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석무 Feb 09. 2022

다산베아채CC  - [한국의골프장이야기] 탐사기록


이 포스팅은 [한국의골프장이야기] 제3권 집필을 위한 탐사 기록입니다.     



‘남도골프 1번지’

다산베아채 골프앤리조트(이하 ‘다산베아채’)가 스스로를 표현하는 말이다.

미술사학자 유흥준 선생이 [나의문화유산답사기] 첫 권(1993년 출간)에서 ‘남도답사1번지’라 칭송한 뒤로, 강진은 전라남도에서 손꼽히는 문화 여행지가 되어왔다.


다산베아채는 유흥준이 그 원색의 봄빛을 찬탄한 강진만 바닷가 언덕에 있다. 2018년에 문 연 곳이라 남도골프 1번지라 말하긴 아직 이르겠으나, 이곳 베아채코스 첫 홀만은 단연코 ‘남도골프 1번 홀’이라 불러도 될 듯 싶다.

티잉 구역에서 보면 파5 홀의 넓은 페어웨이가 유장하게 물결치듯 바다로 뻗어나가 구강포의 푸른 바다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몸은 티샷을 하고 걸어 나가지만 혼은 먼 바다에 홀려 떠나는 느낌이다.     


강진만 - 카카오맵


남도 1번 홀

강진은 어머니 여신(母神)의 가랑이 같은 모양 땅이다. 태평양에서 밀어온 바다의 장대한 기운이, 백두대간에서 뻗어 내려온 산맥을 가르며 깊숙이 들어오는 자리에 있다. 산은 탐진강을 적셔 흘리고 해양은 구강포를 밀고 들어와 교합하며 엄마 품속처럼 살가운 강진만을 이룬다. 강산과 바다가 서로를 끌어안고 깊이 받아들이며 온기를 주고받는 곳이다.


베아채코스 1번 파5 홀은 그 생멸하는 자연의 이야기 속으로 감응해 들어가는 문이다. 이 홀에서 공과 목표지점만 노려보는 골퍼는 이미 그린피의 절반 이상은 낭비한 것이다. 숨죽여 흐느끼는 자연의 관능은 느끼지 못할지언정 눈앞의 애틋한 풍광에는 젖어보고 가야 한다.



강진과 다산과 베아채

이 골프장 건립은 이천 년대 초반부터 강진군 관광 활성화를 위한 숙원 사업이었다. 관내에서 가장 빼어난 자리를 떼어 (주)삼공이라는 회사에 골프장 허가를 내주었는데, 그 모기업이던 신라저축은행이 도산하면서 진행되지 못했다. 오랫동안 표류하던 사업을 전라남도 소재 중견 건설기업인 근화건설 그룹이 인수 완공하여 2018년에 문을 열었다.


‘다산베아채’라는 이름은, 골프장 모기업인 근화건설의 아파트 브랜드인 ‘베아채’와 골프장 뒤 만덕산 중턱의 정약용 선생 유배지 ‘다산초당’을 엮어 지은 것이다. 베아채는 중세 피렌체의 서사시인 단테가 ‘신곡’에 등장시킨 첫사랑 소녀 ‘베아트리체’에서 가져온 조어(造語)라 한다. 창업주 고 김호남 회장이 문학을 사랑한 시인이기도 했다는데, 롯데의 고 신격호 회장이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샤롯데’에서 그룹 이름을 따온 사연과 닮았다.


강진 땅을 사랑한 사람들

골프코스는 일본사람 구로자와 나가오가 설계했다고 알려지기도 했으나, 우리나라 유명 코스 디자이너인 성치환(인성골프)의 설계 작품이다. 재일교포 기업이던 (주)삼공이 추진하던 때에 구로자와의 설계안이 검토된 바 있었는데, 근화건설이 사업을 인수한 뒤 성치환 씨에게 새로 맡겨 그의 설계대로 완공했다. 완공 직후 창업주 김호남 회장이 급작스레 별세하면서 설계자가 다르게 전해진 듯하다. 김 회장은 이 고장 땅을 잘 이해하고 있는 호남 출신 성치환에게 설계를 맡기는 한편, 골프계의 ‘전설적 고수’이자 광주의 원로인 기장명 씨를 초빙하여 골프장 건설을 총괄하게 했다. 호남 땅을 깊이 알고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이 코스 건설에 혼신의 열정을 쏟아 부었다고 한다.     



