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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석무 Feb 01. 2022

세종필드GC - [한국의골프장이야기]


이 포스팅은 [한국의골프장이야기] 제3권 집필을 위한 탐사 기록입니다.


이 골프장에서 2020년 KLPGA투어 ‘오텍캐리어 챔피언십 위드 세종필드골프클럽’ 대회가 열렸다. 지금은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안나린 선수가 4라운드 합계 16언더파로 우승했다. 유해란 선수가 2위(12언더파), 고진영, 임희정 선수가 공동3위(7언더파)에 올랐다.   

   

그 전에 나는 세종필드 골프장이 ‘가성비 높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었다. 그런데 TV 중계화면에 나오는 코스의 모습은 다양한 모습의 홀들로 변별력 높아 보였다. 세계 정상급 KLPGA투어 선수들의 우승권 점수를 매 라운드 2~4언더파 정도의 최저타로 막아내는 골프코스는 흔하지 않으므로, ‘꽤 짜임새 있는 골프장인가 보다’라고 생각했었다.     


그 뒤 몇 차례 세종필드 골프클럽(이하 ‘세종필드'라 적음)에서 라운드 했다. 처음에는 [한국의골프장이야기]에 수록한다는 생각 없이 즐겼는데, 플레이 하면서 보니 단순히 가성비 높은 골프코스 정도가 아니었다. KLPGA 대회 뿐 아니라 남자 프로선수들의 정규 토너먼트도 치를 만큼 규격과 품질을 갖춘 코스이며, 우리나라 골프 문화 환경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고 있는 골프장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기에 찬찬히 살펴보고 적는다.     



도시 기반 시설로 조성된 국내 첫 골프장

세종필드 골프클럽은 세종특별자치시 도시계획의 체육시설 부지에 조성된 18홀 대중제(퍼블릭) 골프장이다. 잘 알려진 대로 ‘컨트리클럽’은 골프장 말고도 다른 체육 레저 시설을 갖춘 것을, ‘골프클럽’은 골프장만 갖춘 것을 일컫는다. 본디 컨트리클럽이든 골프클럽이든 ‘클럽’은 ‘회원제’임을 표시하는 분류인데, 이 골프장은 대중제로 운영하지만 건설공제조합의 조합원들을 위한 시설이기에, 이름에 ‘클럽’을 붙였다고 이해한다.  

   

건설공제조합이 운영하고 조합원들에게 편의를 우선 제공하는 한편 세종특별자치시의 기반 체육시설 성격으로 조성된 골프장이다. 도시계획에 골프장을 포함한 우리나라 첫 사례 아닌가 싶다. 관광단지를 개발하면서 골프코스를 조성하는 경우는 1970년대 이후 가끔 있었다. 그러나 골프가 부유층만의 오락으로 여겨져 온 탓으로, 도시 기반 시설에 골프장을 포함하는 계획은 물론 도시 가까이에 골프장을 조성한다는 생각조차도 우리나라에선 금기시 되어 왔다.

세종특별자치시 조성 계획에서는 ‘행정수도’라는 특별한 자격을 감안하여 골프장을 포함했던 듯하다.(그 뒤 만들어진 ‘기업도시’들에 골프장 조성이 포함되기도 했다. 태안 기업도시의 ‘현대더링스’와 ‘현대솔라고’, 영암 솔라시도 단지의 ‘사우스링스’, ‘솔라시도’ 등의 골프장이 조성되었다)      



매립장과 자투리땅에 불어넣은 새로운 흐름

이곳 터의 일부는 쓰레기 매립장과 그 주변의 오염지역이었다. 1번 국도가 산기슭을 길게 자르고 지나가는 활용성 낮은 땅이었다. 백두대간의 금북정맥이 세종시를 감싸 안은 산자락이라서 건물을 들이지 않고 체육시설로 떼어놓은 듯한데. 긴 칼집 모양이라 18홀 코스를 앉히기에는 마땅치 않았다. 그 쓰레기 매립장의 자투리땅과 서쪽 산기슭 완사면을 연결하는 한편, 도로에 잘린 선형을 넘나들며 다양한 홀들과 기승전결 스토리를 갖춘 코스를 만들어냈다. 완성하니 날개를 활짝 편 호랑나비 모양의 골프장이 되었다.      



