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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시 Sep 24. 2022

헤어져야만 하는 관계

요즘만큼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이 홍수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비밀남녀, 환승 연애, 돌 싱글즈 대상도 주제도 제각각 이다.


남의 연애사와 뒷이야기에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는 사람의 심리인가 보다. 이중 내가 유일하게 보는 건 환승 연애 2 다. 환승 연애 시즌 1은 보지 않아서 어떤 내용인지도 모른 채 우연히 헬스장에서 보게 되었는데 주제가 참 신박했다. 헤어진 연인과 새로운 인연과의 동거라니. 개인적으로 '한번 헤어지면 정말 끝이다'라는 신념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의 행동과 생각에 더 관심이 갔다.

내가 헤어졌던 연인과 다시 만나지 않는 이유는 동일한 이슈로 똑같은 결말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물론 안 그런 연인 관계도 있겠지만 나나 주변을 보면 10커플 중 8은 그렇다.사람의 본질은 변하기 쉽지 않다. 거리를 둔 기간 동안 상대에 대한 의식이 무뎌졌을 뿐이다. 그리곤 이번엔 아니겠지라는 기대감에 다시금 손을 잡고 마음을 열어버린다. 그 이후 결론은 대게 후회와 깊은 상념에 빠지곤 한다.


그리고, 이는 연인 관계뿐만 아니라 일상 속 사회에서 만난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나에게 안 좋았던 경험과 감정을 준 사람은 시간이 지나 다시 마주해도 동일한 결과를 안겨주는 경우가 많다. 그건 그저 그 사람과 나와의 연이 안 맞는 것일 뿐이다. 상대가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그 상대 역시 누군가에겐 존귀한 존재다. 그러니 상대를 미워는 하지 말길 바란다. 결국 그것이 본인의 감정적 스트레스가 된다.


나 역시 이런 경험을 더러 해보았고, 최근에도 있었다. 몇 년 전 한 지인에게 본인이 아는 어떤 스타트업의 프로젝트의 홍보와 브랜딩을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당시 썩 내키지 않은 프로젝트였지만 지인과의 관계에 어쩔 수 없이 진행하게 되었고, 결과는 거진 사기를 당했다. 하지만 소개해 준 분을 원망하진 않았다. 이것도 인생에 한 우연이겠거니 했다. 그 일을 통해 배운 부분도 많았고 말이다. 그리고 동일 인물에게 얼마 전 이전과 동일한 요청을 받았다. 이전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왔기에 처음엔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일단 그 회사 대표를 만나보고 결정을 다시 내려보라는 지인의 요청에 당사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를 통해 결이 맞는 사람이라는 일차적 판단에 우선 프로젝트의 일부를 도와드리기로 했다. 그리고 진행 과정 속 이전 안 좋았던 상황과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느끼며 '사람 불변의 법칙'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크게 들고 있다. 이 분과 나는 인생에 연이 아니구나라는 결론과 함께 말이다.

사회 초년 시절엔 많은 이들을 곁에 두고자 싫든 좋든 만남을 이어갔다. 소위 인맥 쌓기를 해왔던 거다. 그게 자산이라는 착각을 했다. 헌데 나이가 들수록 그것이 다 헛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도 정기적으로 정리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을 곁여 두고자 노력하지 말자. 헛되고 헛된다. 나와 결이 맞고, 나에게 긍정적 감정과 결과를 안겨주는 이들을 곁에 두 자. 그들과 함께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갉아먹지 않는 지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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