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습작 #7. 2017년 6월, 라오스에서 만난 따뜻한 사람들
2017년 6월 10일, 오후.
끝없는 도로를 달린 버스가 멈춰섰을 때, 드디어 방비엥에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창밖으로 밀려드는 공기엔 비에 젖은 흙냄새와 이국의 먼지가 뒤섞여 있었다.
그 순간 느꼈던 건 ‘설렘’이 아니라 ‘안도감’이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멈춰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했다.
몸은 무거웠고, 머리는 맑지 않았다.
농카이에서부터 이어진 피로가 이제야 폭발한 듯했다.
아이들은 여전히 들떠 있었다.
“엄마, 여기선 뭐 해?”
률양은 신이 나서 묻고,
나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그저 ‘하루만 푹 쉬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태국 친구 쏘씨와 그 일행이 우리가 묵을 숙소까지 직접 데려다주었다.
그들의 손끝은 익숙했고, 표정은 따뜻했다.
“괜찮아요? 여기 좋아요.”
짧은 영어 문장 속에 담긴 온기가 느껴졌다.
문을 열자 낡은 선풍기와 침대 두 개, 그리고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부드러운 석양빛.
그곳이 그날의 쉼터였다.
나는 짐을 내던지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멀게 들렸다.
“엄마, 배고파.”
하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온몸이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혼자 아이 둘을 이끌고 다니는 여행 —
그 말이 얼마나 큰 무게였는지를, 그날 처음으로 실감했다.
잠시 후, 휴대폰이 진동했다.
‘쏘씨’였다.
“잘 도착했어요? 저녁 먹었어요?”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따뜻한 배려가 담겨 있었다.
내가 “아직…”이라고 답하자
그녀는 곧바로 “함께 먹어요!”라고 보냈다.
저녁노을이 붉게 번지는 거리로 나섰다.
방비엥의 하늘은 낮보다 더 짙은 색을 띠고 있었다.
강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는 숯불과 고수, 그리고 찹쌀밥 냄새가 섞여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식당은 작은 태국 음식점이었다.
테이블마다 노란 조명이 은은히 깔려 있었다.
쏘씨의 아버지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주방과 식당 사이를 오가며 또띠아 한 봉지를 사와 내 앞에 건넸다.
“이거, 더 먹어요.”
그 손에 묻은 땀방울이 왠지 모르게 뭉클했다.
팟타이와 볶음밥, 국물이 끓는 냄비.
음식의 향이 코끝을 스쳤다.
땀과 피로로 뒤범벅된 하루가 그 향 하나로 풀어지는 듯했다.
률양은 고기를 한입 먹고 환하게 웃었다.
껀군도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엄마, 이거 맛있다.”
그 말 한마디가 피로보다 강했다.
식사를 마칠 무렵, 쏘씨의 아버지는 또다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비닐봉지를 들고 돌아왔다.
“숙소 가서 먹어요.”
봉지 안에는 과일과 간식이 들어 있었다.
그는 손을 흔들며 우리를 배웅했다.
그날의 밤, 나는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잤다.
몸의 피로보다 마음의 안도가 더 컸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그 식당의 냄새가 코끝에 맴돈다.
달콤한 간장향, 고수의 풀냄새, 그리고 사람의 온기.
방비엥은 화려한 관광지가 아니었지만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이 이방인의 피로를 풀어주는 도시였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여행이란 결국, 누군가의 밥 한 끼로 완성되는 게 아닐까.”
지금의 나는 그날의 식탁을 그리워한다.
그때 느꼈던 ‘정의 온도’를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어쩌면 여행을 계속 떠나는 이유는 그 온기를 다시 찾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여행은 때로 낯선 길에서 만난 한 끼의 따뜻함으로 완성된다.
그날의 방비엥은, 피로보다 사람의 정으로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