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대 총장선거를 되돌아보다
글 다프네 반달가슴곰 222
디자인 플래시
지난 6월 넷째 주, 코로나 19로 인해 내내 한산하던 학교가 북적였다. 숙명여대 114년 역사상 처음으로 학생 참여 총장 직선제가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선거권자에 학생이 포함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재작년 1학기에 성사된 전체학생총회에 3천 명의 숙명인이 모였고, 2학기에 진행된 민주적 총장선출제도를 위한 서명운동에는 2천 명이 참여했다. 또한 TFT 소집을 요구하며 시작한 총학생회장 노숙 농성은 44일 동안 이어졌다. 거저 얻은 투표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전면 온라인 강의가 시행되던 와중에도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학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던 것이다. 제 20대 총장선거는 학생들이 대학 구성원으로서 직접 총장을 선출했다는 점에서 더 민주적인 숙명으로의 진일보임이 틀림없지만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4년 후 치뤄질 선거를 기대하며 제20대 총장선거를 되짚어보기로 한다.
파란이 꼽은 주목할 만한 공약은?
이번 총장 선거에는 (기호 순) 문시연, 강애진, 유종숙, 장윤금 후보가 출마했다. 네 후보는 어떤 공약으로 유권자들을 설득했을까? 후보들의 많은 공약 중 주목할 만한 것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자.
#본 파트에는 필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점을 참고하여 읽어주세요.
우선 기호 1번 문 후보의 공약집은 “숙명의 경쟁력은 ‘여성’입니다!”라는 카피 문구가 눈에 띄었다. 소견발표회에서 재정난 해소 방안으로 제시한 기업연계 대외모금 계획이 인상 깊었다. 유일하게 유튜브를 선거운동에 이용해 접근성을 높인 점도 흥미로웠다. 기호 2번 강 후보는 향후 100년 비전을 ‘숙명’, 맑음(맑을 숙, 淑)과 밝음(밝을 명, 明)으로 제시하며 소견발표를 시작했다. 새로운 교육 방식인 ‘커리어 코칭서비스’를 제안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기호 3번 유 후보는 학생들의 공감대를 가장 잘 파악한 것처럼 느껴지는 후보였다. 구성원, 특히 학생의 복지에 관한 내용이 많았는데, 조식 샐러드 바 천 원 제공, 수강신청 탈락률 0% 달성, 절대평가제 도입 등이 있었다. 또 구성원 복지를 ‘덕업일치’ 패키지로 제시하며 유권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 노력한 점이 기억에 남는다. 기호 4번 장윤금 후보는 구성원들에게 직접 다가가 들은 고민을 담은 자신만의 ‘경청 노트’를 소개하며 소견발표를 시작했다. 장 후보는 해외 유학생을 대폭 늘려 제정을 확충할 것을 역설했다. 학교 안이 복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장 후보는 5월 제 20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공약집 그 어디에도 등록금 반환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 2차 소견발표 후 등록금 반환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과도기적 현상이니 학생들이 이해해야 한다는 식으로 답변한 후보도 있었다.
교원 1명의 표 = 학생 328명의 표?
이번 총장후보 선거에서 학생 표의 반영비율은 7.5%였다. 선거권자 별 반영비율은 교원 82%, 직원 7.5%, 학생 7.5%, 동문 3%로 교원이 매우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제 20대 총장 후보 선거에 투표권을 가진 선거권자의 수와 반영비율을 고려하면, 교원이 1인당 1표만큼의 영향력을 가질 때 학생들은 약
0.003표를 가진다. 교원 1명의 표가 학생 약 328명의 표와 동등한 영향력을 가지는 것이다. 투표 반영 비율을 결정하면서 학생 선거권자의 수가 다른 단위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 고려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총학생회에서 학생 참여 총장 직선제를 주장할 때 목표했던 학생 표 반영비율은 25%였다. 하지만 총장선출제도 개선 TF 논의 과정에서 교원 측 의원이 82%의 비율을 강경하게 요구하면서 남은 18%로 직원과 학생, 동문의 비율을 나누었다.[1] 결국 기존의 목표였던 25%의 절반도 되지 않는 7.5%의 비율을 차지하게 되었다.
이번 투표에 참여했던 학생들도 7.5%라는 반영비율에 대해 더 높아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2차 선거의 사례만 봐도, 두 후보의 학생 득표율은 상당히 큰 차이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는 이와 반대되는 결과가 나왔다. 학생들이 투표에 참여하긴 했지만, 교원들의 투표 결과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이해를 위해 다소 극단적인 예시를 들어보자. 두 명의 후보가 출마했고 투표율이 100%라는 가정하에 교원을 제외한 모든 선거권자가 A후보를 찍어도 교원 221명만 B후보를 찍으면 B후보가 당선된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학생들의 참여는 단지 형식적인 것에만 그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학생은 등록금을 내고 교육 서비스를 받는 주체면서 선거권자 중 가장 많은 수이기도 하다. 총장으로 누가 선출되는지에 따라서 학생들의 대학 생활에도 변화가 생긴다. 대학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것인지에 따라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복지 등의 정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대학의 아웃풋과 입결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학생들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되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학교 전체에 이익이 될 것이다.
현재 총장 직선제를 시행하고 있는 다른 학교에서도 학생의 반영 비율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총장 직선제 시행 중인 사립대학교 중 상지대학교만이 학생 반영비율 22%로 비교적 높은 비율이고, 이화여대 8.5%, 성신여대 9%로 우리 대학과 비슷하다. 총장 직선제 학생 참여를 실시하고 있는 전국의 사립대와 국립대는 학생 반영비율을 높이기 위해 학교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직 7.5%에 그친 숙명여대의 총장 선거 구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왜 전자 투표는 안되나요?