성치환 씨는 국내외 60여개 골프코스를 설계했다. 잘 알려진 작품으로는 렉스필드CC, 남여주CC, 파인스톤CC, 화성상록CC, 남원상록CC, 아크로CC, 무안CC 등이 있으며 가평의 리츠칼튼CC를 ‘아난티’로 리모델링하기도 했다. 전남대학교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그는 1984년 '통도사CC(현 통도이스트)‘가 건설될 때 현장 상주 실무자로, 일본 코스 디자이너 미야자와 조헤이의 설계를 받아 실행하며 골프코스 설계와 인연을 맺었다. 원로 설계가 김명길이 1988년에 세운 ’필드컨설턴트‘의 창립 멤버이자 설계 실무책임자로서 자유CC, 라데나CC, 블루헤런CC 등의 작업에 참여한 뒤 1990년 ’인성골프‘를 차려 독립했다.

잭 니클라우스 디자인의 수석 디자이너이던 톰 펙(Tom Peck)을 인성골프의 기술고문으로 영입하여 조형 부문을 맡긴 작품들이 적지 않은데, 국내 골프장들이 외국인(톰 펙)을 코스 디자이너로 내세우기 좋아하고 성치환 또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아, 설계가로서의 명성을 실적만큼 높이지 못한 편이다.


그는 “한국의 자연 지형을 살려 편안함과 도전성을 조화시킨 코스”를 추구한다고 말한다. 나는 그가 설계한 골프코스 중에서 위에 예시한 것들은 거의 라운드 해보았는데, 땅의 근본 특성을 코스의 개성으로 살려내는 완숙함을 느꼈다. 난해하기로 악명 높던 가평의 ‘유명산(리츠칼튼)CC’를 리모델링하여 ‘아난티’라는 스타일리시 골프코스로 재탄생시킨 기량은 특히 인상적이었다.(그의 설계 세계관에 대해서는 앞으로 ‘한국의골프장이야기’ 연작에서 더 살펴보게 되길 기대한다)     


장보고코스 5번 파5 홀


코스의 특징


중상급 이상 변별력의 골프 코스

다산베아채는 관광지 소재 골프장으로서, 토너먼트코스 목적으로 만들지는 않았으나 웬만한 프로골프 대회도 치러낼 수 있는 규격을 갖추었다.

우선 코스 전장을 보면, 이 골프장 3개 코스 27홀 중에서 (다산코스 9홀과 베아채코스 9홀을 합친) 18홀의 길이는 7,136야드이다. 골프장이 많은 영국, 미국, 일본에는 6천 몇 백 야드 쯤 길이의 ‘명문코스’들도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기왕 만드는 바에 7천 야드는 넘어야 한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그런 추세로 보면 길지도 짧지도 않다. 그런 한편 레귤러티(다산-베아채)에서의 플레이 길이는 6,671야드로 긴 편이다. 바닷바람을 감안할 때 여자프로골프 정규투어의 메이저대회 세팅 급 길이다. 프론트티 플레이 길이는 6,145야드로 서울 근교 골프장들의 보통 레귤러티와 비슷하다. (이 골프장에서는 평소에 레귤러티와 프론트티를 혼용하여 운영하는 듯한데) 레귤러티를 정확히 지켜 플레이한다면 거리 난도가 꽤 높은 편이다. 레드티(다산-베아채)도 5,452야드로 긴 편에 든다. (장보고코스는 두 코스보다 각 티에서 100야드 남짓 짧다)


변별력도 여느 관광지 휴양지코스들보다 높다. 페어웨이는 넓은 편인데 자연지형을 활용한 비틀림과 언듈레이션이 곳곳에 있고, 벙커가 많지는 않아도 상급자들의 랜딩지점에 주로 배치되어 있다. 호수와 가드 벙커 등 장해물들이 토너먼트 코스들만큼 그린에 바투 붙어있진 않으나 거의 모든 그린이 솟아올라(Elevated)있다. 그린의 굴곡(Undulation)도 큰 편이다. 코스 전체의 고도 차이가 별로 없이 완만한 지형인데도 오르내리는 홀들을 조성·배치하여 다이내믹한 플레이 느낌을 준다. 코스레이팅이 공식 측정된 자료는 없지만, 레귤러티 기준으로 중상급 이상의 변별력을 지닌 코스로 보인다.


