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그냥 미친년처럼 살거야”라는 친구의 말에 풋. 하고 어이없는 웃음이 나면서도 나도 모르게 진심으로 “그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베프였던 고등학교 동창 5명 중 3명은 진작에 결혼을 해서 학부형이 되어 애들 키우느라 바쁘다.
간신히 생일에 한번씩 얼굴을 본다. 한명은 호주로 이민을가서 남은 네명이 일년에 4번 보는 셈이다.
그나마 생일이라도 서로 챙겨주자라며 이어온 정기 모임으로 이것마저 없었으면 우리의 인연은 어쩌면 끊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나와 또 다른 싱글인 친구. 서로가 서로를 위안으로 삼으며 부쩍 요즘 심적 의지를 하며 지내고 있다. 자신감 넘치던 20-30대를 지나 40대가 되니 마음 약해지는 부분도 알게 모르게 많고, 요즘 비혼이 많다고는 하지만 주변 우리 세대를 둘러보면 결혼해서 자기들 가정을 꾸리고 정신없이 살아가고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소수자로서 때론 소외감과 고충을 느끼기도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공감대가
우리를 더 끈끈하게 만드는게 아닐까 싶다.
친구는 요즘 소개팅 어플에 빠져있다. 그것도 내가 얼마전에 소개팅 어플에 대해서 말해준 적이 있는데 의심과 조심성이 많은 친구는 “그런거 하다가 장기털리면 어떻게 하냐?”라며 듣더니 장기털릴 각오를 했는지 요즘 신문물이라도 알게 된 듯 매일 핸드폰을 붙잡고 소개팅앱을 구석구석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40대 여자를 여기서는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몰라”, “임호님(이모)”, “(둘이 같이) ㅋㅋㅋㅋ”, “나 임호님이다.”
나라면 임호님으로 불리면 현타가 오면서 앱을 삭제해버릴 것 같은데, 친구는 심지어 게시판에 올라온 “시간되시는 임호님 차 한잔해요”라는 게시물에 댓글을 써서 즉석만남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25년동안 본 적 없는 친구의 쿨함의 수준과 학습 능력이 그저 감탄스러울 지경이다. 나름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면서 즐기고 있는 모양이다.
30대에는 이래야하고, 40대에는 이래서도 안되고 저래서도 안되고. 그 놈의 나이타령. 연령대별 행동강령이 있는 것처럼 주변에서 조언이랍시고 하는 말들. 그런말을 싫어하면서도 내 나이에 이정도 사는게 정상인가 비 정상인가, 정상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안도하고 비 정상인것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불안해하는 내 모습을 소개팅 어플이라는 신세계를 알게된 신생아가 되어버린 친구를 보면서 반성해본다. 40이면 어떻고 50이면 어때. 임호님이라 불리면 어떻고 흑역사로 좀 남으면 어떤가. 그냥 웃어넘길 에피소드가 하나 더 생긴 것일뿐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