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단풍 빛깔 머금은 드라이브

설악산 한계령부터 미시령까지

각 계절을 대표하는 색이 있습니다. 봄 하면 화사한 파스텔 계열의 따스한 색이 생각나는데요. 예를 들면 벚꽃의 연분홍이 그것입니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닷물을 떠올리게 하는 샴페인 블루, 또 겨울이라면 단연 눈을 연상시키는 순 백색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을에는 어떤 색깔이 어울릴까요. 저는 은행잎의 노란 빛깔, 또 잎이 떨어지기 전 마지막 빛을 발산하는 ‘단풍색’이 먼저 떠오릅니다.



단풍잎의 울긋불긋한 색을 정확하게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는 늘 고민입니다. 산이 만개하는 여름으로 향하는 길, 계절이 교차되는 봄과 가을의 산은 각양각색(各樣各色)이면서 더 깊은 입체감까지 느껴집니다. 일 년에 한두 번 산행을 한다면 단연 봄에는 상춘곡(賞春曲)이요, 가을에는 단풍 구경인 이유입니다.



단풍 구경객이 몰리는 10월, 11월에 차를 몰아 움직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요. 이맘때쯤이면 도로에는 단풍놀이 가는 관광버스들이 즐비하고, 또 유명한 산에는 단풍에 지지 않을 각양각색의 등산복차림객들로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무리에 섞이러 길을 나서봅니다. 가을 산의 색만큼이나 강렬한, 2019 티볼리 오렌지 팝을 타고 말이죠. 앞선 2019 티볼리 시승행사에서 보고 반해버린 익스테리어 컬러입니다.  


하지만 저만의 단풍놀이에는 약간의 차이점이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단풍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산 안으로 들어가지만 저는 도로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크기가 큰 그림은 떨어져 봐야 그 진가(眞價)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한 폭의 그림 속으로 혼자 떠나는 가을 구경, 저는 이것을 ‘단풍 드라이브’라고 부릅니다.






설악산 한계령으로 떠난 단풍 드라이브



티볼리 오렌지팝과 함께 떠나는 여행의 목적지는 한계령(해발 1004미터)입니다. 설악산 자락에서 가장 먼저 색이 변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 곳은 설악산 줄기에 위치한 다른 고갯마루와 달리 제대로 된 설악산 휴게소가 남아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어서 미시령(해발 826미터)을 넘어 속초를 들릴 계획이고 현지 상황이 괜찮으면 권금성에 올라 볼 계획까지 세웠습니다.  


출발은 언제나 서두르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특히나 단풍놀이 철임을 고려하여 해가 뜨기 전에 서둘렀습니다. 평일 출근 시간대에 붐비는 서울 주변 고속도로를 피해 국도 46호선을 타고 춘천 쪽으로 달리다가 화도 나들목에서 서울양양 고속도로에 진입했습니다. 환절기앓이를 하는지 목이 아파 따뜻한 물을 담았는데, 보통의 경우라면 물을 마시기 부담스러운 상황이지만 2019 티볼리라면 가능합니다.



이번 2019 티볼리는 차선유지 보조 LKAS 기능이 더욱 강화되었기 때문인데요. 운전자가 집중력을 잃거나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잠시 떼더라도, 차량은 차선의 중심으로 달리기 위해 스스로 주행 경로를 조정합니다. 그 동안 여러 차례 티볼리를 운전해본 제 경험에 따르면 이 기능은 야간은 물론, 비가 많이 내리는 상황에서도 차선을 높은 정확도로 인지합니다.  


또한 차량의 방향을 유지하는 능력도 수준급입니다. 하지만 이 기능은 시속 60킬로미터 이상에서 20초 이내에서 작동된다는 조건이 있으며, 도로 굴곡이 심하고 변화가 극심할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작동할 수 있으니 주의를 항상 기울여야 합니다. 말 그대로 ‘운전보조용’으로만 사용하는 기능이죠.



다행히 생각보다 도로 소통이 원활해, 약 두 시간 만에 내린천 휴게소에 들를 수 있었습니다. 애초에 아침을 먹고 출발한 터라 오래 머물지 않고 다시 운전대를 잡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합니다. 얼핏 비 예보를 본 기억이 나 갑작스런 비소식은 당황스러웠습니다.