코스 설계자 성치환 씨는 “산악 코스와 바닷가 코스의 특징을 조화시키려 한 시도가 성공했다”며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았다. “바닷가 코스에서는 바람의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곳은 밀물과 썰물에 따라 바람이 다르다. 코스의 업다운과 바람이 만나는 방정식이 잘 풀린 작품”이라고 했다. 

    


강진의 바다와 산을 코스에 들이다

다산베아채 골프코스는 강진만 바다에 바로 붙어 있다. 27홀 코스의 14개 홀에서 바다가 보이고 그 중 몇 개 홀은 바다와 접한다. 북쪽과 서쪽에는 만덕산, 덕룡산, 주작산이 골프장을 에워싸고 있다. 먼 월출산 암봉에서 치고 내려온 호남정맥의 강렬한 기운이 바다를 만나 기암영봉들로 멈춰선 금강 병풍 같은 모습이다.

어떤 홀들은 산줄기와 함께 달리고 어떤 홀은 바다를 향해 빨려 들어가며, 또 어느 홀은 바다에 뜬 섬과 눈을 맞춘다. 구강포 바다는 밀물과 썰물로 조근거리며 시시각각 빛깔을 바꾼다.


골프장 홈페이지에서는 ‘수묵화 같은 경치’라고 적었더라만, 담채수묵화에서 원색의 민화, 전위적 영상미술까지 아우르는 풍광이다. 라운드하다 보면 코스에서 언뜻언뜻 나타나는 해안도로를 따라 정처 없이 떠나고픈 마음이 스친다.

골프코스 페어웨이에는 강진만 바다의 은근한 파도를 닮은 언듈레이션이 물결진다. 시인을 꿈꾸었다는 창업주가 설립 기념비에 “영랑의 시가 바다물결을 타고”라는 시구(詩句)를 새겨 놓았는데, 그 느낌을 골프코스에도 표현했다고 한다.



다산베아채장보고 코스 이야기


골프코스 터는 만덕산 쪽에서 구강포를 끌어안은 모습이다. 클럽하우스가 전체 코스에서 가장 높은 해발 48미터 지점에 있고, 다산코스는 그 북쪽 강진 읍내 방향으로, 장보고코스는 남쪽의 완도 쪽, 베아채코스는 구강포 한가운데 가우도 방향으로 앉아있다.


다산코스 이야기 >


다산코스는 3,237미터의 9홀 파36 코스다. 골프장 홈페이지에서는 “다산코스는 ‘생각하는 코스’입니다.”라고 설명한다. 다산초당과 백련사가 있는 만덕산을 바라보는 홀이 많은 까닭이겠다. “만덕산을 바라보고 샷을 하면 지혜가 쌓인다.”는 이야기도 덧붙인다.


다산코스 1번 파홀 만덕산의 공덕을

챔피언티 360m , 레귤러티 334m , 레이디티 267m

다산코스 1번 파4 홀

1번 홀은 만인에게 덕을 베푼다는 만덕산을 향해 진행한다. 이 산 중턱 동백꽃 흐드러지는 천연기념물 꽃숲으로 유명한 백련사는 고려 때 불교 개혁운동을 일으켰던 백련결사(白蓮結社)의 천년고찰이고, 다산초당은 조선 최고의 학자 정약용 선생이 10년 동안 유배생활 하며 목민심서 등 숱한 저작을 남긴 터이니, 한반도에서 지혜의 기운이 가장 정순한 곳의 하나이겠다. 만덕산은 차나무가 많아 다산(茶山)이라고도 불렸으며 정약용의 호는 여기서 얻은 것이다.

이 첫 홀은 어렵지 않으니, 공덕을 받고 베푸는 마음으로 플레이하라는 뜻이겠다.


다산코스 2번 파홀 강진만을 만나는 드라마

챔피언티 493m , 레귤러티 472m , 레이디티 435m

다산코스 2번 파5 홀 세컨샷 지점

1번 홀에서 다산의 공덕에 인사드렸다면 2번 홀에서는 강진만 바다와 만난다. 티잉 구역에서 강진만 건너 천관산을 보며 티샷하고 세컨샷 지점에서 그린 너머의 바다를 예감하며, 그린으로 다가설수록 바다가 보이는 점층 서사의 파5 홀이다.

1번과 2번 홀이 이 골프코스의 성격을 미리 알려주는 듯한데, 이 홀 그린을 보면 다산베아채 코스의 그린콤플렉스 특성을 잘 관찰할 수 있다. 솟은(엘리베이티드) 그린과 벙커들 구조를 잘 살펴보고 가면 도움이 될 것이다.


