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때문에 집을 나와 혼자 살게 된지도 제법 시간이 흘렀다. 약간 무리하면 통근이 불가능한 거리까지는 아니겠지만(심지어 나보다 멀리서 통근을 하는 직원도 있었다!), 혼자 사는데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과 장거리 통근으로 인해 소모되는 시간의 가치를 고려해보니 망설임 없이 독립을 결정하게 되었다. 최근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대부분의 상품들이 1인용으로 출시되고 있어 특별히 생활하는데 불편함은 없다. 1인 용품이 더 비싸서 구매가 망설여진다는 점 외에는.
그전까지 나는 군생활을 제외하고는 집을 떠나본 적도 없고, 멀리 통학을 해본 적도 없었다. 초중고는 물론이고 대학까지 집에서 자전거로 다녔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독립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마침 회사도 멀리 있으니 겸사겸사 1인 가구를 경험하기에 좋은 조건이 갖추어진 셈이다. 실제로 나와서 살아보니 생각만큼 어려운 것이 없었다. 우리나라는 참 좋은 나라다.
사실 조건으로 따지자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 서울의 다세대주택에 혼자 살고 있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으면서도, 부모님은 차로 40분 거리에 있으므로 주말마다, 혹은 평일이라도 조금 무리하면 보러 갈 수 있었다. 거기에 혼자 살아가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수입과, 가끔 여가를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최적이다. 지금도 나는 현재의 상황에 불만을 가지기보다는 딱 이 정도의 여유를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는 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딱 이 정도의 여유를 막 즐기고 있다고 말하기도 어려울 무렵, 주위에서는 또 다른 '유지해야 할 선'을 내민다.
혼기(이 단어를 그리 선호하지는 않지만, 사회적인 통념을 설명하려면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한다)가 찬 사람이 혼자 살고 있으면 주변인과의 대화에 자연스럽게 외로움이 화제로 등장한다. 나는 딱히 외롭지 않은데 대화가 진행되면서 나는 점점 외로운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1인 가구가 그토록 많아졌는데도 아직까지 혼자 사는 것이 곧 자연스럽게 외로움을 동반한다는 인식이 있다니 놀랍다. 사실 친구들이 점점 가정을 꾸리고 절대 결혼을 못할 것 같았던 놈들마저 떠나고 나면 '이러면 안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비단 남녀 간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분명 인간은 외로움을 타는 존재다. 약속이 없는 주말에 혼자 집에 있으면 이것저것 미뤄둔 일도 처리하고 마음 편히 여가를 즐기며 휴일을 만끽하지만, 그것은 5일 내내 사람들 사이에서 치이며 바쁘게 달려왔기 때문이지 굳이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좋아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싫다'는 말을 그리 믿지 않는다. 특별히 혼자서 즐기는 일들을 더 선호하거나 하는 등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근본적으로 인간관계를 싫어한다는 것은 좀 이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잘 모른다거나 어떠한 상처가 있어서 관계에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은둔형 외톨이 같은 사람들은 집에서 만화나 게임 등의 취미에 빠져있는 형태가 많은데, 이들은 얼굴을 대면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온라인 상에서 사람들과 소통을 하거나 드라마틱한 삶을 사는 가상의 인물들을 동경하기 때문에 그러한 매체를 계속 찾게 되는 것이 아닐까.
사실 1인 가구의 증가가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단지 출생률의 감소에 따른 사회 후생의 손실 때문이지 '은둔자'의 증가로 인해 구성원들이 사회성을 잃어버린다는 인문학적인 차원의 것은 아닌 것 같다. 과학 기술의 발달과 인간성의 상실로 인해 우리는 점점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는데 익숙해지는 것은 아닌가 싶은 염려가 있다. 인터넷의 발달이 마치 지구촌의 인류를 하나로 엮어줄 것처럼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로 인간의 소외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그러한 소외된 인간들을 점점 더 가둬버리는 부작용이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것은 온라인 매체와 같은 소통의 도구들이, 오히려 실제 인간관계를 맺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더 온라인 속의 소통에 갇히게 만들어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