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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악산 캠핑숲을 가다!

렉스턴 스포츠 칸 오프로드 시승기

인간의 문명은 자연의 불확실성과 포식자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발전해왔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 또한 현대인들의 특징 중 하나죠.
 
그런 의미에서 캠핑은 현대인들의 이런 이중성을 잘 나타내는 활동이며 같은 의미에서 현대 도시인들 내면의 불안정한 정서를 치유하는 ‘힐링’ 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도시 문명에서 멀리 떨어져 굳이 하루를 묵지 않아도, 숲을 거니는 것 만으로 몸과 마음에 위로가 됩니다. 피톤치드 같은 생화학물질의 예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사람이 자연에서 왔기 때문에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남자들은 조금 더 자극적인 체험을 원하곤 하는데요.
 
예를 들면 길도 아닌데 애를 써가며 차로 달리는 오프로드 체험 같은 것 말입니다. 이를 두고 인류학자나 행동심리학자들은 DNA에 새겨진 원시 수렵생활에 대한 기억 즉 뭔가 추적하고 개척하는 습성에서 기인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의지? 오프로드로…

사회현상을 진화론으로 해석하는 식자(識者)들 중에는 ‘인간은 자연을 정복하면서 그 생존의 힘을 키워왔다’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으니 억측은 아닌 듯싶습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생존을 보장받는 대신 이런 짜릿한 본능은 가두어 두어야 하는데요. 원시의 습성을 있는 그대로 발산(發散) 한다면 타인에게 불편을 주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것을 스포츠 같은 활동에 투영(投影) 하는데요.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구기 종목들은 알고 보면 먹이를 좇고 타 종족에게서 빼앗는 행동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캠핑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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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차에 짐을 가득 싣고 포장된 도로를 따라가면 잘 정비된 오토 캠핑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호사스러운 텐트에 난방과 냉방은 물론이고 집에서 보다 더 푸짐한 음식을 해먹기도 하죠. 이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인위적이라고 생각한 일부 캠퍼(Camper)들은 배낭에 넣을 만큼만 짐을 꾸려 노지(露地)에서 숙박하는 백 패킹 또는 비박(Biwak)을 즐기기도 하죠.
 
한편 좀 더 적극적인 이들은 차를 산속으로 몰아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을 찾기도 합니다. 사람의 발길이 드문 곳이라면 좀 더 자연에 가까울 것이고 덜 오염됐을 것입니다. 또 남들이 못 가는 곳을 갔다는 자부심 역시 한 몫 하겠죠.


최근에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파주 감악산 언저리에 캠핑숲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오래 전에 사람이 심어둔 잣나무들이 20에서 30미터 높이로 자랐고 그것이 보기에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그 숲 중턱에 작은 분지가 형성되어 있어 텐트 치기도 좋다는 설명입니다. 온라인상에 공유된 사진을 찾아봤더니, 대충 찍은 사진만으로도 그곳은 매력적이었습니다. 심지어 산 중턱에 위치했지만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고 하니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캠핑 숲 또는 잣나무 숲으로 알려진 곳으로 통하는 임도(林道) 초입은 도로가 매우 거칠어 일반 승용차는 물론이고 도심형 SUV도 진입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타고 간 차는 오프로드 주행이 가능하며 파트타임 사륜구동에 뒷바퀴 축에 독립 현가장치가 달려있습니다.


4개의 바퀴 각각에 필요한 만큼 구동력을 배분하는 요즘 항시 사륜구동 시스템(AWD)와는 달리 애초에 바퀴가 지면에 최대한 닿을 수 있도록 구동축의 모양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장치입니다. 소위 말하는 오프로더(Offroader) 들에 기본 탑재되는 장치이면서 동시에 요즘 차에서 보기 힘든 것이기도 합니다. 이 정도면 감악산 캠핑숲 코스를 도전해볼 만합니다만, 걱정거리도 있었습니다.
 
생산된 지 오래 되어 힘이 예전 같지 않고 저속 사륜구동(4L)과 차동기어 잠금 장치(LD) 또는 LSD가 달려있지 않아 노면 요철이 심하면 바퀴가 헛돌 수도 있을 우려가 앞섰습니다.



일상에서 가까운 모험, 감악산으로!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집에서 감악산 캠핑숲 초입까지는 차로 40분 가량 소요됩니다. 집에서 지척(咫尺)이니 실패해도 큰 손해가 크지 않은 이유입니다.