다산코스 3번 파홀 바람을 느끼다

챔피언티 205m , 레귤러티 182m , 레이디티 126m

다산코스 3번 파3 홀

큰 호수를 넘겨 그린에 올리는 형벌(Penal)형 파3 홀이다. 선택의 여지없이 호수를 건너 쳐야 하되 오른쪽으로 보낼수록 안전해진다. 내리막이라 코스 제원의 표시보다 플레이 거리가 다소 짧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잘 읽어야 한다.

플레이를 시작하는 골퍼에게, 1, 2, 3 번 홀이 전체 코스를 프리젠테이션 하는 듯하다. 사려 깊은 구성이다. 다만 이 홀의 호수와 양 옆의 호수가 서로 분리되어 삼중 구조인데, 다소 인위적으로 보여 시각의 흐름이 끊어지는 느낌이 든다. 인허가 상의 기능이 다른 (재해방지용 등)호수는 아닌 듯한데, 나중에라도 폭포나 나무 교량 등으로 연결하면 완성도가 높아질 듯하다.


다산코스 8번 파홀 기억에 남는 시그니처 홀

챔피언티 541m , 레귤러티 522m , 레이디티 444m

다산코스 8번 파5 홀

이 홀에는 여러 이야기가 있다. 우선 티잉 구역 옆에 서 있는 후박나무 모습이 범상하지 않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곳 창업주는 200살은 족히 넘은 듯한 이 나무에 반해 골프장 터를 인수하게 되었으며 이 나무를 살리느라 코스 설계도 일부 변경했다고 한다.

티잉 구역에서 보는 홀 모습도 인상적이다. 멀리 강진만 바다 건너 천관산(724m)의 유장한 능선이 흘러가고 드넓은 페어웨이로 반달 모양의 호수가 깊숙이 넘나들며 리듬감 있는 풍광을 빚어낸다.

매우 전략적인 홀이기도 하다. 프로선수 급 장타자는 세컨샷에서 페어웨이 오른쪽 호수를 넘기는 투온(On in Two)을 생각할 것이다. 일반 골퍼는 세컨샷을 어디에 떨구어 그린을 공략할지 생각하게 된다. 그린의 컵 위치에서 역순으로 전략을 짜는 상상력이 필요하며, 도전과 보상(Risk &Reward)의 개념이 두드러지는 영웅(Heroic)형 전략(Strategic) 홀이다. 설계자도 골프장 이용자들도 다산코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는 ‘시그니처 홀이다.


다산코스 9번 파홀 다산에 오르는 길

챔피언티 398m , 레귤러티 371m , 레이디티 273m

다산코스 9번 파4 홀

다산코스에서는 이 홀이 가장 어렵다. 페어웨이가 넓어 호쾌하게 티샷할 수 있지만 긴 오르막이라 표시된 길이보다 30미터 이상 길게 플레이 하게 되며, 그린 주변에도 장해물이 많아 미스샷이 나면 적잖이 힘들어진다.

다산코스의 파4 홀 4개가 만덕산 쪽으로 향하는데, 3개가 비슷한 경사의 오르막이다. 그중 한 홀은 본디 바다를 보는 내리막이었는데 8번 홀 티잉 구역의 후박나무를 살리느라 방향을 바꾸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지막 홀이 다소 힘겹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만덕산 다산초당을 오르듯 덕을 쌓는 마음으로 플레이 하라는 뜻이겠다.


베아채코스 이야기 >


베아채코스는 3,288미터의 9홀 파36 코스다. 골프장에서는 “다산코스는 ‘사랑하는 코스’입니다.”라고 말한다. 강진만 바다에 홀리듯 길을 떠나서 산으로 바다로 들길로 모험한다.

‘신곡(神曲, La Divina Commedia)’에서 단테는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지옥과 연옥을 살펴보고 망각의 강 레떼에 몸을 담근 뒤, 첫사랑의 여인 베아트리체를 만나 천국(Paradiso)을 여행한다. 베아채코스를 만들 때 신곡의 서사를 생각했는지는 모르지만, 꿈길처럼 사랑스러운 코스임은 틀림없다.


