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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소향 Aug 14. 2021

인문학이 필요한 시간.

함께 읽기.

한때 '1년에 100권 읽기'와 같은 다독에 미쳐있던 때가 있었어요. 뭔가 책을 많이 읽으면, 대단한 사람이 될 것 같고, 남보다 더 유식해질 것 같은 그런 기분에, 쌓여가는 필사노트를 보며 흐뭇해하던 그런 시절. 

잡학다식도 늘어가는 것 같고, 술 마시는 돈보단 책 사는 돈은 뭔가 나에게 더 투자하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더라구요. 시간이 흘러 읽었던 것은 자꾸 휘발되어 내 안에 남지 않고, 쌓여가는 책을 보며 나도 글(리뷰)이란 것을 써보자 마음먹었던 때도 아마 그때쯤이었던 것 같아요. 


소소한 리뷰에 방문자가 늘고, 포털 메인에 글이라도 띄워지면 방문자가 어마 무시하게 느는 것을 보며, 글쓰는 재미를 알아갔어요. 아니, 어쩌면 사람들이 주는 글에 대한 관심이 필요했나 봐요. 

처음 포털사이트에 글이 소개된 날, 엄청 흥분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그 순간도 한번, 두 번 반복되다 보니 그 감흥도 조금씩 수그러들게 되더라구요. 


읽기와 쓰기에 에너지가 점점 고갈되어 갈 때, 삶은 정신없이 바빠지기 시작했어요. 

그 무엇보다 밥벌이가 우선이기에 현실의 삶이 바빠지면 가장 먼저 포기하게 되는 일이 바로 읽기와 쓰기였어요. 글은 나의 내면을 풍부하게 해 줄지 몰라도, 당장의 생계를 책임져주지 않는 하나의 취미활동에 불과했으니까요. 

그렇게 힘겨운 시간이 지나가고, 다시 평온한 주말이 찾아왔을 땐, 전 읽기와 쓰기를 전처럼 하지 않았어요. 

읽고 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지만,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활동은 참 많아요. 아무것도 안 하기, 너튜브와 넷플릭스, 친구와의 술자리 등 제한된 자유시간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참 많았어요. 

그에 반해 읽고 쓰는 건, 일하는 것과는 또 다른 에너지를 필요로 했어요. 

책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개그맨 황제성보단 덜 재미있었고, 

글을 쓰는 건, 쓰면 쓸수록 자꾸 부족하다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더 쓰기 싫어지는 이상한 현상이....;;;) 


그렇게 읽기와 쓰기를 삶에서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계속 생각이 났어요. 

책을 읽진 않더라도 요즘 나온 책은 어떤 책들이 있는지, 

글은 쓰지 않더라도 타인의 글은 열심히 읽고 있는 제 모습을 보며 

마음 한켠엔 읽고 쓰는 삶을 계속 바라고 있었나봐요.  

읽고 쓴다는 건,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지만 그만큼 시간을 알차게 보내며 나를 알아간다고 생각되는 활동인 것 같아요. 또 혼자 다짐하고 지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렇게 남겨라도 두면 뭔가는 또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글을 쓰게 됩니다. 

https://unsplash.com/photos/1MHU3zpTvro

읽다. 

어떤 책이 내게 도움이 될까 생각해보면 전 항상 인문학 도서였던 것 같아요. 

사람마다 인문학의 정의는 다르지만, 제게 있어 인문학은 사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 인문학이었어요. 다양한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집중이 잘되고 배워서 한껏 사용가능한 인문학 도서를 집중해서 읽어보려구요. 

세분화하자면, 사랑/글쓰기/인간에 대한 고찰/심리학 이런 책들을 주로 읽어보려구요. 

너무 어려운 고전이나 철학은 아직 제 역량으론 무리인가봐요. 저자가 쉽게 설명해준 고전이나 철학서는 간혹 읽어보겠지만, 너무 난문인 도서는 읽지 않으려해요. 


함께 읽다. 

혼자 읽다 보면 항상 조금씩 아쉬움이 있어요. 같은 책을 읽은 누군가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궁금한 순간들이 있거든요. 특히 많은 영감을 받은 책을 읽은 후에는 더욱더 그런 감정이 밀려와요. 

그런 연유로 제가 읽고 좋았던 책을 가지고 독서모임을 만들어봤어요. 2주 뒤에 열리긴 하지만, 코로나가 절정인 시기라 많은 걱정이 있지만 두 달 전부터 계획된 모임이라 마스크 잘 쓰고 진행해보려 해요. (2주 뒤엔 코로나가 조금은 진정되었으면 좋겠네요.) 

제게 감명 깊었던 책이 있듯이, 타인의 감명 깊은 도서도 추천받아 읽고싶은 마음에 함께 읽기를 기획해봤어요. 


쓰다. 

읽고 나면 항상 무언가 쓰려고 하는 습관이 있어요. 생각을 정리하여 발행한 그 순간의 글은 제가 남긴 그 책에 대한 생각과 잔상일 거예요. 시간이 흐르면 그 잔상도 사라지겠지만, 생각하는 습관과 습작처럼 남겨진 글은 말을 할 때나 또 다른 글을 쓸 때 조금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발행하기에 항상 부끄럽지만, 그런 연유로 계속 글을 써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글을 써보려 계속 노력해볼게요 :) 



책을 읽지 않아도, 글을 쓰지 않더라도 삶은 아주 무난하게 흘러가요. 

어쩌면 읽고 쓰는 행위 자체는 의미가 있지 않을 수 있어요. 읽고 씀을 통해 또 다른 무언가를 기획하고 실행하고 내것으로 만들어 나만의 생각과 글이 된 순간, 책이 되고 강연자가 되고 작가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전 아직 그런 재주는 없지만, 계속 써보려구요. 

쓰다보면 뭐라도 남거나...아니면 뭐라도 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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