한국 골프에서 이 골프장의 의미는 크다. 우리나라 골프 선수들이 세계무대를 주름잡고, 골프 산업이 국내 스포츠 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게 된 지는 이미 오래 되었다. 골프는 이미 500만 명 넘는 국민이 즐기는 대중 스포츠가 되어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육성할 가치가 있는 문화 산업이 되었다. 다른 나라 골퍼들이 한국의 골프 패션·문화를 동경하여 따르는 흐름도 보인다.

골프장을 보는 관점도 달라진다. 시민의 복리후생을 위한 필수 시설일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문화산업이 생성 파급되는 기반시설로 볼 때가 온 것이다.

세종필드는 그런 흐름을 웅변하고 주도하는 골프장이다.     

     


명문 클럽부럽지 않은 코스 설계

세종필드에는 ‘전통’이나 ‘품위’ 등을 덧입히려는 장식이 없다. 진입로와 클럽하우스 등은 겉치레 없이 지원시설의 실질 기능에 충실하다. 한국의 여타 골프장들이 흔히 추구해온 ‘럭셔리’함의 군더더기를 걷어낸 담백함을 보인다. 그런 단순함을 좋아하는 이도 있고 낯설어 하는 이도 있겠으나, 선입견 없이 본다면 이 골프장은 웬만한 ‘회원제 명문클럽’에 못지않다. 골프코스의 ‘플레이 품질’로는 이른바 ‘상위 랭킹 코스’들과 견줄 만하다고 본다.     


골프코스 설계와 시공은 ‘오렌지엔지니어링’이 맡았다. 이 회사는 한국 땅에서 가장 많은 골프코스 설계·시공 실적을 쌓아온 전문기업인데, 나라 안에서 처음 시도하는 계획도시 기반시설 골프장 조성의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균형 잡힌 코스를 완성했다. (오렌지엔지니어링의 설계·시공 철학과 코스 세계관에 대해서는 뒤에 나올 ‘오렌지듄스영종’ 편에서 적는다)      


이 곳에서 경기한 KLPGA 프로선수 몇 명에게 물어보니 ‘경기하기 좋은 코스’라고들 했다. ‘선수들 실력대로 점수가 나온다’는 얘기였다. 일반 골퍼들이 온라인에 남긴 라운드 후기들에서도 코스에 대한 만족감이 다양하게 드러난다.            



코스의 특징     


해발 100미터 높이의 클럽하우스를 중심으로, 세종코스는 동쪽, 행복코스는 서쪽 산기슭에 있다. 코스에서 가장 낮은 곳은 해발 70미터, 높은 곳은 130미터 쯤 된다. 각 홀에서의 높낮이 차는 적으나, 몇 개 홀을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에 배치해 변화를 주었다.

전체 부지가 동서 방향 가로 형이라 홀들의 주된 진행방향도 동서향인데, 전·후반의 진행 순서와 홀 방향을 잘 안배하여 아침저녁 햇빛이 플레이에 영향을 덜 주도록 했다.     

 


14개 클럽의 샷을 모두 사용, 5개의 티잉 구역

매 홀마다 5개의 티잉 구역(블랙, 블루, 화이트, 골드, 레드)을 두었다. 골퍼들이 자기 실력에 맞게 티를 선택하면, 300야드 이상 보내는 프로선수도 200야드 남짓 티샷 비거리의 보기플레이어도, 14개의 모든 클럽을 골고루 사용하게 된다.

