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하시는 거죠?

새로운 꿈이 생겼다.

by 시연


관광객이 많은 주말에도 저녁 6시가 넘으면 서점 안은 조용하고 밝다. 남편은 이제부터 자리에 앉아 손님들이 팔고 간 책을 닦고 점검한 후 값을 매긴다. 나는 값이 매겨진 책을 책장에 꽂으며 가지런히 정리한다.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는 엄마 아빠와 함께 놀러 가고 싶지만, 쉬는 날도 변변치 않고 여건이 허락하지 않으니 동네 한 바퀴를 돌거나 서점에서 노는 것이 고작이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도록 우리 가족은 놀이동산 한 번을 못 가봤다. 엄마 아빠 덕분에 주말을 서점에서 보내는 아이는 서점을 놀이터 삼아 다양한 놀이를 만들기가 일쑤. 손님이 뜸할 땐 책장 사이를 오가며 잡기 놀이하자 조르기도 하고, 쫑알쫑알 쉴 틈 없이 재잘대다가도 만화책을 고르는 순간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글 책 좀 읽으라는 엄마의 말은 잔소리로라도 들리기는 하는 건지.......


그 사이로 '드르륵' 문이 열리더니 손님이 들어오신다. 마음에 와 닿는 책이 있었는지 오래지 않아 책값을 묻는 손님의 목소리가 책장 너머로 들린다. 두세 권쯤 되었을까?

책값을 지불하며 남편에게 하는 말,

“재미로 하시는 거죠?”

”... 아!... 아니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난, 가만히 그들의 음성을 곱씹었다.



KakaoTalk_20200417_100524037.jpg
KakaoTalk_20200505_231111219.jpg



'재미로 하시는 거죠?'라고 묻던 손님의 음성은 적당한 빠르기로 나지막했지만 환했다. 잠깐이었지만 서점의 분위기와 우리 가족의 움직임 또는 행동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즐겁게 일하는 것 같다는 긍정적인 느낌이었다. 물론 저렴한 책값도 한몫을 차지했을 것이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던 남편의 대답에 '생계형 이예요~'라는 말이 생략된 것 같아 웃음이 나왔지만, 생계를 걱정하지 않고 재미로 서점을 운영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나에게 새로운 꿈이 더해졌다.



서점을 재미로 운영하자!


"아이가 방학을 하면 서점도 한 달 동안 쉬는 거야. 조용한 시골에 가서 책을 쌓아놓고 실컷 보는 거야. 들로~, 산으로~, 바다로~, 그러다가 가끔은 심심해도 좋을 것 같아. 이왕이면 밥도 사 먹었으면 좋겠어. 사 먹다가 그것도 질리면 그땐 모락모락 냄비 밥을 지어줄게. 소찬이어도 맛있을 것 같아! 정신없이 바쁜 일상에서 심심한 게 뭔지 모르겠는 우리한테 일 년에 한두 번은 '나에게 주는 선물'로 그렇게 보내는 거야. 꼭 시골이 아니어도 좋아. 해외여행도 하고 싶어. 정말 꿈같은 일이지만 혹시 알아? 꿈이 이루어질지......."


'이 꿈이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즐거운 상상에 빠진다.



이전 09화그 엄마에 그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