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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의 황금연휴

100일 글쓰기 챌린지 - 27일차

by 혜봄

직장인이었을 때, 연휴는 말 그대로 ‘꿀’이었다.
달력을 펼쳐 들고 공휴일을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으며, ‘샌드위치 데이’가 어디 있는지, 올해는 황금연휴가 얼마나 되는지 계산하던 날들. 임시공휴일이 발표되는 날이면 동료들과 마주 보며 ‘오예!’를 외치고, 하루라도 더 쉰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복권이라도 당첨된 듯 기뻐했었다.

그때는 연휴가 휴식 이상의 의미였다.
그동안 회사에 몽땅 바쳤던 내 시간, 내 삶을 일부 페이백 받는 것 같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월급이 보장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득’을 보는 기분이었다. 달콤한 선물이었지만 감사한 마음보다는 그동안 수고한 내가 당연히 받아야하는 권리 같았다.


지금 나는 온라인 렌탈 사업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다. 제품을 택배로 보내고, 회수해야하다보니 연휴가 끼면 스케쥴에 차질이 생긴다. 차질이 생기지 않게 여유있게 미리 보내고 늦게 받아야 하니 나에겐 손실이다. 그렇게 기다리던 연휴가 이제 더이상은 반갑지 않은 손님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번 5월 2일, 많은 직장인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임시공휴일은 결국 지정되지 않았다. 나처럼 황금연휴, 임시굥휴일이 달갑지 않은 자영업자들도 많다. 연휴가 길어지면 장사가 잘 되는 집도 있겠지만, 요즘은 대체로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정부도 임시공휴일 지정이 내수진작에 별 효과가 없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번에 임시공휴일 지정을 하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나 역시 아쉬웠을 테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솔직히 말하면, 다행이었다. ‘정상 배송이 가능하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먼저 들었다. 그렇게 입장이 달라지니, 같은 연휴를 보는 눈도 완전히 달라졌다.


요즘 부쩍 느낀다. 과거에 너무 쉽게 누렸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고된 준비와 희생 끝에 가능했던 것인지. 연휴가 이제 더이상 달갑지 않기는 하지만 내 사업을 점검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으로 잘 활용해보려고 한다. 배송이 잠시 멈추는 그 틈 사이로, 나는 앞으로의 상품 구성이나 운영 전략, 프로모션 아이디어 같은 것들을 차분히 고민할 수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뒀던 작은 개선점들도 연휴 동안에는 비교적 여유 있게 들여다볼 수 있다.


시각이 달라지면, 현실을 바라보는 감정도 함께 달라진다.
그 변화는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 속에서, 환경이 바뀌면 나도 그에 맞춰 방향을 잡아가야 하니까.


그러니 이번 연휴, 그저 멈추는 시간이 아니라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한 숨 고르기 시간으로 삼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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