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렇게까지 버티고 있었을까?

by 경리언니찐나

어느 날 출근 준비를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도 버텨야 한다.”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회사에 가기 싫은 것도 아니었고 일이 싫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나는 내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회계를 시작한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

제조업, 급식업, 건설업.

여러 회사를 거치며 숫자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회계는 실수하면 안 되는 일입니다.

숫자 하나가 틀리면 그 순간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늘 긴장 속에서 일했습니다.

숫자를 다시 확인하고 자료를 다시 검토하고 혹시라도 틀린 것이 없는지 계속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나는 오래 버텨왔습니다.

IMF로 집이 무너졌던 어린 시절 등록금을 계산하며 살았던 스무 살 회계를 시작하며 버텨온 20년.

시간이 지나면서 경력도 쌓였습니다.

직급도 올라갔고 연봉도 올라갔습니다.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이제 자리 잡았네요.”

하지만 어느 날 몸이 먼저 멈춰버렸습니다.

밤에는 잠이 오지 않았고 아침에는 출근 생각만으로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회사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이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버티고 있었을까?

회사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그동안 쌓아온 시간 때문이었을까요?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나는 처음으로 멈춰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쉰다는 것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멈춘다는 것은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살아가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이라는 것을.

이야기는 회계 일을 하며 살아온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회사에서 버티고 있는 누군가,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누군가, 지금도 지쳐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오늘 출근길이 조금 버겁다면

잠시만 숨을 고르길 바랍니다.

우리는 종종 버티는 것만 배워왔습니다.

하지만 인생에는 잠시 멈추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일이 아닌 나의 이름으로 사는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