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테이의 장점
이전 편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저는 미국 땅을 밟는 순간부터 말 그대로 다양성이 숨쉬는 문화 속에서 먹고 자며 새로운 것들을 흡수했습니다.
홈스테이 가족은 20년 전에 이곳에 정착한 브라질 사람들이었어요. 이들은 집 안에서 여전히 포르투갈어를 쓰면서도, 브라질의 식문화와 파티 문화를 미국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게 진짜 이민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삶의 방식이었죠. 뿌리는 내리되, 완전히 동화되지는 않는 것.
아침과 점심은 미국식으로 먹었어요. 빵, 버터, 달걀, 샐러드, 햄, 베이컨, 빈... 이렇게 늘 따뜻한 아침 식사로 시작했어요.
저녁이 되면 풍경이 살짝 믹스된듯 바뀌었어요. 브라질식 고기요리와 밥, 채소가 오르는 식탁이었습니다.
생일파티 자리에는 늘 어김없이 브라질 유명 음료가 등장했구요. 브라질에서는 코카콜라만큼이나 사랑받는 국민 음료로,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자라는 과나라 씨앗 추출물로 만든 탄산음료에요. 사이다 같은 느낌의 이 탄산은 고기랑 궁합이 잘맞았어요.
우리는 언제나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자주 대화를 나눴어요. 브라질 가족들과 함께 살다보니 대화속에서는 영어 뿐만 아니라 브라질리언 포르투갈어도 자주 등장했다보니 포르투갈어 인사말을 조금씩 익히게 되었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이 문장을 주고받다 보니, 어느 순간 저도 브라질식 인사가 입에 익더라구요. 게다가 만날 때 마다 빠지지 않는 허그와 볼키스 덕분에 그들의 인사법에도 점차 친숙해졌어요. 물론 처음엔 꽤 당황했지만요.
영어를 배우러 미국에 왔는데 매일 다른 언어와 문화를 함께 경험하게 되다니, 그 덕분에 제 마음은 점점 더 넓은 세상으로 열려갔습니다.
아침과 저녁식사 때 오가는 짧은 대화들, 청소나 빨래, 장보기할 때 주고받는 말들. 처음에는 머뭇거렸지만, 매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자연스럽게 입에 붙었습니다.
주말이면 뒷마당 야외 테이블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잔잔하게 아침을 맞이했던 기억도 생생히 떠오릅니다. 그 시간에 저는 처음으로 샐러드에 소금을 듬뿍 뿌려 먹는 브라질 방식을 경험했어요.
브라질 이민자 가족이지만 사는 것은 미국 가정과 다를바 없기 때문에 이곳의 삶의 방식과 매너를 지키는 것에도 늘 신경 썼습니다.
먼저 화장실.
우리나라에선 샤워 후 바닥이 축축해도 크게 개의치 않잖아요? 이곳은 우리나라와 달리 바닥에 물이 묻어선 안되죠. 바닥은 늘 드라이해야 합니다. 샤워커튼을 제대로 치고, 나오기 전에 몸을 충분히 닦아야 합니다. 화장실의 향기도 중요하기 때문에 대왕 디퓨저가 항상 자리를 지키고 있었어요.
그리고 수건.
저는 한국에서 매일 새 수건을 쓰는 게 당연했는데, 이곳에선 한 장을 며칠에 걸쳐 사용합니다. 대신 수건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커요. 빅 타월(Big Towel)이라고 불러도 될 만한 크기. 그 큰 수건으로 몸도 닦고 머리도 가볍게 말린 다음, 잘 펴서 걸어두면 다음에 또 씁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것도 하다 보니 자연스러워졌어요.
식사 스타일부터 화장실 사용법, 수건을 쓰는 방식까지 사소하지만 모든 것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고 낯설었지만, 이 곳의 방식을 존중하고 따라가다 보니 언어보다 먼저 태도가 바뀌더라구요. 그리고 그게 어쩌면 진짜 영어 실력이 늘게 된 이유였는지도 모릅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뽀뽀로 깨우고, 도시락을 싸주며 함께 브라질 막장 드라마를 보던 브라질맘과의 추억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Ep4. 나의 브라질맘으로 이어집니다.
Ep1. 27시간 비행의 끝, 용감한 선택
Ep2. 어딘가 익숙한 브라질 맘의 이민 스토리
Ep3. 영어 실력이 늘 수 밖에 없는 이유
Ep4. 나의 브라질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