베아채코스 1번 파홀 - ‘남도 1번 홀

챔피언티 524m , 레귤러티 505m , 레이디티 406m

베아채코스 1번 파5 홀

다산과 영랑의 숨결이 살아있는 이 고운 자리에, 단테의 베아트리체까지 불러들여오다니···

이 홀은 글 들머리에서 쓴대로, 남도골프 1번 홀이랄 만큼 매혹적이다. 구강포로 빨려 들어갈 듯,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만나 천국(하늘)로 오르는 듯, 그런 느낌으로 치고 나간다.

휴양지코스의 1번 홀답게 어렵지 않으며, 동반자와 함께 걸으며 대화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홀이다. 그린 뒤쪽이 내리막이니 어프로치 한 공이 넘어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베아채코스 5번 파홀 바다와 만나는 땅 끝

챔피언티 341m , 레귤러티 314m , 레이디티 281m

베아채코스 5번 파4 홀

골프장 측에서는 이 홀을 다산베아채 전체의 상징으로 보는 듯하다. 티잉 구역에서 마주보이는 티하우스 언덕에 ‘Beache' 로고 모양 화단 장식을 해놓았다. 그 언덕 위에서는 강진읍내에서 완도 부근까지 이어지는 구강포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베아채코스 5번 홀 그린

이 짧은 파4 홀의 그린 너머에 바다가 붙어 있는데······ 그린 뒤쪽에 심은 나무들이 바다를 가리고 있다. 내 생각에는 그린이 좀 낮거나 세컨샷 지점이 좀 높으면 더 극적인 ‘땅 끝 바다 홀’이 되었을 듯하다.

만약에 이 골프코스에서 토너먼트를 치를 경우, 이 홀은 (하루 이틀)아주 짧게 세팅해서 '원온 트라이‘를 유도하면 흥미롭겠다.


베아채코스 6번 파홀 덕룡산 금강병풍

챔피언티 383m , 레귤러티 361m , 레이디티 287m

베아채코스 6번 파4 홀

이 홀에서는 바다가 보이지 않지만 바다 못지않게 강렬한 풍광이 다가온다. 먼 곳에서 덕룡산의 기암준봉들이 이 코스 안으로 넘어 들어올 듯 굽어보고 있다. 월출산에서 뻗어내려온 호남정맥의 기세는 만덕산, 덕룡산, 주작산을 거쳐 해남 두륜산과 땅끝 달마산으로 이어진다. 그 기세가 장엄하게 시각을 채운다.

활처럼 휜 페어웨이와 호수, 그린 뒷산과 그 너머 덕룡산의 구도가 살아 움직이는 듯 역동적이다. 플레이어의 실력과 성향에 따라 여러 경로의 공략 루트가 있는 전략적 홀이다.


베아채코스 8번 파홀 가우도와 천관산

챔피언티 203m , 레귤러티 184m , 레이디티 117m

베아채코스 8번 파3 홀

파도처럼 일렁이는 그린 너머 가우도와 천관산이 액자 속 사진처럼 펼쳐지는 파3 홀이다.

교과서처럼 정돈된 아름다움과 정통한 변별력을 갖추고 있다. 레귤러티에서도 꽤 긴 편인데 일반 골퍼들이 실제 플레이는 주로 프론트티(141m)에 세팅되는 듯하다. 바람이 부는 자리에 배치된 파3 홀이라 변수가 많으며 그린 오른쪽에 컵이 놓일수록 기술샷을 테스트하는 변별력이 높아진다.

그린 뒤편 나무들이 가우도와 천관산을 가리고 있다. 옮겨 심거나 억제하면 더 멋진 홀이 될 듯싶다.


베아채코스 9번 파홀 승부를 거는 스타디움 홀

챔피언티 515m , 레귤러티 490m , 레이디티 414m

베아채코스 9번 파5 홀 세컨샷 지점

이 골프코스에서 프로골프 대회가 열린다면, 이 홀에서의 승부가 볼만하겠다. 한 두타 차이는 뒤집어질 수도 있는 파5 홀이다. 뒤지고 있는 선수는 세컨샷에서 그린을 직접 향할 것이고 리드하는 선수는 전략적으로 레이업 할지, 투온에 도전할지 고민할 것이다. 그린과 페어웨이를 가르는 실개천과 호수 부근 지형이 매우 역동적이어서 더욱 흥미를 돋운다. 그린의 모양도 커다란 계단 같아서 어프로치샷이 정확하지 않으면 공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린 주변 마운드가 스타디움 모양이라 토너먼트를 치를 때 갤러리 스탠드로 활용할 수도 있겠다.

