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2017년 6월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싱가포르에서의 마지막 아침은 유난히 밝았다.
밍펑 씨와 퐁핑 언니가 새벽부터 우리를 공항까지 데려다주었다.
다섯 날 동안 한 가족처럼 돌봐준 그들의 다정함은, 싱가포르를 최고의 휴양지로 만들어준 따뜻한 온기였다.
헤어짐은 언제나 그렇듯 슬펐지만, “다음엔 한국에서 보자”는 약속으로 우리는 웃으며 껴안았다.
남편은 11시 한국행 비행기, 그리고 나와 률, 껀은 12시 35분 방콕행 타이거항공.
이제 아빠라는 든든한 지원군 없이 오롯이 우리 셋이서 세상과 맞서야 하는 진짜 여행이 시작됐다.
률은 아빠가 떠나는 비행기를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 작고 투명한 눈물이 창문에 스며드는 순간, 나는 가슴 한켠이 묵직해졌다.
이제부터 나는 보호받는 아내가 아니라, 아이 둘의 ‘길 위의 엄마’로 살아야 했다.
사실 나는 꼼꼼하고 야무질 것 같지만, 실상은 세상 소란스럽고 자주 깜빡이는 형광등 같은 사람이다.
남편이 늘 “넌 절대 놀 성격은 아니야”라고 말했지만 그의 부재 속에서 아이 둘을 데리고 여행하는 지금, 그 말이 얼마나 옳았는지 절실히 느꼈다.
공항에 도착하고 우리는 느긋하게 여유를 부렸다.
비첸향 육포를 사고, 점원과 웃으며 이야기하던 그때 — 껀군이 다급히 외쳤다.
“엄마, 게이트가 바뀐 것 같아요! 마지막 방송이에요!”
그 순간, 피가 거꾸로 솟았다.
게이트는 공항 끝에서 끝으로, 완전히 반대편이었다.
비행기 출발까지 15분.
우리는 숨이 끊어질 듯 뛰었다.
률은 작은 배낭을 메고, 그 여린 다리로 전력질주했다.
나는 뒤에서 “률아, 조금만 더!”를 외치며 땀을 쏟았다.
숨이 턱에 차올라 헉헉대며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직원은 차가운 표정으로 짐 검사를 시작했다.
스킨, 로션, 샴푸, 손톱깎이 세트… 그야말로 대혼란의 짐 검열.
모든 걸 꺼내놓고 재정리하는 동안 직원들의 근엄한 얼굴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
마치 ‘이 사람들, 준비도 안 하고 어디를 가나’라는 눈빛 같았다.
겨우 타이거항공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승무원들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Hello, welcome on board.”
나는 반사적으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그 한마디에 마음이 녹았다.
그들의 미소 하나가 방콕까지의 두 시간을 설렘으로 바꿔놓았다.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먹구름이 몰려오고 번개가 번쩍였다.
낙뢰와 폭우 속, 아이들은 불안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모른 척 미소 지으며 손을 잡았다.
“괜찮아, 이제 곧 도착해.”
사실 나도 겁이 났지만,
엄마는 언제나 두려움을 삼켜야 하는 존재였다.
두 시간 후, 우린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방콕에 도착했다.
비 내리는 활주로를 바라보며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싱가포르여, 고마워. 그리고 안녕.”
물가에 내놓은 듯 불안하지만, 이제 진짜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이 여정이 우리 셋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리라 믿으면서.
�_싱가포르 창이공항 → 태국 방콕 돈므앙공항_
2017.6.5 / 나, 률, 껀 — 세 사람의 진짜 여행이 시작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