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글쓰기 챌린지 - 26일차
나는 잠을 많이 자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자는 시간을 아깝다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다.
쉴 새 없이 굴러가는 세상 속에서 내가 잠든 사이 놓치는 것들이 있을까 봐 불안했고, 그래서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깨어 있고 싶었다. 보통 5시간 정도 잤다. 주말에도 늦잠은 커녕 낮잠도 거의 자본적이 없었다.
그런 내가 나이를 조금씩 먹으면서 알게 된 게 있다면,
잠은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아니라 삶을 회복하는 시간이라는 거다.
그때부터 6~7시간은 꼭 자려고 애썼다. 하루를 버티기 위한 최소한의 수면량이라는 걸 내 몸이 먼저 알아차렸고 잠을 어떻게 자느냐가 하루의 퀄리티를 결정한다는 것을 크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일이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로 머리가 과열될 때면, 침대에 조금 더 일찍 눕곤 했다.
그러면 다음날은 조금은 개운한 마음으로 일어나서 일 할 수 있었다.
퇴사 후에도 수면 습관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조심했다. 괜히 늦잠 자다 습관 될까 봐.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지금의 내 삶은 조금만 느슨해져도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아서,
나는 나를 더 바짝 조이곤 했다.
그런데 요즘, 이상하게 자꾸만 잠을 자고 싶다. 몸이 엄청 피곤한 것도 아닌데 그냥 자고 싶다.
작은 실패들이 쌓이면 사람 마음도 조금씩 눌리기 마련이다.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이 현실에서 느끼는 좌절과 슬픔때문에 나는 그저 '잠'으로 도피하고 싶은 것이다.
잠자는 시간만큼은 아무것도 안 느껴도 되니까.
하지만 나는 안다. 이게 얼마나 위험한 흐름인지.
깊게, 더 깊게 가라앉기 전에 손을 뻗어야 한다는 걸.
그래서 오늘은 결심했다. ‘밖으로 나가야겠다.’
결심을 하고서도 문을 열고 나가기까지 몇 번을 망설였다.
'그냥 오늘까지만 쉴까, 별로 안내키는데... '
'안돼, 너 계속 이러다가는 큰일나'
심호흡을 한번하고 신발을 신고, 문을 열었다.
어제와 달리 화창한 날씨에 미묘하게 기분이 달라지는 느낌이다.
트레들 밀 위에서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심장이 뛰고, 땀이 흐르고, 숨이 차오르니
내 안에 갇혀 있던 감정들도 조금은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나를 구해보려고 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작고도 구체적인 방식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기보다
지금은 내가 나를 도와야 할 시간이다.
그래서 오늘, 잠으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나는 대신,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