홀에서 드라이버 샷이 떨어지는 자리를 랜딩 지점(Landing Zone) 설계(측량) 용어로는 IP(intersection point)라 한다. 이 코스는 블랙티에서 260미터, 블루티에서 230미터, 화이트티에서 190미터, 레드티 140미터를 기준(평지 기준)으로 IP를 운용하고, 남은 거리에서 다양한 클럽으로 어프로치를 시도하도록 했다. (코스의 길이는 이 IP를 기준으로 재는데, 이 균형이 깨지면 변별력과 공정성이 무너지게 된다. 정상급 프로선수들의 토너먼트에서 드러난 변별성은 그 안배가 적절하다는 방증이겠다.) 파3 홀, 파5 홀의 길이 배분도 조화롭다.      



든든한 친구와 대결하는 듯 - , 기술, 창의력 등을 고루 테스트

왼쪽으로 돌아가는 홀과 오른쪽으로 도는 홀, 그린의 타원 방향이 10시에서 2시까지 다른 홀들을 골고루 배치되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린 콤플렉스(그린과 그 주변)가 넓고 변화도 풍성하여, 숏게임의 창의적 능력과 퍼팅 기술을 여러 상황에서 시험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벙커는 63개로 많지 않지만 시각적 존재감과 역할이 뚜렷하며, 호수 등 장해물들은 게임의 흥미를 돋우는 위치에 있다. 장해물들의 난도가 매우 높지는 않아서 일반 골퍼들이 즐길만한데, 프로 선수들의 토너먼트가 열리면 난도를 높여 세팅할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모든 홀들이 다른 표정을 갖고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일부러 특징적인 멋을 부리려 한 것 같지 않은데 구성 자체가 단단하다. 한홀 한 홀 다른 상대를 만나는 느낌을 준다. 늘 1등 하는 천재는 아니지만 우등생이고 운동도 잘하는, 든든한 친구와 대결하고 배우는 것 같다고 할까.    



도시와 자연이 어울린 풍광

계획도시의 기반 체육 시설이다 보니, 도시 경관을 골프코스 설계에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18홀 라운드하는 동안 세종특별자치시의 근경에서 금강 너머 산줄기들의 겹겹능선까지 이어진 원경이 번갈아 이어진다.

몇 개 홀은 세종시내를 향해 열려 있는데, 바로 옆에 아파트 단지가 공사 중이라 아직 경관이 미완성이다. 도시계획 내용을 보니 짓고 있는 건물들은 고층 타워형 아파트와 저층 공공 체육시설 등이었다. 모두 완공되면 도시형 골프코스로서의 풍광이 보기 드물게 독특할 듯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과 도시가 어울려 드라마틱하게 무르익어 갈 것이라고 상상하고 기대한다.


행복코스 세종코스, 특징적 홀들     


행복코스(3,388m)가 세종코스(3,297m)보다 약간 길고 다소 어렵다. 두 코스가 각각 개별적 완결성을 갖고 있으나, 세종코스는 편안하게 시작하여 점점 정밀한 기술을 시험하고, 행복코스는 구릉과 호수를 다이내믹하게 지나며 모험적인 승부를 유도하는 편이다.

토너먼트를 치를 때는 세종코스-행복코스 순으로 라운드 한다.                    


< 세종코스 이야기 >     


호랑나비 모양 전체 코스에서, 오른(東)쪽 날개에 해당하는 세종코스는 전체적으로 온화한 분위기다.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자리와 아파트 부지에 인접한 구릉을 활용해 아기자기하게 구성했다. 홀들이 긴 편은 아니지만 정밀하게 쳐야 하는 전략적 코스다. 아파트 단지가 완공되고 나면 몇 개 홀들은 도심 속 정원 느낌으로 변하여 코스의 경관 다양성이 뚜렷해질 듯하다.      


세종코스 3번 파4 - 매립장 성화봉 홀

블랙티 372m, 화이트티 315m, 레드티 259m

3번 파4 홀

위생쓰레기 매립장이던 자리를 건너 티샷하여 왼쪽으로 돌아가는 홀이다. 왼쪽으로 길게 넘길수록 그린과 가까워지는 영웅형(Heroic) 홀이므로, 자신의 비거리에 따라 목표지점을 선택하여 티샷한다. 짧은 홀이지만 도전에 따른 보상이 주어지고, 실패하면 오히려 실점하게 되는 승부의 묘미가 있다. 도전에 성공했을 때의 짜릿한 기쁨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남자 프로대회를 치른다면 이 홀 티잉 구역을 짧게 설치하여 원온(On in one) 도전을 유도할 수 있겠다. 짧은 홀일수록 그린 콤플렉스의 장해 요소들이 많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도전적으로 공략할 때의 비구선 각도를 집중적으로 방어한다.

