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재적소 인재활용과 관료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전 영부인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김건희 특검 조사대상 의혹이 10개가 넘는다는데, 이번에는 국보 문화재 농단 의혹까지 불거졌다.
까도 까도 계속되는 논란을 지켜보며 생각한다.
그들은 공사를 분별하는 공적 인식이 없었거나, 왕관을 쓰기 위해서 반드시 가져야할 왕관의 무게를 감당할 권력자로서의 소명의식이 부족했다.
또한, 청문회장에서 망신주기 급급한 의원들의 태도도 심란하기는 매한가지다.
그들이 어떤 의도로 경복궁 휴관일에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출입금지된 근정전과 경회루를 둘러보았는지, 그리고, 그 감회가 어떠했는지 하는 질문은 없고, 누가 용상에 앉으라고 시켰느냐는 호통만 있다.
며칠전 궁궐수업에서 들은 경회루 관련한 세종대왕과 하급관리 구종직의 일화와 어젯밤 유투브에서 들은 중국 고대 은나라 멸망왕의 동물원 이야기를 비교하자니 느끼는 바가 적지 않다.
기원전 11세기 은나라(상나라) 주왕은 경국지색 달기의 미모에 취해 폭정을 일삼았는데, 각지의 진귀한 동물을 끌어모아 궁궐내 동물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어느 날 한 백성이 월담해 동물원을 구경하다 붙잡혀 끌려왔는데 그 사연을 물은즉 병든 노모의 병치료에 곰발바닥이 좋다하며 둘러보고 있었다고 답했다.
신하들은 구구절절한 사연에 감동하여 사면을 주청하였는데, 잔혹한 군주는 아랑곳없이 바로 처형했다고 전해진다.
반면, 세종대왕과 구종직 일화는 명군의 풍모와 관료의 전문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구종직은 책을 만들고 제사를 관장하는 교서관 정 9품의 하급 관리였다. 숙직을 맡은 어느 야심한 때에 경회루를 둘러보다 산책을 나온 세종 일행과 맞닥뜨렸다.
왕을 알아보고 납짝 엎드려 죄를 비는데, 대왕은 연유를 물었다.
"소신이 전부터 옥으로 만든 기둥과 요지와 같은 연못이 있어 신선 세계와 같다하여 몰래 들어와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세종은 벌을 내리는 대신, "외우는 경전이 있느냐"고 물었고, 신하는 곧바로 중국 역사서 '춘추' 만사천여 글자를 줄줄 암송했다고 한다.
감탄한 세종은 다음 날 대신들이 모인 조회에서 구종직의 정 5품 품계의 발탁승진을 발표했고, 신하들이 반발하자 "그럼, 경들도 춘추를 암송해 보시오"하니 잠잠했다고 한다.
구종직은 잠시 사적 욕망에 흔들렸을 지언정 기본적인 관료의 전문성과 소양을 갖추고 있었고,
세종대왕은 인재를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발탁할 줄 아는 실용적인 군주였던 것이니,
조선초 대왕 집권기 부국강병과 치세가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