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함이 기분 좋은 날
오늘따라 공원 운동장이 시끌시끌하다. 무슨 일이지?
근처 초등학교에서 작은 체육대회를 열었나 보다.
오랜만에 아이들이 잔뜩 서있는 모습을 보았다.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아이들이 잔뜩 있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고 좋은 걸 보면.
나도 끼어서 달리기 한번 해보고 싶어지는 마음.
나의 달리기 친구, 둘째 딸.
지금은 홈스쿨을 하고 있지만 한때 전교생이 15명인 작은 시골 초등학교를 다녔었다.
학생들이 주르륵 줄 서 있는 것을 보고 "와~ 학생이 이렇게 많을 수도 있구나~" 한다.
한 학년이 10반이 넘고, 한 반에 50명이 넘는 학생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던 시절을 살아온 나는, 오히려 '학생수가 많이 적어지긴 했구나' 생각했는데 역시 다 자기가 살아온 우주로 세상을 판단하는 법인가 보다.
가장자리 트랙은 비워져 있어서 트랙을 달렸다.
달리면서 아이들이 선생님 말씀 듣는 모습도 보고 춤추는 모습도 보았다.
예전처럼 긴 훈화말씀은 없다.
선생님들도 시대를 읽고 변화하시나 보다.
노랫소리가 공원을 가득 메우고, 아이들이 뛰어 나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의 아이는 저렇게 앞에 나가서 춤추는 건 딱 질색이라며 자기 일도 아닌데 자신이 창피해했다.
나도 내가 추는 건 질색인데, 바라보는 건 이렇게나 흐뭇하구나.
요즘 아이들은 방송댄스 같은 걸 출 줄 알았는데, 여전히 막춤이다.
팔다리 마구 휘저으며 알 수 없는 동작으로 음악을 즐긴다.
저 용기! 저 자신감! 저 뻔뻔함! 너무 멋진데.
경기하는 모습도 보면 재미있을 텐데.
아이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 흐뭇해하며 사진을 찍고 있으니 나의 아이가 질투를 한다.
"다른 애들 쳐다보지 마! 엄마는 나만 봐야 돼요!"
안 그래도 매일 바라보고 있는데 웬 질투람.
건강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도 흐뭇한 일이지만, 질투심을 뽐내는 나의 사춘기 소녀를 독차지하고 바라보는 것 또한 흐뭇한 일이니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돌아온다.
마을 체육대회 같은 거 안 하나.
이런 축제 분위기 너무 좋은데.
나가서 춤은 못 춰도 달리기 정도는 나가서 상품 하나쯤 받아올 수 있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