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데일 카네기의 자기관계론을 다시 곱씹어 읽고 있다. 주로 이 책을 다시 들게 되는 때는 걱정이 스며들 때이다. 책에서 카네기가 이 책은 한 번 읽고 마는 것이 아닌 주기적으로 다시 복습해야 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크게 공감한다. 바이오리듬 마냥 인생에는 좋은 일과 그렇지 않은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기 마련인데 다운 기미가 보일 때 카네기의 조언이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만약 카네기의 관계론 시리즈 '인간관계론', '자기 관계론'을 읽지 않았다면 인생에 꼭 한 번쯤은 읽어 보길 진심으로 권한다.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메시지는 '걱정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히 살아라'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맘 졸이며 걱정하는 일들은 실제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훨씬 높다는 것. 오히려 계속 걱정을 하다 보면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일어나지 않을 일도 일어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무엇보다 걱정은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게 한다. 감정은 전이되기 때문이다. 걱정을 안고 사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온갖 세상 걱정에 '하지 말라', '안된다' 등 부정적인 단어의 사용이 많은데 이는 부정적 에너지를 감염시킨다.
내가 30대 초반 독립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부모님 특히 엄마의 걱정 때문이었다. 자식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에 늘 걱정 어린 말들을 해주시는 것이라 이해하려고 노력해 봤지만, 늘 뉴스를 보시며 세상 걱정에 '하지 말라'라는 말이 대화의 반절 이상이었던 터라 그 피로도는 내 수용 범위를 넘어섰었다. 그리고 이 피로도는 결국 짜증으로 이어지면서 집이 편한 쉼을 주는 곳이 아닌 답답함이 가득한 공간으로 여겨졌었다. 그래서 극 보수적이신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독립을 강행했다. 현재는 1인 가구가 된지 꽤나 오래되었고 이전 집에서 느꼈던 부정적 감정이 사라지면서 집이 주는 마음의 평온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독립 이후에도 여전히 전화 통화나 메시지를 통해 걱정의 안부를 전하시긴 하지만 직접 얼굴을 대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것과 감정 전도의 차가 크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한다는 느낌에 주말 내내 나가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혼자 살다 보니 집이 주는 아늑함에 집에 순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게 되었다.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부정적 에너지를 주는 사람은 피한다. 홍보, 마케팅이라는 업 특성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이전에는 좋든 싫든 네트워킹을 쌓자는 생각에 피곤한 상대더라도 만남을 이어갔었다. 하지만 이것만큼 정말 시간 낭비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을 나이가 들며 깨달았다. 예전에 한 선배가 여럿이 함께하는 술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모두 농담으로 여기라고 말해주었는데 나 역시 동의한다. 술자리에서 누군가 기대감을 주는 말을 했다면 잊길 바란다. 소위 말하는 인맥은 내가 가치가 있고 필요한 사람으로 여겨지면 저절로 쌓이는 법이다. 나 역시 사회 초년생일 때는 많이 만나야지만 인맥이 쌓인다 착각했었다. 그런데 아니더이다. 내가 필요한 사람으로 여겨지면 주변에 저절로 사람이 붙는다. 무엇보다 의도적으로 관계를 맺고자 할수록 멀어진다. 즉 인맥을 만들려고 노력할 시간에 내 가치를 높이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것이 지혜롭다.
연말이 다가오니 송년회 모임이 하나 둘 잡히고 있다. 누군가의 메시지를 받고는 함께할 시간에 벌써부터 기대감이 넘친다. 반면 어느 누군가의 메시지를 받고는 거리 두기 방법을 찾게 돼 곤 한다. 전자는 만났을 때 긍정의 에너지를 주는, 티키 타가가 잘 되는 결이 맞는 이들이다. 후자는 만나면 왠지 모를 불편한 감정을 일게 만드는이다. 예전의 나라면 두 상대를 모두 만나느라 스케줄을 빼곡히 채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후자는 이제 정리해야 될 관계라는 것을. 상대가 어느 위치에 있든 상관없이 말이다. 다가오는 연말, 남겨야 할 사람과 떠나야 할 사람이 누구일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