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
2024년 12월, 나는 작가로 데뷔했다.
나의 자랑스러운 전시확인서를 증명하며 내가 작가로 데뷔한 과정을 공유하고자 한다.
AI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는 이제 심심치 않게 뉴스에 등장하고, 일터인 회사에서 자주 언급되며, 보이지 않게 이미 제품과 서비스에서 활용되어 우리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인공지능과 함께 살고 있다. 즉, 누구나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크리에이터이자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교통, 통신, 과학기술 등 많은 분야가 눈부시게 발전함에 따라 우리의 삶이 상향평준화 되고 있다. 삶에서 보여지는 기술의 차이 또한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더 이상 기술적 우위만으로는 다름을 만들어 내기 어려워진 세상이 된 것이다. 그래서 각자가 살아온 독특한 삶의 궤적이 만든 자기만의 스토리가 중요해지는 의미의 시대가 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우리는 인공지능을 더이상 두려워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제2의 두뇌로 활용해 우리 안에 잠재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펼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텍스트 생성형 AI인 ChatGPT가 2022년 11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이어 이미지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우리는 크게 한번 놀랬다.
하지만 우리가 더 놀랬던 사실은.... 막막함이었다.
라는 근본적인 물음표가 던져졌다.
AI도 결국 하나의 자원이고 에너지라면, 무지성으로 아웃풋을 뽑아내기 보다 기획자로서 사람들이 겪는 다양한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고 좋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도구로 사용하고 싶었다.
2023년 4월, 이미지 생성형 AI인 stable diffusion(스테이블 디퓨전)과 DALL-E(달리)를 활용해 신규 서비스 상세 기획을 위해 가상의 퍼소나 이미지를 만들고 신규 서비스 로고를 제작하는데 사용해봤다. 하지만 기대했던 퀄리티의 결과물을 얻지 못해서였을까? 사용하는 도중 나는 길을 잃었다. 분명 나만 이런 감정을 느낀게 아니였을 것이다.
그렇게 길을 잃고 방황하던 도중 ttai를 만났다.
ttai crew는 AI라는 신세계를 탐험하며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가들의 모임이다.
2024년 10월 31일 결성된 AI Crew의 ttai에 멤버로 조인하며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방향성을 잡아 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그 시작은 우리의 첫 프로젝트인 전시회 작가되기였다.
우리가 참여한 '불경기 프로젝트'는 Booming Studio가 여는 음악 페스티벌이었다.
2024년 불경기라는 현실 속에서도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은 서로에게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Fire Race' 음악 페스티벌이었다. Crew 리더인 진영킴님이 메인 포스터를 작업하셨고, 우리 크루 멤버들ㅇ느 불경기라는 주제에 맞춰 스튜디오 내부에 전시될 작품들을 준비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렇다. 창작의 본질은 단순하다. 정의하고, 상상하고, 만들고, 피드백을 받는다. 그리고 완성도가 높아질 때까지 만들고 피드백 받기를 무한 반복한다.
음악 페스티벌의 주제인 Fire Race의 본래 뜻인 ‘불경기’라는 사전적 의미를 먼저 들여다보았다.
• 불경기 : 경기가 좋지 아니함. 불황. 경제 활동이 일반적으로 침체되는 상태를 말한다.
그리곤, 불(Fire)+경기(Race) 단어를 따로 분리해 의미를 살펴보았다.
• 불(Fire) : 물질이 산소와 화합하여 높은 온도로 빛과 열을 내면서 타는 것.
• 경기(Race) : 일정한 규칙 아래 기량과 기술을 겨룸, 또는 그런 일.
다음으로 불과 경기에 의미를 담아 구체적으로 상상해보기 시작했다.
• 불(Fire) : 내마음의 목표, 열정
리서치 과정에서 가장 뜨거운 불씨는 빨간색이 아니라 파란색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파란 불을 상징하는 어떤 캐릭터가 없을까?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 경기(Race) : 일, 꿈, 인생
인생은 직선이 아니다 곡선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이 경기와 같다면, 우리는 레이싱과 같은 곡선의 길을 따라 질주하고 있다. 그 인생 레이스 안에는 다양한 up&dowe의 순간들이 있다.
아이데이션을 거듭하면서 내 머리속에는 불새 한마리가 강력하게 떠올랐다.
이 아이디어는 ‘불경기의 불사조들'이라 작품 제목으로 이어졌다. 불경기 속에서도 희망을 품고 다시 살아나는 사람들, 위기의 순간 가장 뜨겁게 살아나는 불사조 같은 존재로 표현하고 싶었다. 밤하늘에 푸른색깔의 불사조가 불꽃놀이 처럼 피어오르면 어떨까?
1차)
밤하늘에 불꽃놀이로 피어나는 파란색 불새
Blue firebird blooming with fireworks in the night sky
2차)
밤하늘에 불꽃놀이로 피어나는 파란색 불새가 한마리가 아니라 여러마리가 불꽃놀이로 터지는 장면
A scene where multiple blue phoenixes burst into fireworks in the night sky, not just one, but many phoenixes blooming like fireworks.
3차)
하늘에서 아주 큰 불꽃놀이 하나가 터지는데 그것이 100여마리 파란색 불새가 터지는 장면
A massive firework explodes in the sky, transforming into about 100 blue phoenixes bursting outward.
4차)
하늘에서 위에서 땅으로 보이는 뷰이고, 아주 큰 불꽃놀이 하나만 터지는데 불씨 100개가 각각 파란색 불새로 터지는 장면
A top-down view from the sky looking toward the ground, where a single massive firework explodes, with 100 sparks transforming into individual blue phoenixes.
