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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소향 Sep 10. 2021

조피디의 <낭만적 인간과순수지속>

"오늘이 어제의 나를 만든다."

책을 읽다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학보모 모임이 생겨나면 다들 알게 된다. 저 아이가 조피디 아들이구나, 한다. 

그러는 순간 이미지 관리는 끝이다. 내가 아무리 근엄한 척하고 지식을 뽐내도 그 사람에게 난 아들 친구의 아버지가 아니라 가수 조PD다." 


선입견. 

힙합가수가 써 내려간 책을 처음 접한 내 느낌도 그랬다. 

가수는 노래로 증명하는 직업이고, 좋은 노래를 만들면 될 텐데 왜 굳이 글을 썼을까? 

힙합가수가 책을 통해 독자와 만나며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평소의 나라면, 당연히 이러한 선입견으로 인해 들춰보지 않았을 책이지만, 우연한 기회에 읽으며 조피디라는 힙합가수가 왜 글을 썼는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느껴졌다. 


직관과 경험.

저자 조피디의 인생을 관통한 두 단어는 직관과 경험이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객관적인 증거와 합리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을 내리기보단 자신의 직관을 믿고 의사결정을 하는 순간들이 꽤 많다. 

저자 또한 음악을 만들 때, 직관의 힘을 가장 믿었다. 음악은 누군가가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을 모방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그때 필요한 것은 직관이다. 

내가 추구하는 음악이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만의 직관, 확신이 필요한 것이다. 

직관은 때론 독선과 아집으로 변질될 수 있기에, 다양한 인생의 경험과 가보지 않는 길을 걷는 용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관점과 직관을 키웠기에 이제까지 소신껏 자신의 음악을 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직장인의 삶을 사는 우리에게도 나만의 관점과 직관의 힘이 있을까? 생각해본다. 

어쩌면 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가 아니기에 그런 삶은 나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기에 모두가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고, 또 되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나만의 관점이 없다면 난 누군가로 대체될 수 있고, 영영 내 본모습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직관과 경험이라는 두 단어는 평소에 많이 듣는 단어이면서도 그렇게 가볍게 보이는 단어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20대의 힙합청년과 40대의 가장. 

힙합하는 청년에서 음반 기획자 그리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되는 과정 속에서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과 삶의 철학을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이 책 곳곳에 보였다. 

힙합을 잘 듣지는 않아도 <친구여>와 <Hold the line>과 같은 곡은 내게도 꽤나 친숙한 음악이다.  

하지만 가수는... 더더욱 힙합가수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중들에게 잊혀지기 마련이다. 

10대 20대들이 좋아하는 힙합음악을 40대 50대의 장년이 나와한다면 누가 좋아하며 들을까. 

더구나 나이가 들면 랩은 숨이 차서 따라 하기도 벅찬다. 

그래서 힙합가수가 아닌 가수를 키워내는 음반기획자로 더 열심히 노력하여 두 아이에게 더 멋진 아버지가 되고자 저자는 더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피디뿐만이 아닌 우리의 삶도 그렇다. 이제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사라지는 직업과 새로 생겨나는 직업도 다양해졌다. 

그 안에서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나를 지키며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삶을 꾸려가야 하는지 깊게 고민하며 행동하며 자신을 조금씩 더 가꿔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 삶의 철학이 담겨진 그의 글들이 그래서 조금씩 마음에 들었다. 

인생의 큰 방향이란 직업과는 다르다. 하고 싶은 일의 본질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통역사라는 구체적인 직업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매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어야 한다. 그러면 자동 통역기가 나와도 얼마든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다. P168 

Better late than never 
일단 그 분야에 발을 담가야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고, 그 뒤에야 비로소 계획다운 계획을 세울 수 있다. P173 

Like it 
소셜 미디어와 연예인의 삶은 어항 속 물고기와 비슷하다. 타인이 나를 주목하는 데 의미를 둔다. 처음엔 누가 나를 지켜보고 알아봐 주는 것이 좋지만, 시간이 지나면 뭐든 적당히 할 수 있는 삶이 가장 편하다. P214 

자발적 고립의 즐거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반드시 무리 속에서 살아가야 하지만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혼자는 나와 친해지는 시간이다. P219 

오늘이 어제를 만든다. 

많은 사람이 오늘을 알차게 보내야 미래가 밝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오히려 과거가 좋아진다고 믿는다. 

오늘을 열심히 살아서 좋은 성과를 낸다면 과거 내가 내린 선택이 옳은 결정으로 판명되는 셈이다. 



이 책 한 권이 조피디의 인생이라 말할 수는 없다. 글은 100% 다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열심히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정리해서 글을 쓴다는 건 그 모습 그대로 삶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저자의 의지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 그때 그 선택을 한 과거의 내가 더 빛이 난다는 그의 말은 우리의 삶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그렇기에 과거에 내가 내린 그 선택에 후회가 없으려면 현재의 나는 더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 


어쩌면 저자가 본인에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지 상상하며, 

래퍼의 삶을 조금은 들여다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다. 

Better late than never



*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제품 및 소정의 원고료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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