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그레이엄의 글을 읽고.
유명한 대도시는 사람들에게 그 만의 독특한 메시지를 보낸다고 한다. 금융의 중심 뉴욕은 당신은 더 부자여야 한다. 당신은 더 아름다워야 한다. 혁신의 중심 샌프란시스코는 당신은 더 영향력 영향력 있어야 한다. 지식의 중심 캠브릿지는 당신은 더 똑똑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있는 이 도시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나는 캐나다의 한 해안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그 지리적 이점으로 캐나다의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작지만 강한 도시이다. 이민자로 이루어진 국가의 도시답게 전 세계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사회를 이루어 살아간다. 덕분에 이 도시는 인종적, 사상적으로 다양성이 넘실댄다. 이 곳에서 당신은 여러 색깔의 피부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것이고, 사상적 문화적으로 정말이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1-100 스케일이 있다면 20에서 96 사이의 사람들을 모두 만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도시는 정말 신기한 게, 그런 다양한 사람들이 섞이는 듯 안 섞이는 듯하며, 어쨌든 저 나름의 화음을 내며 사회를 유지해가고 있다. 이런 걸 보면 이 도시가 내가 보내는 메시지 중 하나는 당신은 더욱 adaptable 해야 한다가 아닐까 싶다.
이민자로 이루어진 부유한 해안도시. 이 도시는 부유하다. 물론 앞서 언급한 금융의 중심지 뉴욕만큼은 아니지만, 이 도시는 충분히 부유한 도시이다. 이 도시에는 캐나다에서 제일 규모가 큰 쇼핑센터가 있고, 그 쇼핑센터는 이름만 들어도 '우와' 할 만한 하이엔드 브랜드로 가득 차 있다. 다운타운은 수영장, 파티룸, 짐이 완비된 고급 콘도미니엄으로 가득 차 있고, 거리를 산책하다 보면 벤츠, 페라리, 마세라티 등 자동차를 모르는 나 조차도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고급차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즉, 이 도시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당신은 더욱 부유해야 한다라는 메시지도 보내고 있다.
추가로 언급하고 싶은 건, 그 차를 몰고 있는 사람들은 보면, 백인 남성뿐 아니라, 동양인 여성과 같은 마이너들도 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도시는 성별과 인종을 떠나 '가능성'이라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기도 한다. 그리고 그 암시는 부유해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야망을 불어넣어준다.
그렇다면, 이제 이 메시지가 내가 찾는 메시지인가를 생각해 볼 차례이다. 나는 야망 있다. 나는 성공하고 싶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 이 정도까지 들으면, 이 도시는 나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일 것이다. 하지만, 이 도시에 거주하면 할수록 나는 무엇인가 빠진 듯한 허전함이 든다. 누군가 내게 이 도시에 대해 물어보면 나는 항상 이렇게 대답한다. "I like this city, but i always feel there's something missing."
폴 그레이엄은 야망은 양립 불가하며 존경은 제로섬 게임과 같다고 했다. 따라서 도시는 한 개의 야망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깐, 나는 단순히 부유한 개인이라는 야망을 넘는 또 다른 야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 나는 16살에 뭐가 하고 싶은지 깨닫지 못해, 아직도 나는 야망이 어디로부터 오는지 찾고 있다. 그리고 여러 야망 중 단순한 '부자'는 진정한 지향점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지금, 내게 남은 숙제는 내 허전함을 채워 줄 수 있는 퍼즐 조각을 찾는 것이다.
PS. 폴 그레이엄의 도시와 야망이라는 글을 읽어보시고 싶은 분을 위해 링크 남깁니다.
http://www.paulgraham.com/citie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