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프라방의 새벽, 나눔을 배우다

여행의 습작 #1.

by 미나래


2018년 7월 17일, 새벽의 기억


루앙프라방의 새벽은 고요했다.

안개가 살짝 깔린 골목 사이로 스님의 발걸음이 차분히 이어졌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탁발이 이루어지는 거리에서 불과 2분 거리였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걸어가니 이미 의자와 공양용 바구니가 차곡차곡 놓여 있었다.


우리가 자리에 앉자 현지 상인이 다가와 밥과 천으로 된 어깨 덮개를 내민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손짓만으로 의식의 순서를 알려주는 그들의 표정에는 오랜 세월 이어진 관습의 평온함이 깃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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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에서는 새벽마다 탁발이 열린다.
처음엔 동네 사람들이 집에서 지은 밥을 스님들께 나눠주던 풍경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여행자들이 그 자리에 함께 앉아, 나눔의 흉내를 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새벽의 공기에는 여전히 ‘주는 일’의 순결한 떨림이 남아 있었다.


스님들은 자신들의 통이 무거워지면 한쪽에 놓인 바구니에 조용히 덜어낸다.
받은 만큼 나누고, 채운만큼 비운다.
그 단순한 행위 안에서 나는 ‘욕심을 덜어내는 삶’의 의미를 보았다.
무거운 마음 하나 내려놓듯, 그들은 아무 말 없이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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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옆에는 다른 현실도 있었다.
밥 한 통을 채워줄 때마다 1달러씩 계산하는 상인들.
처음엔 몰라서 양껏 나눠주다 보니 금세 밥이 바닥나 있었다.
이내 상인이 다시 밥을 담으며 “원 달러”라 말한다.
그들의 생계를 이해하면서도 마음 한편이 서늘했다.
결국 두 통을 나눠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다른 이에게 그 기회를 남겨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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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렬은 어른 스님들로 시작해, 마지막에는 동자승으로 이어졌다.
건군 또래의 어린 승려가 졸린 눈을 비비며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탁발을 받는 그 아이의 얼굴은
어딘가 안쓰럽고, 또 대견했다.
‘과자를 준비할 걸…’ 그때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곳에서는 밥만 팔고 있었으니까.

길가에는 탁발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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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중에는 아직 어린아이들도 있었다.
학교에 가야 할 시간인데, 새벽부터 거리로 나온 그들의 모습이 오래 남았다.
스님이 덜어놓은 밥 한 줌에 의지해 하루를 버티는 삶.
그것이 슬프면서도, 묘하게 평온했다.

나는 그 행렬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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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은 덜 어내며 걸었고, 표정은 한결같이 담담했다.
그 숙연함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일’의 본질을 느꼈다.
상업화된 풍경 속에서도,
나눔을 통해 서로의 하루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있었다.

루앙프라방의 탁발은 더 이상 순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본래의 마음 —
나누고 비우는 그 기쁨만큼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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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 돌아오는 길,
나는 새벽의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어쩌면 그날 아침, 스님들이 덜어놓은 것은 밥이 아니라 ‘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받은 것은 그들이 버리고 간 ‘평화’였는지도 모른다.


루앙프라방의 새벽은
그렇게 우리 가족에게 ‘여유’와 ‘나눔’, 그리고 ‘비움’을 남겼다.
그 새벽의 고요함이, 오래도록 이 도시와 내 마음속에 머물러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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