양양 나들목에서 인제로 향하는 국도 44선으로 갈아탑니다. 이 길은 인제군의 한계 사거리까지 이어지는데 그 중간에 오색약수, 필례 약수터, 한계령 휴게소, 장수대 탐방소 등을 지납니다. 왕복 2차선으로 접어들면서 도로는 오르막으로 바뀌고 고도가 높아지니, 빗줄기가 더욱 거세집니다. 그칠 것 같지 않은 비 때문에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차를 잠시 세우고 차에서 내렸습니다. 게다가 산은 아직 여름옷을 벗지 못했습니다. 애초에 조사한 바로는 지금 설악산 단풍은 절정(絕頂)이어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가을 드라이브는 실패한 것일까요?



낙심하여 다시 차를 몰아 한계령 휴게소 쪽으로 올라가는데, 어느 순간 수채화 번지듯 주변의 색이 달라집니다. 잠시 한눈 파는 사이에 계절의 경계를 넘은 듯 처럼 말입니다. 산은 우리말 그대로 ‘울긋불긋’ 색을 뿜습니다. 눈으로 보기에도 좋지만 사진으로 담으면 더 특별해지는 묘한 매력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을 단풍, 미생(未生)과 완생(完生)의 경계


한계령 휴게소 인근, 필례 약수터 입구를 지나면서 보니 많은 차들이 길가에 서있습니다. 이곳은 갑자기 도로 폭이 넓어져 차를 잠시 세울 공간이 확보된 곳입니다. 하지만 이번 소란은 단풍 구경 때문입니다. 도로 너머 안개 속으로 보이는 암벽과 양쪽 골짜기까지 그 조합이 짐짓 보기에도 단연 압권(壓卷)입니다. 그 광경에 지나던 사람 대부분이 차를 세우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느라 난리입니다. 저 역시 그 무리에 끼여 멋진 가을 풍경을 담았답니다.



한계령 곳곳에는 갑작스런 폭우로 인해 작은 폭포들이 만들어졌습니다. 도로에 내린 비가 워낙 많아 길 어깨를 타고 흘러내렸고 노면은 물기가 가득합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차들이 시속 20에서 30킬로미터로 서행했는데요. 사실 이 정도 수준에서 차가 미끄러질 일은 없겠지만, 워낙 경사지고 굴곡이 심한 길이니 방어운전이 필수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날은 마음이 든든했습니다. 바로 2019 티볼리의 사륜구동 덕분입니다.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하니 안그래도 그리 넓지 않은 주차장이 만원입니다. 다행인 것은 대다수가 단풍구경온 이들이라 바로 바로 자리가 난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다가 또 잠시 후 빠져나갑니다. 비가 이리 오는데도 산행 나온 사람들이 많다니 한국 사람들 참 부지런합니다.



한계령 휴게소는 최근 미시령에 남아있던 휴게소 터가 사라지면서 설악산의 고개들 중 유일한 곳이 됐습니다. 또 이곳에서는 산채나물, 황태 해장국, 옛날 돈가스 같은 음식까지 먹을 수 있는데요. 가격은 8,000원에서 1만 원 선입니다. 세련된 다른 휴게소의 모습과는 달리 이곳은 처음 운영을 시작한 시절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한계령 휴게소 건물은 그 모양도 특별합니다. 산자락의 경사를 그대로 살리고 건물 높이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내부는 3단으로 복잡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상업시설 치고는 비효율적인 건물 설계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이는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함이 아닌, 산과 어우러지도록 주변 자연과의 조화를 고려한 건축가 김수근(1931년 2월 20일 – 1986년 6월 14일) 선생의 배려입니다.



한계령 휴게소를 나와 인제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장수대 탐방로 관리사무소가 보입니다. 그 뒤로 안산(해발 1430미터)과 고양이 바위가 보이는데 이곳의 단풍이 한창입니다. 또 사무소 건너편 장수대 휴게소 쪽 가리봉과 주걱봉의 풍경도 절경이라 할 수 있겠네요. 한편 장수대는 한국전쟁 때 국군이 설악산 지역을 수복한 기념으로 세운 전통 기와집이라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계곡 안쪽까지 가볼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맑은 날 다시 올 날을 기약해야겠지요.




