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심한 어떤 오후의 기록
무엇 하나 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세상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었고, 나는 늘 도망칠 수 있는 막다른 골목만을 찾아 헤맸다.
마음 안쪽에는 누군가 할퀸 듯한 피해의식이 고여 있어, 누군가 다정하게 말을 걸어와도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곤 했다.
내일 같은 건 오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했다.
타인의 입에서 나오는 바른말들은 설탕물처럼 매끄러워 오히려 기만적으로 느껴졌다. 사실, 지금도 완전히 괜찮아진 건 아니다. 여전히 상처받는 것이 두렵고, 진심을 가장한 사람들의 무신경함에 몸서리가 쳐진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이 거대한 우주에서 나는 그저 부유하는 먼지 한 톨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렇게 생각하자 비로소 숨이 쉬어졌다.
거창한 책임감이나 관계의 피로함 대신, 오직 나라는 존재만 소중히 여기기로 했다. 내 손을 떠난 일들, 내 의지로 바꿀 수 없는 마음들은 이제 조용히 놓아줄 생각이다.
마치 유통기한이 지난 통조림을 선반에서 치워버리는 것처럼, 아주 담담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