설계자의 야심이 엿보이는 대단원 홀이다.


장보고코스 이야기 >


장보고코스는 3,131미터의 9홀 파36 코스다. 골프장에서는 “장보고코스는 ‘도전하는 코스’입니다.”라고 한다. 장보고의 청해진 유적지가 남아있는 완도 방향을 돌아온다. 이 코스는 파3 홀과 파4 홀, 파5 홀이 각각 3개씩 배치된 3-3-3 구성이다. 일반적 코스에 견주어 파4 홀이 두개 적은 대신 파3 홀과 파5 홀이 하나씩 더 많다. 흔히 프로선수 등 상급 골퍼들은 파5를 버디 기회로 여기고 초중급 골퍼들은 파3 홀에서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구성 코스는 초급자에게도 상급자에게도 좋은 점수를 한 번씩 더 노려 볼만한 구성이라 할 수도 있겠다. 3개 코스 중 비교적 (약 100미터)짧지만 역동적이고 재미있다.


장보고코스 1번 파홀 산맥을 타고 가는 도전

챔피언티 417m , 레귤러티 389m , 레이디티 289m

장보고코스 1번 파4 홀

페어웨이 오른쪽 멀리 덕룡산, 주작산의 산줄기가 달려가고 있다. 산맥의 준마 같은 등줄기를 타고 나가는 듯, 첫 홀부터 장보고라는 이름처럼 거친 모험의 느낌이 난다. 페어웨이는 넓으나 오른쪽으로 굴곡져 흐르고, 언덕 위 그린까지 긴 오르막이 이어진다. 티샷은 마음껏 치더라도 세컨샷에서 발끝 내리막 어드레스를 하게 되어 공이 오른쪽 페널티 구역으로 휘기 쉽다. 장타자는 페어웨이 왼쪽으로 길게 티샷하여 그린을 직접 공략하고, 단타자는 페어웨이 오른쪽 - 그린 왼쪽 앞 안전 공간 - 짧은 어프로치 순으로 공략하도록 설계한 홀이다.


장보고코스 2번 파홀 바다를 향해 투온 도전

챔피언티 489m , 레귤러티 472m , 레이디티 374m

장보고코스 2번 파5 홀

이 홀은 티잉 구역 옆에는 산 아랫동네 주민들이 신성히 여기는 바위가 있다. 이 주변 야트막한 구릉과 바위가 마을을 보호한다는 주민들의 요청을 들어, 골프장을 건설할 때 바위와 지형 흐름을 원형대로 살렸다고 한다.

높은 티잉 구역에서 보면 맞은편 천관산 능선과 그 아래 구룡포 바다, 그리고 골프장 경계의 침엽수림, 융단같은 페어웨이가 차례로 펼쳐진다.

장타자라면 호쾌하게 투온에 도전해 볼만 한 내리막 파5 홀이다. 다만 그린 앞 벙커가 크고 깊다.


장보고코스 3번 파홀 페어웨이 벙커의 전략성

챔피언티 386m , 레귤러티 365m , 레이디티 288m

장보고코스 3번 파4 홀

페어웨이 가운데 벙커 하나가 플레이어에게 ‘더 많이 생각하는 골프’를 주문하는 홀이다. 벙커 오른쪽의 넓은 페어웨이로 공을 보내긴 쉽지만, 그 경우 어프로치 샷에서 그린 앞 가드 벙커를 넘기기 쉽지 않다. 벙커를 직선으로 넘기면 그린이 가장 크게 열려있는 각도에서 어프로치 할 수 있지만, 그렇듯 길고 정확하게 칠 능력이 없다며 다른 전략으로 공략해야 한다.

어떤 전략을 선택하는 경우라도 그린 어프로치는 왼쪽에서 하는 게 유리하다. 그린의 타원 방향과 언듈레이션이 그 방향의 샷을 잘 받아주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장보고코스 6번 파홀 가우도 시그니처 홀

챔피언티 127m , 레귤러티 114m , 레이디티 87m

장보고코스 6번 파3 홀

티잉 구역에 서면, 아일랜드 그린 너머 구강포 바다와 가우도, 그리고 바다 건너 천관산 능선이 한 폭의 그림처럼 눈에 들어온다. 햇빛 좋은 날엔 바다가 하늘빛을 닮는다. 자연의 곡선과 바람, 바다와 하늘, 밀물과 썰물의 시간 들이 사무치게 어울려 아름다운 홀이다.