이 홀 페널티구역에는 매립 쓰레기의 가스를 배출하는 파이프 모양 봉이 있는데, 가끔 불을 뿜기도 하여 ‘성화봉’이라 불린다.     


세종코스 5번 파3 - 홀인원에 도전  

블랙티 151m, 화이트티 107m, 레드티 81m

5번 파3 홀

그린을 활짝 열어놓고 짧게 만들어, 깃대를 바로 겨냥하고픈 마음을 부르는 파3 홀이다. 이런 홀이 하나쯤 있으면 일반 골퍼들의 게임이 즐거워진다. 그린 왼쪽의 벙커는 그린 공략을 방어하기보다는 미스샷이 굴러 내려가지 않도록 잡아주고 생각 없이 친 샷에 작은 벌을 준다. 이렇게 온그린이 쉬운 홀은 그린 언듈레이션이 크고 난해하기 마련이다. 깃대가 꽂힌 구역에 공이 놓이지 않으면 쓰리펏 하기 쉽다.

이 홀 티잉 구역에서 보면 그린 너머 먼 곳까지 산줄기가 첩첩능선으로 이어지는데, 그 아스라한 풍광을 몇 그루 조경수들이 막고 서 있다. 도시형 골프코스에서 자연과 교감하는 서정성을 맡는 홀인데, 나무 몇 그루는 옮겨 심으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세종코스 6번 파4 - 고수와 하수의 차이

블랙티 388m, 화이트티 341m, 레드티 266m

6번 파4 홀

야수적 도전 본능과 전략적 상상력이 교차하는 홀이다. 이 홀 페어웨이와 그린 사이에는 깊은 자연 계곡이 지나간다. 티샷, 어프로치샷, 숏게임, 퍼팅 모두의 샷밸류 변별력이 높은 홀이므로, 실력과 상황에 맞는 전략적 플레이를 해야 한다.

페어웨이 끝까지 티샷을 길고 정확하게 보내면 숏아이언으로 어프로치할 수 있지만, 미스샷이 나오면 세컨샷에서 계곡을 넘겨 그린을 공략하기 어렵게 된다. 그린은 가로 타원 모양이고 언듈레이션이 심해서 긴 클럽으로 친 세컨샷을 받아주지 않는다. 길게 쳐서 그린을 지나치면 내리막 숏게임이 매우 어렵고 어프로치가 짧으면 계곡에 빠지거나 그린 앞 몇 개의 가드 벙커에 잡히기 쉽다. 이 모든 정보를 종합하여 전략을 세우고 상황 판단해야 한다.

단타자는 무리한 세컨샷보다 세 번째 샷으로 어프로치 해야 유리할 수 있다. 그런 선택을 하는 골퍼가 오히려 고수임이 드러나기도 하는 홀이다.     


세종코스 7번 파4 - 전략형 도심형 정원 홀

블랙티 330m, 화이트티 279m, 레드티 242m

7번 파4 홀

쉬운 것 같지만 선택의 갈등이 소용돌이치는 홀이다. 장타자들은 원온 도전할 수 있는 거리의 내리막 파4 홀. 도전 성공에 따른 보상(Risk & Reward) 또는 전략적 선택에 대한 안정적 보장 사이에서 선택하라고 제안한다. 매치플레이라면 지고 있는 골퍼는 모험할 것이고 이기고 있는 골퍼는 안전한 선택을 할 것이니, 전략성과 샷밸류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홀이다.

