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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시 Nov 14. 2022

조용한 퇴사를 꿈꾼다면

얼마 전 동갑내기 친구들이 모여있는 한 단톡방에서 '조용한 퇴사'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조용한 퇴사’는 미국에서 시작된 올해 신조어로 실제로 퇴사한다는 의미가 아닌 심리적 퇴사를 뜻한다. 영어로는 'Quiet Quitting'이라 불리는데 워라밸의 확장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대화의 요지는 점점 직장에서의 일들이 지루해지고 책임감이 높은 일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30대 후반에 아이도 키우다 보니 직책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신경 쓸 일이 많아져서 싫다", "공무원 조직 특성상 50대가 되어도 여전히 대리급인 선배를 보며 그저 밥벌이로 다닌다", "경력이 있으니 더 일을 시켜 짜증 난다" 등 지인들은 현재 본인들의 직장 내 고민과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내용을 종합해 보자면 한마디로 조용한 퇴사의 또 다른 의미인 영혼 없이 일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들의 이야기가 크게 공감되지 않았다. 나 역시 워라밸을 추구하는 이 중 하나이지만 워라밸과 영혼 없이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30% 정도는 이해했던 건 직장 생활을 오래 하며 겪게 되는 권태스러움의 경험 때문이었다. 오히려, 만약 내가 회사 대표라면 이런 마인드를 갖고 있는 직원들이 달갑게 여겨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평소 대화에서도 일에 대한 생각의 결이 달라서인지 어린 시절부터 오래도록 알고 지냈지만 점차 만남은 피하게 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 있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조용한 퇴사는 본인을 무능하게, 그리고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어느 조직에 어떠한 형태로 속해있든 현재의 경험이 쌓여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직장 생활을 하든, 프리랜서가 되든, 개인 사업을 하든 그 다음의 여정을 안내하는 건 이전의 행적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영혼 없이 수동적으로, 기계처럼 일한다면 그 시간은 자기 발전이 없는 낭비된 삶이지 않을까. 물론 월급은 받겠지만 본인이 투자한 일 평균 8시간에 대한 가치는 크게 떨어질 것이다. 그것이 어떠한 일이든 본인이 하는 일을 즐기는 사람만큼 멋진 이는 없다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은 평생 배우고 일 할 때  존재 가치가 빛나고 그만큼 자존감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조용한 퇴사를 느끼게 하는 회사 역시 문제다. 직원들의 커리어 생애 주기 관리가 안 되고 있는 조직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조직 내에서 본인이 더 이상 성장하고 있지 못하다고 느낄 때, 개인의 역량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업무가 이어질 때 직원들은 왜 내가 이 조직에서 일해야 하는지, 이 조직에서 금전적 이득 외 개인의 성장을 위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되면서 조용한 퇴사의 감정이 들 수 있다. 만약 현재 속한 조직이 조용한 퇴직을 꿈꾸게 한다면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들 다른 조직이나 길을 찾아보길 권한다.

요즘은 대퇴사의 시대인 동시에 대사직의 시대이기도 하다. 머스크에 인수된 후 대량 해고 사태를 맞은 '트위터', 1만 1000명을 해고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운영 사인 '메타' 등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의 권고사직 소식에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국내에서도 '푸르밀', '오늘회', '부릉' 등 스타트업에서부터 중소, 중견,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경기 침체와 경영악화의 이유로 인원 감축의 칼을 들고 나섰다. 그야말로 조용한 퇴사가 아닌 조용한 사직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것이 현시대라 할 수 있다.


그만큼 '나'를 브랜딩 하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언제 잘릴지, 나도 권고사직의 주인공이 될지 불안감에 휩쓸리지 않고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기도 하다. 자신을 브랜딩 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좋은 사람이 아닌 필요한 사람'으로 여겨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현재의 일에 충실히 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주어진 일에 있어서 만이라도 빨리 끝내자는 마인드보다는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체크하며 세밀함을 장착하는 것만으로도 일의 퀄리티는 달라진다. 그리고 이후 따라오는 나의 꼬리표는 '필요한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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