임도 초입에서 걱정과는 달리 제 올드카는 의외로 잘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입구에서 100미터 가량 지난 곳부터 비포장도로의 경사가 급해집니다. 사실 급경사는 저단 기어로 올라가면 되지만 문제는 유실된 도로에 쌓아둔 쇄석(碎石)입니다. 덤프트럭으로 실어다 부어놓고만 간 듯 돌무더기 가운데가 솟아 있습니다. 최저지상고가 높은 제 차도 하체가 걸릴 정도의 높이니 꽤 높다란 편입니다. 게다가 이 돌들은 기계로 깨서 만들기 때문에 모서리가 날카로운데요. 타이어와 휠 손상이 우려되는 이유입니다.

행*이 극단적으로 짧고 진입각**이 국내 어떤 SUV보다 높습니다.
 
급하게 올랐다 떨어지고 다시 오르는 다소 방정맞은 요철에도 불구하고 범퍼가 쉽게 땅에 닫지 않는다는 장점은 오프로드에서 큰 이점으로 발휘됩니다. 짧은 차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휠베이스도 한 몫 합니다. 하지만 차는 도로가 유실된 경사길 앞에서 그 한계를 드러내고 맙니다.
 
* 차량 양 끝 단에서 가장 가까운 바퀴 중심까지의 거리, ** 차량이 급경사의 길을 지날 때 범퍼 하단이 땅에 닫지 않고 지날 수 있는 경사각도


다시, 렉스턴 스포츠 칸과 함께 도전

며칠 후 저는 다시 감악산 캠핑숲 입구에 찾았습니다. 이번에는 요즘 핫(Hot) 한 렉스턴 스포츠 칸과 함께입니다. 앞서 다녀왔던 제 오래된 차에 비해 힘이 세, 최고출력은 36마력, 최대토크는 11.2 kg.m 높습니다. 사륜 저속 모드를 갖췄고, 심지어 LD까지 탑재됐습니다.


우선 고속 사륜으로 등판을 시작했습니다. 이어 저번 처럼 돌무더기 앞에 도착했는데요.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어 접근해도 프레임 앞쪽 가로 바가 바닥에 부딪힙니다. 이것은 애초에 무게와 충격을 받아내는 부분이라 그대로 전진해도 됩니다. 쌍용차 쿼드 프레임의 장점이기도 하죠. 하지만 길이가 5미터 이상이고 휠베이스 역시 3미터가 넘는 차이기에 요철 통과가 마냥 쉬운 것은 아닙니다.


결국 후방 범퍼 끝 단이 땅에 닿습니다. 픽업트럭 특성상 적재함 하단의 탈출 각이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반면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은 렉스턴 스포츠 숏 데크였다면 조용히 통과했을 상황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확인해 보니 소리만 요란했지 범퍼는 말짱합니다.


오프로드 운전 팁!

오프로드에서는 가능한 서행하고 브레이크 페달은 한 박자씩 미리 밟아야 합니다. 운전자가 코앞의 지형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지면에서 높이 올려진 바퀴나 몸체가 내리막에서 급하게 떨어지면서 강한 충격을 받을 수 있고 그것으로 인한 2차 사고나 운전자 부상이 우려됩니다.

또 자갈이 많은 길을 빠르게 달릴 경우 작은 돌이 튀어 올라 휠이나 보디 패널 하부를 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또 오프로드를 주행할 때는 운전석 창문을 내려고 머리를 창문 밖으로 내밀어 앞 바퀴의 움직임과 지면을 살피는 방법도 이용됩니다.


특히 통로가 좁고 주변이 낭떠러지인 경우에는 더더욱 필요한 운전 노하우입니다. 하지만 노면 상태가 비교적 고르다면 렉스턴 스포츠 칸에 탑재된 ‘어라운드 뷰’로도 충분합니다. 물론 이렇게 조심해도 잠시 방심하거나 잘못 판단하면 문제가 발생하고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또 운전석에서 판단이 어렵다면 반드시 차에서 내려 다양한 방향에서 상황을 살펴보길 바랍니다.

드디어 앞서 내 차가 오르지 못했던 구간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설상가상입니다. 전전날 내린 눈 일부가 녹았다 다시 얼면서 앞서 올라간 차량의 바퀴 자국 위에서 빙판이 만들어졌네요. 이래저래 바퀴가 헛돌기 좋은 환경입니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습니다. 땅이 젖어있던 기간에 앞서 올라간 머드 타이어 궤적이 남아있더군요. 공략할 코스를 고민 안 하고 그것만 따라가면 되니 그것은 행운입니다.