강이 펼쳐진 도시 위에 터지는 불꽃놀이를 불사조로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다. 3D, 입체, 회화, 빈티지, 유화, 수채화 등 어떤 스타일로 표현할지 결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 이 과정에서 예술에 대한 도메인 지식이 부족함을 절실히 느꼈다. 예술 분야 전문가인 팀원분들의 피드백이 강력히 필요한 시점이었다.
팀원분들의 피드백을 받으니 조금은 더 객관적인 시선에서 내 작품을 바라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미술, 디자인 백그라운드가 있고 전시를 열어본 경험이 있는 분들에게 내가 절대 닿지 못하는 생각과 관점이 담긴 소중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피드백을 받은 후 점점 내 작품의 퀄리티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A wide shot photo of a blue phoenix character with wings ablaze in red flames types on a computer keyboard, embodying the FIRE tribe. The phoenix wears MZ style fashion, an apple headset, an apple watch, and the computer screen displays graphs. Through a large window, the expansive view of the Han River in Seoul dominates the backdrop, now transformed into a surreal scene of a volcanic eruption, with fiery lava and smoke billowing into the sky. --sref 159188116
Made with Midjourney
불경기 속에서 깨어나는 불사조들(파이어족)은 위기의 순간 가장 뜨겁게 타오르며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창문 너머에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세계가 보인다. 한면은 밝고 평온한 풍경 속에서 번영과 희망을 상징하지만, 다른 면은 어둠과 혼란이 불기둥처럼 타오르며 고통과 분투를 표현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동전의 양면처럼 한끝 차이로 뒤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위기와 기회,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이 세계에서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예술과 전시 분야에서 전문가인 팀원들과 함께하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전시 경험이 전무했던 나에게는 이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다.
- 전시장 내부 확인
- 작품 비례 및 사이즈 체크
- 작품을 어떤 형태로 전시할지 결정 (액자, 포맥스, 폼보드)
- 출력한 작품 직접 설치
- 작품 설치 후 전시 큐레이터가 되어 작품 설명
준비기간 총 3주, 우리의 첫 프로젝트이자 우리의 첫 전시를 3주 만에 완성할 수 있었다.
이 모든 준비 과정이 하나의 큰 배움이었다
1주, 아이데이션 시간
1주, 작품 만들기 시간
1주, 작품 실물 제작 및 설치 시간
1. 명확한 목표의 중요성
생성형 AI를 활용할 때 목표는 명확하고 구체적일 수록 좋다. 무작정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은 마치 바다에 그물을 무작정 던지는 것과 같다. 한정된 미드저니 크레딧(돈)과 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아주 처음엔 단순히 내 캐릭터를 만들어보겠다는 모호한 목표로 시작해서 수많은 크레딧을 소비하고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면, 이번에는 불경기 음악 페스티벌 전시 참여라는 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있었기에 작업의 방향이 명확해졌다. 아웃풋을 만드는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몰입도나 재미면에서 이전 경험보다 훨씬 월등하게 내 시간과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쓸 수 있었다.
2. 실전 경험의 가치
(이론 20%+실전 80%)
AI 아트 창작에도 파레토의 법칙이 적용된다. 이론적 지식 20%와 실전 경험 80%가 최적의 비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아무리 공부해도, 실제로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만큼 효과적인 학습법은 없었다.
아웃풋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잡았다면, 다음은 직접 부딪히는 것이다. 좋은 아웃풋이 나올때까지 반복적으로 결과물을 뽑아보며 프롬프트 작성에 대한 감을 길러본다. 그래서 생성형 AI분야는 이론을 빠르게 훑고 바로 테스트하는 습관을 갖는것이 더 중요하다. 그럼 부족한 나의 아웃풋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필요한 이론을 역으로 찾아 더 파고들게 된다.
특히, 각 AI 모델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했다. 미드저니의 경우, 같은 프롬프트라도 버전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이는 마치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아티스트와 작업하는 것과 비슷했다.
3. 도메인 지식의 깊이
가장 중요한 깨달음이다. 도메인 언어에 대한 공부는 남다른 깊이를 만든다는 점이다.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하고"라는 말처럼, 내가 원하는 예술의 스타일이나 기법을 어떤 언어로 설명해야할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답답했던 순간이 많았다. 프롬프트를 구체적으로 사용해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좋아하는 작품 스타일이 무엇인지, 스타일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점점 구체화되기 시작했고 프롬프트 작성의 정확도도 크게 향상되었다.
예를 들어, 단순히 "멋진 그림체"가 아닌 "리얼리틱한 그림체로 의인화하기”라고 표현했을 때 AI는 훨씬 더 정확한 결과물을 제공했다. 특히 미술사에 대한 시대적 이해와 그림 기법 등의 전문적인 지식이 더해질 때 작품의 퀄리티가 달라진다는 것을 체감했다.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효율적인 실전 경험이 가능하고, 깊이 있는 도메인 지식은 그 경험의 질을 높여준다. 결국 이 세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진정한 의미의 AI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내가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이 말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이번 전시 경험을 통해 얻은 내 확신이다.
의미의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문학적인 통찰, 오프라인에서 오감을 활용한 직접적이고 아날로그적인 경험들, 그 과정에서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여정이다.
일상을 즐겁고 재미있게 보내며
유니크한 경험을 나만의 언어로 기록하며
다양한 곳을 여행하고
예술을 향유하는 삶.
이것이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우리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유일한 삶의 방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