짧은 홀들은 대개 그린 주변 장해물이 까다롭다. 왼쪽 호수가 그 역할을 한다. 그린 오른쪽 앞의 넓은 에이프런은 원온 시도하는 골퍼의 도전을 받아주는 자리다.

이 홀에서는 티잉 구역에서부터 세종시의 아파트단지가 보이는데, 그린 너머에 바로 고층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고 있다. 완공되면 이 홀과 그 다음 파3 홀은 도심 정원 같은 모양이 될 것이다. 건물들에 둘러싸인 모양을 잘 활용하면 독특한 분위기의 ‘명물 홀’이 될 수도 있겠다.


< 행복코스 이야기 >     


행복코스에서는 남자 프로골프 정규 투어 메이저대회 급 세팅도 가능할 듯하다. 공략 방법이 다양한 전략적 설계 홀들이 많으므로, 매치플레이를 하기에도 알맞은 코스다. 비거리와 스타일과 실력이 다른 골퍼들이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공략하도록 만든 전략적 설계 홀들이 계속 이어진다. (이 코스 파5 하나를 파4로 변경하여 파35로 세팅하면 정상급 남자 선수들에게도 매우 까다로운 변별력을 갖출 것이다. 다만 갤러리 동선은 숙제다)

호랑나비 모양 전체 코스의 왼(西)쪽 날개에 해당한다. 구릉을 오르내리고 호수를 건너며, 힘과 기술, 심리적 능력의 승부가 다이내믹하게 전개될 수 있는 코스다. 공격적으로 도전할 홀과 전략적으로 지켜야 할 홀들을 냉정히 구분해서 플레이해야겠다.     


행복코스 11번 파5 - 투온 또는 버디 도전 

블랙티 524m, 화이트티 479m, 레드티 419m

세종시를 향해 호쾌한 장타를 날리고픈 파5 홀인데, 인

접한 아파트 단지 공사가 끝나면 매우 상징적인 홀이 될 수도 있겠다. 티잉 구역에서 마주보이는 공사 현장은, 2024년이면 고층 아파트들의 스카이라인을 갖게 될 것이다. 그때는 티잉구역이 포토존이 될 듯한 홀이다.  

11번 파5 홀

랜딩 존에서 공이 잘 구르므로 장타자는 투온에 도전할 수 있다. (만약에 남자 프로선수들의 토너먼트를 치른다면 이 홀을 파4로 세팅할 수 있을 듯하다)     


행복코스 12번 파4 - 파 앤 슈어(Far & Sure)

블랙티 427m, 화이트티 360미m, 레드티 302m

12번 파4 홀

KLPGA 대회 성적을 보면 우승권 선수들도 이 홀에서 보기를 많이 했다. 길고 오르막이며 그린 주변도 까다롭다. 장타력과 정확성을 함께 시험하는 홀인데,  페어웨이 랜딩존 오른쪽 벙커가 티샷을 방어하고, 그린 앞에도 세컨샷을 방어하는 두 개의 까다로운 벙커가 있다. 벙커를 피해 길게 치면 2단 그린에서 긴 내리막 퍼팅을 해야 한다. 진정한 '파 앤 슈어(Far & Sure)' 홀이다.      


13번 파4 홀 페어웨이 랜딩존 끝부분에 실개천이 일직선으로 가로지르고 있는데, 코스 설계책임자인 이현강 씨는 이 부분을 아쉬워했다. 현장 시공 단계에서 애초 설계대로 마감되지 않았던 듯하다. 물길을 사선으로 흘렸다면 티샷의 방향과 클럽 선택에서 좀 더 전략적인 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행복코스 14번 파5 - 타이거우즈라면 어떻게 칠까.

블랙티 532m, 화이트티 450m, 레드티 406m

14번 파5 홀

티샷, 세컨샷, 어프로치샷, 그린 플레이까지 모든 샷에서 '생각하는 골프‘를 해야 하는 홀이다.

페어웨이 한가운데의 작은 벙커는 티샷의 전략적 판단을 주문한다. 장타를 치는 상급자는 벙커를 직접 넘길 것이고, 일반 중급자들은 벙커 오른쪽의 넓은 페어웨이를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 초급자는 벙커 방향으로 친다.

