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주와 너의 우주의 만남
스치는 많은 인연 속에서,
인연은 언제나 필연인 듯 가장한 우연의 모습으로, 어쩌면 이 세상 가장 기막힌 '타이밍'이 만들어낸 심오한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우연처럼 다가와 필연이 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아련히 멀어져 가는 인연이 머물다 간 자리는... 그 시간이 길든 짧든, 누군가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고 지나가는 회오리바람 같습니다.
이외수 작가님은 "인연이란 건 억지로 맺을 수도, 끊을 수도 없는 것. 다만 때를 만나 서로 스며드는 것이다."라고 말했고, 파울루 코엘류는 “모든 인연은 나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주러 온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광활한 우주 속, 셀 수 없이 수많은 별들 중에 하나인 내가 또 다른 '너'라는 별과 마주하는 순간은 신비롭고 기적적인 일입니다. 어쩌면 태어나기 이전부터 정해진 운명처럼, 수많은 선택과 숙명이 실처럼 엮어낸 필연의 그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여름 소나기처럼 내 영혼을 뒤흔들고, 잔잔한 마음의 호수에 파문을 일으키듯 내 삶의 풍경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기도 하는 인연!
나의 우주와 너의 우주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각자의 속도와 방향을 존중하면서 같은 궤도 위를 충돌 없이, 서로의 낯선 풍경에 익숙해진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습니까!
화려한 모습으로 애써 치장하지 않아도, 그저 그 자리에 묵묵히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깊은 위안이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의 기쁨이 너의 기쁨이 되고, 너의 슬픔이 나의 슬픔으로 여겨져 기꺼이 곁을 내어주는 그런 인연 앞에서 비로소 자신의 가면을 벗고, 가장 진솔한 나 자신으로 서게 됩니다.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홀로 태어난 외로운 존재! 결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들! 서로에게 기대고, 서로를 일으켜 세우며 함께 걸어가는 여정 속에서 비로소 무한한 사랑의 의미를 배워갑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하루를 조용히 흔들고 간, 혹은 영원히 마음속에 기억될 아름다운 인연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어느 순간 운명처럼 서로에게 깊이 스며들며 삶의 한 페이지를 함께 채워가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삶이란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진 인연들을 발견하고, 그 인연의 참된 의미를 깨달아가는 여정이 아닐까 합니다.
세월이 흐르고 아픔의 자리에 새살이 돋아날 때쯤, 우리는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우리를 아프게 했던 그 인연의 파편들은 어쩌면 가장 혹독하면서도 가장 필요한 성장의 씨앗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그 아픔으로 인해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깊이 돌아보고, 타인을 이해하며, 때로는 용서하고, 때로는 단호하게 선을 긋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깨지고 부서지는 고통 속에서 우리 내면의 가장 단단한 부분을 발견하고, 한 뼘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는 것이지요.
아웅다웅 고집하며 살아가는 것 또한 삶의 일이지만, 하늘의 저 사라져 갈 뜬구름처럼 나에게 어울리는 인연이 어느 순간 다가와 머물다,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떠나가는 것 또한 살아가는 일임을 깨닫습니다.
법상 스님의 『눈부신 오늘』이라는 책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너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고 말하지 말라. 너만 아니었으면 내 삶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사실은 그 모든 것이 내 문제요, 내 책임이다. 그 사람, 그 사건, 그 인생은 온전히 내가 불러들인 것일 뿐이다. 책임은 언제나 상대가 아닌 내게 있다. 내 안에 있는 것이 내 밖에서도 잘 보이기 마련이다. 타인에게서 찾아낸 단점은 발견과 동시에 내 안에서도 덩치를 키우고 견고해지며 공고해진다는 점이다. 타인에게서 무엇을 보든 그것은 내게로 와 나의 일부가 된다."
진정한 인연은 억지로 과장하지 않습니다. 애써 붙들지 않아도 곁에 머뭅니다. 진정 오래 함께할 인연은 서로를 위해 자신을 비울 줄 아는 지혜를 가집니다. 자신의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기꺼이 마음의 자리를 내어주는 그 여백 속에서 관계는 훨씬 따뜻해지고 단단해집니다. 마음이 비워진 공간에 비로소 진정 소중한 것들이 살며시 들어섭니다.
스쳐 가는 인연과 영원히 머무는 인연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마음의 거리'**입니다. 비록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이 가깝다면 늘 함께 있는 것과 같고, 가까이 있어도 마음이 멀다면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쉽게 흩어지는 인연은 서로의 감정이나 공감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자신의 주장만을 고수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살다 보면 억지로 붙잡아도 멀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헤어져도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되는 인연도 있습니다. 우리는 어느 순간, 맞지 않는 사람에게 억지로 자신을 맞추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진정 지켜야 할 것은 바로 '나 자신'과 내 마음의 평온이니까요. 내 사람이라면 멀어져도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어 있고, 내 인연이 아니라면 놓아주는 용기 또한 필요합니다. 그 사람에게도 그 사람에게 맞는 소중한 인연이 있을 테니까요.
떠나는 인연 굳이 원망하며 욕할 필요 없습니다. 나와의 인연이 여기까지임을 알게 되면, 그저 흘려보낼 용기가 생깁니다. 흘러가는 것은 그저 흘려보내고, 내 곁에 머무는 소중한 인연들을 온 마음으로 감사히 여기며 살아가야 합니다. 인연은 그렇게 왔다 그렇게 갑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인연, 어떤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할까요? 로마의 철학자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는 진정한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몇 가지 지혜로운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 자신의 진심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사람: 좋은 사람은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표현합니다. 그들은 거짓말을 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속이지 않습니다. 설령 욕심이 있다면 그것을 숨기기보다 솔직하게 인정하고, 자신의 감정에 정직한 모습을 보입니다.
� 힘들 때에도 당신 곁을 지키는 사람: 세네카는 즐거울 때만 당신을 찾는 관계의 덧없음을 경고합니다. 기쁠 때 함께 웃어주는 사람은 많지만, 당신이 불행하고 어려움을 겪을 때에도 변함없이 곁을 지키며 당신의 짐을 함께 짊어질 수 있는, 마음이 성숙한 사람이야말로 진정 귀한 인연입니다. 즐거울 때만 당신을 찾는 이는 당신이 불행할 때 가장 먼저 떠날 수 있는 사람임을 기억하고, 어려움 앞에서 쉽게 떠날 관계라면 현명하게 거리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 마음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 사소한 일에 일희일비하며 감정의 파도를 타는 사람은 당신의 영혼을 지치게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함을 유지하며, 외부 상황에 쉽게 요동치지 않는 사람과 가까워질 때 비로소 당신의 내면도 평화로워질 수 있습니다.
�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 세네카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시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거나 남의 시간을 함부로 대하지만, 자신의 시간을 귀하게 여기고 타인의 시간 또한 존중하며 약속을 소중히 지키는 사람은 그 자체로 깊은 신뢰를 주는 존재입니다.
� 고독 속에서도 자신과 마주할 줄 아는 사람: 홀로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고독 속에서도 자신과 깊은 대화를 나눌 줄 아는 사람은 건강하고 단단한 내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과의 관계가 편안한 사람이야말로 타인과도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배려심: 타인의 감정과 상황을 깊이 헤아리며,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하여 신중하게 행동합니다.
책임감: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고,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사과하며 개선하려 노력합니다.
친절함: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 그들의 의견을 듣고 이해하려 노력하며 친절하게 대합니다.
신뢰성: 한번 맺은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 필요할 때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믿음직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