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이야기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밤이다.
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과, 보지 않고 견디는 것은 전혀 다른 종류의 일이다.
나는 후자를 선택하기 위해 온종일 마음의 가장자리를 꾹꾹 눌러 담았다. 너무 세게 누른 탓에 손끝이 하얗게 질려버렸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형체도 없이 흩어져 버릴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분명히 닫아두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작은 틈 사이로 무언가 울컥 쏟아진다. 그것은 슬픔이라기보다 차라리 투명한 조각들에 가깝다. 뺨을 타고 흐르는 액체의 온도는 지독하게 미지근해서, 오히려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서늘하게 일깨워준다.
에어컨 바람에 건조해진 공기 속에서 눈물은 금세 말라붙겠지만, 마음속에 고인 것들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안 보면 미칠 것 같다는 예감은 대개 틀리지 않는다. 그러나 보고 나면 정말로 부서져 버릴 것 같아서, 나는 오늘도 미치는 쪽과 부서지는 쪽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다.
괴롭다는 건, 아직 내 안에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남아있다는 뜻이기도 할 것이다.
비겁하게도 나는, 이 눈물이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다 쏟아내고 나면 정말로 아무것도 남지 않은 빈 껍데기가 되어버릴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