세컨샷 낙하지점 왼편에 그린 앞까지 길고 큰 호수가 있으므로, 세컨샷에도 여러 선택지가 있다. 가장 모범적인 답은 웨지샷 거리의 어프로치샷을 남기는 것이다. 그 과정의 전략과 실행이 재미있고 까다로운 홀이다. PGA 급 선수라면 블랙티에서 투온에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티샷으로 300미터 쯤 보내놓고 4~5번 아이언으로 호수 너머 그린에 사뿐히 내려놓지 않을까.

이 홀 그린 앞의 호수와 돌다리는 조금만 더 섬세하게 다듬으면, 코스의 상징 포토 존으로 골프장 전체의 격을 끌어올릴 듯하다.      

14번 파5 홀 그린에서 돌아본 모습

이 홀 페어웨이 왼쪽 호숫가를 따라 심어 놓은 나무들은 장해물을 가려 플레이어의 판단을 그르칠 수 있고 코스의 본질 매력을 약화시킨다.(세종코스 2번 파5 홀 페어웨이 오른쪽 호숫가에도 비슷하게 불필요한 나무들이 있다. 조경수와 꽃을 심고 싶다면, 티잉 구역 등 플레이가 멈추는 곳에 집중하는 게 어떨까 싶다)

     

행복코스 15번 파3 - 아름다운 변곡점

블랙티 185m, 화이트티 155m, 레드티 119m

15번 파3 홀

이 코스의 자연미는 14번과 15번 홀 구간에서 가장 수려하게 돋보인다. 홀 바로 옆은 1번 국도와 세종특별자치시 주거단지이지만, 홀 진행 방향으로는 인공시설물들이 보이지 않아 자연 호수의 정취가 서늘한 곳이다.  

15번 홀 커다란 호수 위에 떠 있는 아일랜드(반도) 형 그린과 비치벙커는, 눈에는 평화로운 휴식을, 샷 하는 마음에는 두근거리는 긴장을 준다. 코스 후반에 드라마틱한 느낌표를 찍는, 변별력과 아름다움을 함께 갖춘 홀이다. 또한 드라마틱한 승부가 마지막 홀까지 이어지는 변곡점이기도 하다.      


행복코스 16~18- 지뢰밭 같은 승부 구간

16번 파4 홀 어프로치 지점(왼쪽), 17번 파3 홀(오른쪽)

14, 15번 홀이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면 그 다음 홀부터는 그린을 향해 직진하는 승부 구간이다. 16번 오르막 파4홀(블랙티 330m, 화이트티 285m)은 두 개의 깊고 큰 벙커 너머 가로형 그린이 짧은 아이언 어프로치 샷을 시험하고, 17번 오르막 파3 홀(블랙티 228m, 화이트티 186m)에서는 스페이드 형 그린이 긴 클럽의 정확성을 변별한다. 3~4 구역으로 나뉜 그린의 굴곡이 풍성하여 퍼팅을 마칠 때까지 방심할 수 없다. 자칫 실수로 승부가 뒤집힐 수 있는 지뢰밭 같은 구간이다. (17번 파3홀에서는 계곡의 수림을 건너 치는데, 티잉 구역에서 그린과 벙커 장해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 게임의 의외성을 준다는 면에서는 이해할 만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홀이므로, 계곡의 나무를 억제하고 벙커 페이스가 잘 보이도록 하면 더욱 인상적인 홀이 될 듯하다)  

18번 파4 홀 세컨샷 지점

클럽하우스로 돌아오는 18번 홀은 마지막 홀답게 장려하다. 그린 오른편의 호수와 비치벙커가 게임 승부의 반전을 부를 수도 있겠다.      


서비스, 관리, 시설     


친환경 농법, 관리 품질의 일관성

이 골프장에는 지하수가 풍부하고 담수 용량이 큰 8개의 대형 호수가 있다. 유기질 비료를 사용하고 풍뎅이를 이용하여 해충을 억제하는 등 친환경 생태 농법으로 잔디와 수목을 관리한다.