변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미시령 드라이브 

 

인제군 한계 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용대리, 미시령 방향입니다. 다소 늦은 점심으로 황태해장국을 먹기로 하고 용대리로 들어갔습니다. 무려 16년 전 진부령 알프스 스키장에 방문했을 때도 나오면서 용대 삼거리에 있던 어느 식당에서 황태정식을 먹었는데, 문득 그 때의 맛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 이곳은 많이 변했습니다. 더구나 때마침 식당마다 단체 손님을 기다린다며 개별 손님을 받을 수 없다고 하니 조금 서운합니다. 상황은 이해하지만 이런 걸 문전박대(門前薄待)라고 하는구나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할 수없이 식사는 뒤로 미루기로 하고 미시령 옛길로 향합니다. 



미시령의 단풍도 봐야 했고 폭우로 불어난 미시령 계곡도 보고 싶은 마음에 달렸는데, 마침 미시령 옛길로 접어드는 분기점 직전에 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는 오솔길이 나와줍니다. 비가 내린 후 큰 산 밑의 계곡은 위험합니다. 물이 불어 범람(氾濫)할 위험이 있고, 물살이 강해지기 때문이죠. 이날의 미시령 계곡은 가까이 보기 무서울 정도로 규모가 달라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넘실대는 물과 단풍은 늘 좋은 작품 소재인 것은 분명합니다. 가을 풍경을 담고 싶은 욕심에 조심스럽게 물가로 다가가 사진을 찍었습니다. 결과물은 이국적 느낌이 강해 마치 ‘단풍국 캐나다’에서 촬영한 듯 보여 우쭐해집니다.



계곡에 한바탕 힘을 쓰고 나니 더욱 배가 고픕니다. 따라서 서둘러 미시령을 넘어야 했습니다. 여기서 학사평 순두부마을까지 미시령 관통도로를 이용하면 거리로는 11킬로미터이고 차로는 약 11분 소요, 통행료는 3300원입니다. 반면 미시령 옛길을 통과하면 14킬로미터로 지도상 거리는 얼마 차이 나지 않지만 시간은 배나 걸립니다. 하지만 이번 드라이브의 테마가 ‘단풍’이니 만큼 터널을 통해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습니다. 



의도도 좋았고 의지는 결연했지만 역시 자연의 시계는 내 마음과 같지 않습니다. 고갯길 초입에 단풍이 보이길래 기대를 했지만 미시령의 단풍은 아직까지 미생입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미시령을 넘어 속초에 도착해, 얼큰순두부로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식사 후 설악산 소공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중간 중간에 주차장이 꽉 찼다는 안내문이 계속 보였지만 단풍이 물든 상황만이라도 확인하고 싶었답니다. 약 20분 정도 달리면 설악산 소공원 주차장에 도착하니 상황은 나쁘지 않습니다. 15분 정도 대기하면 자리가 난다고 하지만 산이 보여주는 가을색은 아직 이른 듯 합니다. 굳이 차를 세우고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갈 이유가 없습니다. 따라서 일주일 후에 다시 올 것을 기약하고 귀경길에 올랐습니다.



여행은 생각 없이 떠났다가 감동하여 돌아오는 것이 가장 성공적이라 불릴 수 있는 경험인 것 같습니다. 무슨 바람이 불어 이렇게 홀로 단풍 드라이브를 떠났는지 모르겠으나, 화려한 오렌지색의 티볼리와 함께 찍은 가을 단풍 사진들을 확인하면서 떠나길 잘했다는 생각만이 가득합니다. 가을은 고독을 즐길 수 있는 계절이라고 합니다. 짧은 계절, 겨울을 준비하며 묵묵히 타오르는 빛깔 가득한 설악산으로 가을 드라이브를 떠나보시길 추천드려봅니다.


▶ "쌍용자동차와 함께 하는 드라이브 콘텐츠 더 알아보기!"

매거진의 이전글 패밀리데이란 이런 것, 할로윈 호러 캠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