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기간 동안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재독했다. 인생 책 중 하나로 마음속에 저장만 해두고 오랜 시간 책장 한편에 묵혀 두기만 했었다. 거진 3년여 만에 다시 꺼내 읽었는데 그간 지나온 세월 때문인지 책 속 구절 구절들이 이전과 다르게 다가왔다. 한 해의 시작점에서 삶을 되돌아 보는데 이만한 양서도 없지 않을까 한다. 소로가 2년 여간 월든 호숫가에서 지내며 보고 깨달은 일상과 사유의 기록은 에세이 보다는 철학서이자 자기 계발서에 가깝다.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현실에 감사하는 삶이지 않을까 싶다. "왜 우리는 이처럼 바쁘게 삶을 낭비하며 살아갈까"라는 소로의 말처럼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너무나 당연한 주변 상황과 존재들의 가치를 잊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반문하게 된다. 성공과 소유에 목 매달리며 고군분투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지 않은지, 진정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삶의 본질에 대해 다시금 곱씹어 보게 된다.
얼마 전 종영된 티빙 오리지널 '술꾼 도시 여자들2'은 현대판 소로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한선화가 연기한 '지연'이 유방암 판정을 받고 자연치유를 위해 세 친구들은 산속에 터전을 잡는다. 1년 여간 그야말로 자급자족의 자연생활을 이어가면서 한선화는 건강을 회복했고, 삶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변화되었음을 볼 수 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나를 되돌아 보았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삶의 중요한 본질임을 작가는 은연중에 드러낸다. 특히 한선화의 캐릭터가 소로와 가장 닮아 있다. 그녀의 대사 속에서 이전에 누리던 삶을 잃고, 버려보니 무엇이 진정한 삶의 가치인지, 그리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는 모습들이 깊게 묻어난다.
'성공'은 시대를 막론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제1의 목표점이다. 나 역시 성공에 대한 갈망과 열망이 있다. 하지만 성공을 평가하는 잣대와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단순히 많은 부를 이루는 것이,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이 성공이 아니라 생각한다. 내가 바라보는 성공은 나를 통해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행복감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내 인생의 WHY, 싶게 모토가 '축복의 통로가 되는 것'인 것도 이 때문이다. 소로 역시 말한다.
"내가 꿈꾸는 바를 향해 자신감을 가지고 나아가고, 머릿속으로 상상해왔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평소에는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성공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것은 잊히고 또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넘어갈 대도 있을 것이다. 새롭고 보편적이며 더 진보적인 법칙이 우리 주변과 내면에 자리 잡기 시작할 것이다. 과거의 낡은 법칙은 조금 더 넓게 확장되어, 다소 진보적인 법칙이 우리 주변과 내면에 자리 잡기 시작할 것이다. "
성공은 행복을 전해준다. 하지만 행복은 만들어 가는 것이기도 하다. 작은 성취감이 큰 성취를 이루는 자양분이 되듯이 행복 역시 작은 행복감이 쌓여 큰 행복감을 누리게 된다. 내가 잘 사용하는 행복감 성취 팁은' 미소 짓기'이다. 기분이 다운되거나 좋지 않은 일들이 생기면 일부러 입꼬리를 올려 웃어본다. 그리고 '감사합니다'를 외쳐본다. 인간의 뇌는 단순해서 내가 미소를 짓고 감사하다 외치면 정말 그런 상황이 내 앞에 펼쳐지고 있다 느끼게 된다고 하는데 백 프로 맞는 말이다. 그리고 소로가 제안하는 행복감을 즐기는 팁도 전한다.
"여러분의 삶이 보잘것없고 초라하다고 해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삶을 회피하지도 욕하지도 말라. 그 삶은 여러분만큼 엉망진창은 아니다. 최고의 부를 누릴 때. 여러분의 삶은 가장 초라해 보인다. 남의 흠만 잡는 사람은 천국에 가도 흠잡는데 급급할 것이다. 삶이 보잘것없고 초라해도 그 삶을 사랑해야 한다. 비록 구빈원의 신세를 지고 있다고 해도 얼마든지 유쾌하고 즐겁고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제 구정도 지났으니 진정한 새해가 시작된 듯하다. 각자들마다 다짐한 새해 목표 속 분명 성공과 행복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떠한 부분에서의 성공과 행복이든 그 중심은 나를 찾는 과정에서 시작되면 어떨까 한다. 그리고 그 여정에 '월든'이란 책 한 권이 나침반이 되어 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