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첫 호가 나왔습니다. 손꼽아 기다렸던 순간인데 생각했던 것만큼 벅찬 감정이 들진 않습니다. ‘내 머릿속을 휘젓던 작은 상상들이 허공에 흩어지지만은 않았구나.’하는 안도감과 떨떠름함이 기쁨보다 큰 건 그만큼 많이 방황했기 때문일까 싶습니다.
우리는 지워지는 이들의 존재에 주목했습니다. 여성으로서, 장애인으로서, 노동자로서, 성소수자로서 살아갈 때 지워지는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순간들을 조명하고 싶었습니다. 부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외치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낮은 목소리로 공유하며 위로를 전하는 따뜻한 공론장이 되고 싶었습니다. ‘굳이’ 전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 당장 나의 이야기가 될지 모르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모인 우리가 내놓을 첫 이야기는 <우리가 지워질 때>입니다. 우리의 모든 순간이 존경받길 원하는 마음에서 쓰고 그렸습니다. 한 명이라도 위로받고 공감했다면 우리는 그걸로 충분합니다.
투정 같아 보여 말하기 민망하지만 준비과정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예산을 확보하러 이 곳 저 곳에 부딪히고, 학교생활과 여러 활동을 병행해야 하는 까닭에 숱한 밤을 새면서 뭘 위해 이걸 시작했는지 잊을 만큼 부수적인 것에 시달렸습니다. 우리는 너무나도 작은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지만, 열악한 환경 덕에 세상 곳곳을 조명하려는 사람들이 오히려 본인의 삶은 좀먹고 있다는 생각이 ‘감히’ 들더라고요. 그러니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돈이 안 되니 아무도 지원해주려고 하지 않고, 스펙이 되지 않으니 뛰어들려하지 않으니까 돌연변이 소수의 발버둥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체제였으니까요.
파란이 있기 한참 전 숙명에는 <숙명>이라는 이름을 가진 교지가 있었습니다. 2002년 이후론 족적이 없습니다. 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없었는지, 혹은 학교의 지원이 없었는지 자취를 감춰버렸거든요. 자본논리에 중독된 세상 속 교지의 존립은 늘 위기입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하는 매체의 입지는 작아지면 작아질지언정 없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꼭 해내야겠다는 괜한 고집스러움이 발동했습니다. 그리고 사라진 교지의 정신을 살려보겠다고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모두가 다수를 생각할 때 소수의 삶도 그만큼 소중하다고 외칠 수 있는, 기득권의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부조리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매체는 그 존재만으로도 누군가에겐 힘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요.
아직도 파란의 정체성과 방향에 대해 무수한 고민을 품고 있습니다. 여전히 저희는 가난하고 부족하니까요. 그렇지만 힘이 닿는 데까지 이 목소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2호가 나올 땐 1호를 낼 때보단 환경이 나아져 우리가 스스로를 덜 좀먹었으면 좋겠다는 건데, 너무 큰 바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파란이 일으킨 작은 물결이 큰 파도가 될 때까지 우리를 기억해주시고 찾아주세요. 투박하지만 더 깊어져서 돌아오겠습니다.
[파란]은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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