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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화의길벗 라종렬 Nov 20. 2021

나는 소리입니다. 빈들에서 외치는…

20211108

<나는 소리입니다. 빈들에서 외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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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자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 그래서 늘 잊지 말아야 할 자세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설교자는 청중이 설교자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을 바라보고 만나고 집중하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설교자의 언변과 외모와 다른 매력을 부각시켜 하나님을 바라보게 해야 할 청중을 오히려 자신에게 집중하게 해버린다면 설교자와 청중 모두 크나큰 과오에 빠지게 됩니다. 

*

이는 예배 때에도, 설교를 들을 때에도, 성경을 묵상할 때에도, 기도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하나님을 알고 만나며 그분의 뜻을 알게 하고 만나고 집중하도록 해주는 것에 촛점을 맞춰져야 합니다. 

그렇게 바르게 설교되고 바르게 듣고 바르게 바라보는 훈련된다면, 일상에서 여타의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사건들을 겪고, 사사로운 일들 속에서도 하나님의 역사와 뜻을 깨닫고 읽어내는 영적 감각과 분별력 있는 지혜를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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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하나님께 쓰임받는 이들의 공통점 중에 하나는 모두다 소외되고 연약한 자들이라는 것입니다. 모두 흠이 있고 부족한 인간으로 이들은 누군가의 도움 특히 하나님의 도우심 없이 스스로 살 수 없는 자란 뜻이지요. 그런 이들이 쓰임받으며 사는 이유는 훌륭하고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런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손에 붙들리면 하나님의 능력이 모든 역사를 가능케 한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가장 약할 때에, 가장 절망적일 때, 사방에 우겨쌈을 당하여 사람의 능력으로 출구가 보이지 않을 때에, 척박한 광야에서, 소외된 이들의 현실 속에서 마침내 역사가 일어나는 바로 그때,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이 하신 것임을 온전히 알게 하기 위함입니다. 더불어 하나님의 관심이 이런 소외된 자들 자체에게도 관심이 있으시지만 그런 부족한 이들을 통해 일하시는 이유는 이 모든 역사가 온전히 하나님의 주권하에 있음을 알게 하기 위함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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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타칭 왕이라 하는 이들이 득세하고 있고, 그런 이들을 지도자로 세워 그들에게 희망을 걸고, 줄을 대는 상황들이 현재 진행형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께 유일한 소망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을 무수히 고백하고 설교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우리가 가진 알량한 힘과 능력과 소유와 오래가지 못할 허망한 권력과 권세들과 성취 앞에서 쉬이 보이지 않는 하나님보다 더 그러한 것들을 의지하고 소망을 두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우리는 역사와 근자에 너무도 많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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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지금 이 허탄한데 혹여 우리의 마음과 소망을 두고 있다면 정신 차려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영원한 소망되시는 주님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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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우리가 그분을 만나고 그분을 알고 그분의 뜻을 깨닫게 되면, 우리 하나님은 우리보다 더 우리를 사랑하셔서 우리가 수없이 넘어지고 곁길로 가고 허망한 것들에 빠져 있을 지라도 포기 하지 않고 오래 참음으로 긍휼을 베풀고 계심을 알게 됩니다. 그런 주님을 더 기다리게 하지 말아야 하고, 그런 주님을 바라보게 해야 하고, 그런 주님을 가리우고 허탄한 것을 보게 하는 우리 앞의 모든 것들을 내려 놓아야 할 것입니다. 탐욕은 거룩한 것을 보지 못하도록 우리의 눈을 가리우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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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에 선 설교자가 까운을 입는 이유, 로만칼라의 와이셔츠를 입는 이유, 화려함을 버리고 단순한 색으로 옷을 입는 경우, 최대한 몸을 가리는 이유, 자기 부인을 해야 하는 이유 등등 모두다 자신은 가리키는 도구로 쓰일뿐 스스로를 부각하거나 집중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니 설교자가 조명되어서도 안되고, 존경을 넘어 추앙하도록 해서는 결코 안됩니다. 그렇게 대접받다가 어느새 자신이 도구라는 사실을 망각하는 순간 그는 스스로 그분의 자리에 서서 군림하면서도 그것이 심각한 불의함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넘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다시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나락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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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리일 뿐입니다. 그러니 스스로 자신을 높여 허탄하고 허망한 데 소망을 두지 않으며, 겸손히 하나님을 높이고, 나의 손을 가리며, 다만 주의 도구로서, 말씀을 맡은자의 소임을 온전히 감당하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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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흥해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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