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마주보고 웃던 시간
소년 같은 해맑은 웃음이었다. 그가 웃으면 나도 따라 웃었다. 그것은 마치 전염성이 강한 햇살 같아서, 나는 속수무책으로 그 온기에 나를 맡기곤 했다.
하지만 마음을 내어주고 기대는 법을 익혀갈수록, 내 삶의 지지부진한 무게들을 그의 어깨에 조금씩 얹어둘수록, 우리는 지독하리만큼 현실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선명해질수록 관계의 거리는 멀어져 갔다.
그를 처음 마주했을 때의 그 아득한 미소만큼만, 딱 그만큼의 거리에서 선을 지켰더라면 우리는 조금 더 오래 함께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이제는 안다. 우리가 나눈 사랑의 계절은 아마도 딱 거기까지였음을.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 그저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그만큼의 길이였을 뿐이다. 나는 여전히 그가 남긴 웃음의 잔상을 기억하지만, 이제 그것을 붙잡으려 손을 뻗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