렉스턴 스포츠 칸의 사륜구동 모드를 저속 4H로 전환하고 드라이빙 모드를 POWER로 바꾼 후 조심스럽게 가속페달을 밟습니다. 렉스턴 스포츠 칸은 예상보다 범피를 쉽게 올라탑니다.


일상을 잊게 한 곳, 캠핑숲으로

이후 잣나무 분지 일명 캠핑숲에 이르는 약 400미터 구간은 무난합니다. 임도 바닥에 깔린 거친 돌만 잘 피하면 되니까요. 문제는 좌우로 무성한 잔 나뭇가지들입니다. 이것은 진달래나 철쭉으로 보이는데요. 이것이 차량의 도장 면, 클리어 층에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스치는 정도는 괜찮지만 긁히는 소리가 날 정도라면 그 손상은 이후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선명하게 남을 것입니다. 이때 어두운 도장일수록 손상이 더 도드라지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통과해야 할 경우에는 가능한 굵은 나뭇가지를 피하는 쪽으로 운행해야 합니다. 전통적인 오프 로드용 차량의 전폭이 좁고 옆으로 잔뜩 부풀린 휠 하우스와 타이어가 채택되는 것은 이런 장애물들 때문입니다.


그렇게 캠핑숲에 이르면 길이 갑자기 넓어져 양방향 통행이 가능할 정도입니다. 또 길 아래쪽에 넓은 분지가 위치해있습니다. 그 안은 잣나무로 가득 찼지만 텐트 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네요. 이 계절에는 훤칠한 나무와 그 끝의 푸르름이 보기 좋지만 가을이라면 바닥에 낙엽까지 쌓여 얼마나 운치 있었을까를 상상해봅니다.

분지로 내려가보니 며칠 전에 야영한 흔적이 남아있는데요. 불을 피운 흔적과 담배꽁초로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이곳은 불을 피우는 것은 물론이고 라이터 같은 화기를 소지하는 것도 금지돼있습니다. 전기를 끌어올 시설도 없는 말 그대로 산속이라 겨울철 캠핑이 불가능한 지역인데요. 최근 흔적이 웬일인가 싶었는데 역시나 문제 있는 야영이었나 봅니다.


차로 돌아가 준비해온 믹스커피 두 봉지를 찢어 내용물을 컵에 넣고 보온병에 담아온 뜨거운 물을 부었습니다. 견과류 봉지도 찢었는데요. 피곤과 허기에 대한 긴급조치인 셈입니다.

렉스턴 스포츠 칸은 충격에 강한 프레임 타입이고 네 바퀴 굴림에 스웨이 바와 LD까지 갖추었지만 순정상태라면 이곳을 올라갈 때 주의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사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곳을 올라가는 차들 대부분이 머드 타이어를 달고 지상고가 원래 높거나 오프 로드용으로 튜닝된 차량인 이유는 분명합니다. 단순한 임도가 아닌 이유 때문입니다. 따라서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합니다. 다행히 우려했던 차량 손상은 없고 게다가 애초에 목적한 대로 캠핑 숲에 도착했으니 좋습니다.


처음에는 커피를 마시고 난 후, 차를 돌려 내려가려 했습니다만. 갑자기 길 끝에 뭐가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그렇게 넓은 길을 마다하고 조금 더 올라가기를 20분, 아무리 올라가도 차를 돌릴 만한 공간이없고 숲은 더 좁아지며 어두워집니다.


그렇게 불안감이 밀려올 무렵 시야에 비닐하우스가 나타납니다. 처음에는 산속의 작업용 창고 정도로 생각했고 ‘저기서 차를 돌리면 되겠다’ 싶었지만 실상 그것은 사람이 사는 농가입니다. 게다가 조금 더 나아가니 콘크리트 포장된 도로가 나타납니다. 결국 길은 돌고 돌아 세상과 이어져 있네요. 이렇게 반나절의 모험이 끝납니다.
 
이날 뭘 위해서 제 안에 숨겨진 원시 DNA을 끄집어 냈는지 설명하기 힘듭니다. 무슨 용기가 나서 그랬는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손이 떨릴 만큼 피곤해도 우쭐한 기분이 드는 것은 아마 성취감 때문이겠지요. 평소보다 몇 배는 힘들 세차도 귀찮게 느껴지지 않는 하루였습니다. 이 기분은 돌무더기와 바닥이 꺼진 범피코스를 가뿐하게 통과한 렉스턴 스포츠 칸 덕분이지만, 덩달아 나도 오프로드의 왕자가 된듯한 착각 탓이기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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