제20대 총장선거에서 전자 투표는 허용되지 않았다. 1학기가 전면 온라인 강의로 전환되고, 기말고사 마저 비대면 시험으로 전환된 시점에서, 학교에서 멀리 거주하는 학생들은 현장 투표를 하기 위해 현장에 와야 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투표 당일 교내 커뮤니티에는 투표권 행사를 위해 비행기나 기차를 타고 학교에 간다는 글이 여러 차례 게시되었다. 또한 선거일을 앞두고 캠퍼스에서 멀지 않은 이태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학생들은 투표를 하기 위해 코로나 19 감염에 대한 불안도 감수해야 했다. 선거일이 기말 고사 기간과 맞물려 있어 학생들의 부담이 더해졌다.
“이기적인 처사이다. 다른 때도 아니고 감염병으로 이동을 조심하는 시기에 모두가 학교 앞에 사는 줄 아는 건가 싶었다. 또한 지역에 있는 학생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익명, 미디어학부 18)
총학생회는 총장선출제도개선 TF를 진행하면서 전자투표를 주장했으나, 대리투표 등의 악용이 걱정된다는 이유로 주장이 수용되지 않았다. 코로나 19 상황이 악화된 후에 총학생회는 학교 본부와 선거관리위원회, 법인이사회에 다시 전자투표를 요구했으나, 현장투표 방식만 명시된 규정을 개정하기에는 선거일까지의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전자 투표를 위한 개정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학교 본부는 부정 투표에 대한 우려로 인해 온라인 투표를 허용하지 않았지만, 서울대학교와 전북대학교를 비롯한 일부 국립대에서는 2018년부터 온라인 투표와 오프라인 투표가 병행되었다. 전북대학교 제 18대 총장임용후보자 선거(2018.10.29)는 전자 투표를 시행하면서 휴대폰 본인인증을 의무적으로 실시했다. 또한 서울대학교 제27대 총장예비후보자 학생 투표(2018.11.09)의 경우에는 전자 투표를 시행하면서 선거일 이전 사전 등록 기간을 두어 투표 참여 신청을 받았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부정 투표를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남대학교는 지난 9월 23일에 치룬 제21대 총장 임용 후보자 선거를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한 바 있다. 다른 대학의 사례를 참고했을 때 우리 대학이 제20대총장선거에서 전자 투표를 허용하지 않은 것은 전자투표가 '불가능'했기 때문이 아니라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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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선거운동 관련 의혹은 어떻게 처리되었나?
7월 1일, 총학생회 모두는 제 20대 총장후보 선거 중 교직원 내부에서 불법 선거운동이 있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발표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끝난 1차 선거 이후 구성원들의 투표 여부를 알아내 특정 후보에 대한 투표를 강권했다는 것이다. 부정선거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직원 중 한 명이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이라는 점도 포함되었다. 총학생회는 제보 내용만으로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정확한 조사를 위해 진상조사위원회 소집과 부정선거 의혹 진상규명을 요청했다.
이에 총장선거관리위원회는 7월 3일, '일부의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 유감을 표명하며 문제 제기의 근거와 자료를 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접수할 것을 요청했다. 공식적인 이의 절차를 밟지 않고 익명으로 메일 제보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또한, 총학생회에서 제보받은 내용에 대해 선거 관리규정 위반 여부를 검토한 결과, 불법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공식 이의제기 기간인 7월 7일까지 이의제기가 없었기 때문에 진상조사위원회의 논의는 무산되었다. 이에 반발해 총학생회의 진상조사위원회 소집요구 서명운동에 약 2300명의 학생들이 참여하였다. 총학생회는 전 총장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선거관리위원회 자격이 아니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의혹에 대한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총장 선임식이 진행되었다. 학생들이 접한 소식은 7월 28일 총학생회가 교육부에 진상규명과 관련한 진정을 넣었다는 것이 마지막이었다. 지난 9월 1일, 총학생회는 초기와는 달리 특정 사안에 있어 대외비 유지 의무가 발생하여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를 비롯한 어떤 내용도 공개할 수 없기에 사건 종결 즉시 결과를 보고하겠다고 공지했다. 그 이후 특별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 상황이다.
이제 사실 여부를 직접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의혹이 제기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선거 결과에 대한 신뢰와 정당성을 떨어뜨리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익명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했을 선거에 누군가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보가 익명으로 들어왔다는 이유로 총장선거관리위원회가 적극적으로 사실관계 확인을 하지 않고 실명 제보를 요청했던 점은 아쉽다. 자신의 신원이 밝혀졌을 때 받을 불이익을 감수하고 실명으로 제보하는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사건에 대해 명확하게 조사하여 그 결과를 선거관리위원회 차원에서 공지하고,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선거 규정에 따른 조치가 이루어졌어야 한다. 의혹에 대한 명확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면 선거 결과의 정당성을 더욱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진보는 정직한 논의에서 출발한다(Progress starts with honest discussion).”
미국의 제67대 국무장관이자 뉴욕 주 상원의원을 지낸 정치인 힐러리 클린턴의 말이다. 지난 제20대 총장선거와 관련한 불법선거운동 관련 의혹은 여전히 말끔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또한 앞서 살펴봤듯, 선거 규정과 운영에 있어 여러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제20대 총장선거가 우리 대학 최초로 4주체가 참여한 총장 직선제라는 점에서 진일보임은 틀림없다. 이젠 2024년에 치뤄질 제 21대 총장선거에 대한 고민과 토의가 필요한 때다. 힐러리 클린턴의 말처럼 다음 선거는 더 정직한 논의를 바탕으로 어떠한 아쉬움도 남기지 않고 치뤄지길 바란다. “숙대에서 민주주의 보이나요”라는 물음에 더욱 확신에 찬 긍정으로 답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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