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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공생,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

영화 대부 시리즈를 보고

by 생각의 힘 복실이

갱스터 무비의 걸작이자, 고전 명작중 하나로 평가받는 대부 시리즈를 일주일에 걸쳐 봤다.
1,2는 추석연휴 기간중 편당 이틀이 걸렸고, 대부3는 연휴이후 어제까지 사흘에 걸쳐 나누어 봤다.

십수년전 처음 볼 때는 밤새워 시리즈를 감상했는데, 이제는 시야도 불편하지만, 각 3시간 이상의 장편이라 단번에 보기엔 힘이 들었다.

여러 날에 걸쳐 '대부'를 보며 콜레오네 패밀리의 수장, 아버지 비토(말론 브랜도 역)와 아들 마이클(알 파치노 역)의 리더쉽을 비교하기도 하고, 최근 격화되는 미중 패권전쟁 및 진전없는 한미 관세협상을 염려하기도 했다.

시리즈의 압권은 '대부1'의 첫 장면에 있다.

영화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도미해 뉴욕에 자리잡은 이민자 가족이자, 범죄 패밀리의 수장 비토 콜레오네의 딸인 코니의 결혼식으로 시작한다.

하객은 몰려들고, 결혼식 당일 부탁은 거절하지 못하는게 시칠리아의 전통인지라 대부를 만나려는 청탁인들로 넘쳐난다.

그 중 장의사의 요청과 거절, 재요청과 수락 과정에 영화의 주제의식이 담겨있다.

장의사로 일하는 중년 남성도 콜레오네 가문과 같은 동향의 이민자지만, 인생의 방향과 가치관이 다르다.

그는 자유와 새로운 희망의 땅에서 미국법을 준수하며 성실히 일해 어엿한 미국시민으로 인정받고 싶어했다.
따라서, 딸도 미국이 원하는 방식으로 교육시키고 반듯하고 자랑스럽게 키워왔다.

어느날 미국인 청년과 데이트를 하러 나간 딸은 그 친구들에 의해 폭력과 강간의 피해를 당했으나, 법원은 집행유해로 가해자를 풀어주며 인과응보를 기대한 이민자 가장의 믿음을 배신한다.

공적 정의가 실현되지 못하는 미국의 현실에 분개한 아버지는 사적 복수로라도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대부를 찾아온 것이었다.

범죄집단과 연대는 불의한 것이라는 생각에 애써 대부 패밀리를 외면해 왔지만, 이제는 사랑하는 딸을 위해 돈은 얼마든지 주겠으니 가해자를 처단해 달라고 매달린다.

돈이라면 살인이라도 서슴치않을거라고 짐작했던 장의사의 생각과 달리, 비토 콜레오네는 딱 잘라 거절하며, 순서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당신은 나에 대한 존중이 없는 사람이오. 거래보다는 예의를 먼저 생각하시오. 이익보다는 우정을 앞세워야 하는거 아니겠소."

대부의 충고에 충격받은 장의사는 대부의 손에 입을 맞춰 예를 표하고, 비토 콜레오네는 그제서야 돈은 마다하며 복수를 약속한다.

아버지 대부는 이익에 앞서 우정을 내세웠다. 동업자와의 관계에서도 화해와 공존을 중시했다.

하지만, 대부 타이틀을 승계한 마이클 콜레오네는 달랐다. 패밀리를 위해서라면 친형이라도 버렸고, 조직의 이익이라는 명분만 주어지면 한 때의 동업자라도 몰살하는 승자독식을 지향했다.

결국, 마이클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적은 물론이고 패밀리도 떠나고, 그토록 지키고 싶어했던 사랑하는 가족마저 모두 멀어졌다.

'대부'에는 협상의 원칙으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는 말이 자주 언급된다. 영화 초반부 영화사 사장에게 청원하며 비토의 대변인이 한 말이라 협상은 상대방이 감히 거절할 수 없도록 강제력을 동원하라는 의미로 오해될 수 있지만, 나는 그 의미를 화해와 공존의 제안으로 해석한다.

비토 콜레오네는 싸움보다는 화해를 중시했고, 자식들에게 주도면밀하게, 이성적으로 생각하라는 말로 타이르곤 했다.

협상의 원칙은 승패가 나뉘는 제로썸이 아니고, 공존공생하는 파지티브썸의 방식이어야 한다.

그 원칙이라면 상대방도 거절하거나 지체할 명분이 없을 것이다. 승자독식의 패권 마인드를 버리고, 화해공존의 방식으로 미국의 협상단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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