한국잔디(중지)를 식재한 페어웨이는 20mm(대회 때)~22mm(보통 때)길이로 깔끔하게 유지하고 러프는 중지와 거친 페스큐를 섞어 심어 38mm(보통 때)~60mm(대회 때) 길이로 관리한다. 그린 스피드는 스팀프미터 측정 기준으로 2.8m(보통 때)~3.5m(대회 때) 정도를 지킨다. 관리 품질이 일정하다는 칭송을 듣는다.      

연습 지원 시설

비거리 200미터, 58타석(실외 스크린 2타석 포함)의 야외 드라이빙 레인지를 갖추고 있다. 숏게임 연습장, 어프로치 및 벙커 연습장, 천연잔디 연습 그린도 완비되어 있다. 크고 작은 대회를 치를만한 시설이다.       


클럽하우스와 식당

앞에서 적은대로 클럽하우스는 담백하고 단정하다. 화려하지 않으나 시설이 여유롭고 기능적이다. 클럽하우스 식당은 서울의 특급호텔과 명문클럽 주방장을 지낸 셰프를 초빙하여 계절마다 특색 있는 음식을 낸다. 맛과 질에 견주어 가격도 합리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나는 우렁강된장 쌈밥과 물회 소면, 버섯전골을 먹어보았는데 맛이 깔끔하고 넉넉했다.        

              

 

세종이라는 이름처럼


세종필드는 화려하지 않지만 본질 가치에 충실한 골프장이다. 골프코스로만 보면 ‘회원제 명문 클럽’들에 견줄 만하다. 주변 아파트 단지가 완공되지 않아 설계자가 의도한 만큼의 미관으로 무르익지는 않았고 디테일이 섬세해져가는 과정이지만, 홀들의 샷밸류나 승부 구간의 드라마, 전체 짜임새 등이 탄탄하고 재미있는 코스다. 특별한 멋을 부리지 않았기에 귀하게 평가되지 않고 있으나, 겉치레로 장식한 골프장들보다 진중한 가치가 잘 알려지게 될 것으로 믿는다.     


이 골프장이 여타 ‘명문 지향 골프장’들의 습관을 따라가지 않으면 좋겠다.

‘명문(名門)’이란 귀한 인재를 배출한 교육기관이나 새로운 역사 흐름을 만들어내는 곳을 말한다. 세종필드는 신도시 기반 시설로 조성된 첫 골프장으로서 한국 골프 역사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골프가 대중화한 사회에서 시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한 필수 시설일 뿐 아니라, 골프 문화산업이 생성 파급되는 기반시설, 더 나아가 지역 인재를 배출하는 체육 교육시설을 자임하여, 미래 사회의 골프문화를 빚어내는 진정한 ‘명문’이 될 수도 있는 곳이라고 여긴다.     


세종필드 골프장을 보며, 우리나라 도시(지역)마다 기반 체육 시설로 골프장이 들어서는 미래를 생각해본다. 현대의 기술로는 환경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보완하면서 골프장을 만들 수 있고, 도시 속의 자연 생태계를 복원하면서 관리할 수 있다. 오염된 자투리땅 등을 활용해서 9홀이든 18홀이든 짓도록 하고, 그 골프장들이 그 지역의 생태공원이자 문화 체육 교육 시설로서 공익적 역할도 함께 하는 미래를 상상한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듯이) 세종필드가 좋은 선례를 모범적으로 성취해 나감으로써 그런 미래가 앞당겨 오기를 희망한다. 이 골프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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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한국의골프장이야기] 제3권 수록을 위한 소통용 초안입니다.

좀더 상세하게 보완한 뒤 책에 싣고자 합니다.

글로 적힌 생각과 표현들은, 인용 표시된 것 말고는, 지은이의 고유한 저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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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골프장 이야기 세트(양장본 HardCover)(전2권) | 류석무 | 구름서재 - 교보문고 (kyobob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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