사랑의 고투다"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시인은 “꿈과 현실, 집단과 개인, 감성과 지성, 성자와 창녀, 수다와 침묵, 욕망과 해탈, 감성과 지성, 내용과 형식, 관조와 참여, 예술성과 대중성,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에서 정처 없이 흔들리면서 고민하는 자, 그 어느 쪽으로도 기울이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서 갈등하는 사람"이라고 정의 한다. 그렇게 시인은 번민 가운데서 온 몸으로 시를 쓰며 사는 사람이다. 그런 시를 읽을 때 우리 심성은 동질감으로 전율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시인이 죽은 사회는 말 그대로 꿈이 사라지고 생명력을 잃어버린 죽은 사회다.
지금 우리 사회는 “죽은 언론의 사회"로 보인다. 월튼 아카데미처럼 많은 언론들이 있지만 뭔가에 짓눌려 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글과 신문 찌라시와 매스미디어에 영상은 보여지고 말은 많지만 정작 내야 할 소리, 해야 할 말, 외쳐야 할 글이 죽어간다. 매스 미디어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현재 진행되는 이슈에 대해서 공중의 생각, 토론을 설정하여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 문제를 결정한다는 ‘의제 설정 이론’, 하나의 특정한 의견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인정되고 있다면, 반대되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은 다수의 사람들의 고립에 대한 공포로 인해 침묵하게 된다는 ‘침묵의 나선 이론’.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러한 이론의 부정적인 모습들이 죽은 언론들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정작 말하고 보여주고 외쳐야 할 것들에는 침묵하고 뜬금없이 선정적이며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나 우리와 무관한 우민화한 이야기들로 지면과 시간과 영상을 채우는 모습들, 그 속에 뭍혀지는 너무도 소중하고 중요한 이슈와 이야기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 및 실천요강이 언론자유 수호, 공정보도, 품위유지라고 한다. 그러나 권력과 금력에 휘둘리고 내외부의 압력에 굴한지 오래고, 진실과 객관성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고, 온갖 특혜나 편의에 물들어 강령과 요강을 버린지 오래인 듯 싶다. 언론이 더 이상 그들의 제 역할을 하지 않을 때 언론은 사회를 위협하는 흉기가 되고, 결국에는 그들 스스로를 죽이는 도구가 될 것이다.
우리는 비록 미완성이지만 짧은 시간 잠시 민주주의를 맛보았다. 그런데 우리의 키팅 선생님은 추방되었다. 그리자 다시 이전의 망령들이 되살아나 전통과 국가 기강과 보수의 미명 하에 자행되는 압력이 또다시 기승을 부리려 한다. 그러나 키팅 선생님이 떠나던 날 이미 새로운 꿈을 맛본 월튼 아카데미의 아이들이 책상 위에 올라가서 캡틴(키팅선생님을 부르는 별명)을 외쳤던 그런 용기를 가진 언론들이 깨어나고 그로 말미암아 민중도 함께 깨어나서 결코 우리가 잃어버려서는 안되는 소중한 것들을 다시 지키고 왜곡된 것들을 바로 고치고, 자유와 민주를 외치고 말하며 제 역할을 온전히 감당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오 캡틴 마이 캡틴(Oh Captain, my Capt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