이 홀을 짧게 만든 이유는 아름다운 홀에서 행복한 경험을 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바다 바람이 부는 자리이기에 짧은 클럽으로 친 공이 높이 뜰수록 바람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홀인원이라도 할 수 있을 듯 가깝지만, 거리 조절이 쉽지 않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섬은 ‘멍에 가(駕)’ ‘소 우(牛)’ 자 가우도(駕牛島)다. 강진읍 보은산이 소의 머리를 닮고, 이 섬이 소의 멍에를 닮은 모양이기에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그린 너머 해안도로의 전봇대는 꼭 필요한 시설이기는 하지만 눈에 티처럼 오래 남는다.)     


장보고코스 9번 파홀 장려한 대단원

챔피언티 489m , 레귤러티 473m , 레이디티 406m

장보고코스 9번 파5 홀

전략적으로 특별하지 않지만 게임의 마무리 샷을 마음껏 날려볼 수 있게 만든 파5 홀이다. ‘마음껏 때려봐, 받아줄게’ 라고 말하는 듯하다. 파5 홀이 마지막에 있으면 휴양지코스의 플레이 만족도가 높아진다.

그린 플레이를 마치고 돌아보는 풍광도 근사하다. 석양이 들 때 더 아름다울 듯하다. 장쾌한 기분이 오래 남는 대단원의 홀이다.


클럽하우스리조트

클럽하우스 - 27홀 코스에 충분한 규모와 시설을 갖추었다. 골프장 내 콘도미니엄 리조트 - 52실 규모로 다양한 타입의 객실이 있다.


골프장 주변 이야기

골프장 이야기를 쓰면서, 강진 이야기를 깊게 할 수 없으나 하지 않을 수도 없다.

굳이 말하자면, 여기까지 와서 다산초당은 한번 들러봐야 후회 없다. 다산코스에서 빤히 보이는 산중턱에 있다. 다산 선생이 지내던 초가집 자리에 새로 지은 기와집이지만 올라가는 울퉁불퉁한 길과 초당 뒤 바위에 새긴 ‘丁石(정석)’ 글자는 다산의 자취가 그대로 남은 것이다. 골프장에서 보이는 가우도는 출렁다리를 걸어 건너 가 볼 수 있고, 강진읍내에서 밥을 먹는다면 이 고장 시인 김영랑의 생가도 한 번은 가볼 만하다.


다산초당 오르는 길(왼쪽), 초당 뒷뜰 바위의 다산 선생 친필 새김(오른쪽)


시간이 더 있다면 백련사까지 올라가거나 방향을 바꿔 해남 두륜산의 대흥사를 가보라는 것이 유흥준 선생도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서 권한 답사경로다. 먹을거리는 낙지, 무화과, 남도밥상 등 강진, 해남, 영암 일대에 지천이다.     



나는 이 골프장을 돌아가는 해안도로 드라이브가 슴슴하니 좋았다. 해안선을 따라가는 왕복 이차선 도로를 ‘해안관광로’라 부른다. 이 길을 따라 완도까지 갈 수 있다. 

돌아 볼 때마다 시간이 이대로 멈추었으면 하는 생각을 거듭한다, 이 해안은 더 이상 건들지 않으면 좋겠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자리


강진만 구강포는 ‘세상에 이런 곳에 또 있을까’ 싶을 만큼 독특한 곳이다.

다산베아채 자리는 ‘어떻게 이런 데 골프장을 들였을까’ 싶을 만큼 귀한 바닷가 언덕이다.

수도권에서 먼 남쪽 끝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그리워할 만한 골프장 입지다.

이곳이 ‘남도의 아름다운 퍼블릭 골프장’을 넘어, ‘세상에 하나뿐인 골프코스’가 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귀한 곳에 자리 잡았으니 보석처럼 다듬어 빛내기를 기대한다.




---------------------------

이 포스팅은 [한국의골프장이야기3권 수록을 위한 소통용 초안입니다.

좀더 상세하게 보완한 뒤 책에 싣고자 합니다.

글로 적힌 생각과 표현들은인용 표시된 것 말고는지은이의 고유한 저작입니다.

---------------------------


>> [한국의골프장이야기구매링크 

한국의 골프장 이야기 세트(양장본 HardCover)(전2권) | 류석무 | 구름서재 - 교보문고 (kyobobook.co.kr)

    


작가의 이전글 세종필드GC - [한국의골프장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