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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석무 Jan 25. 2022

골든베이 골프앤리조트 - 한국의골프장이야기

이 포스팅은 [한국의골프장이야기] 제3권 집필을 위한 탐사 기록입니다.


황금빛 낙조가 물드는 만(灣)이라 골든베이(Golden Bay)라고 불렀으리라.

금빛뿐이랴. 태안의 바다는 무지개보다 다채로운 빛을 낸다.

백사장(白沙場)들은 긴 해안선을 따라 굽이굽이 흔하다. 해당화 붉게 피는 마을마다 푸른 밀물이 들고 썰물은 은빛을 토하며 하루 두 번, 수평선으로 물러간다.

바다와 땅의 경계가 이곳엔 없다. 구불구불한 곶(Cape)과 오목한 만(Bay)에 회갈색 갯벌이 촉촉한 주름으로 빛나다가, 옥빛 바다에 잠긴다.

하늘과 바다의 선도 자주 사라진다. 흐린 날엔 바람이 수평선을 지우고 맑은 날 바다 빛은 하늘을 닮는다. 노을 고운 날, 연보라색으로 설레기 시작한 하늘은 금빛과 주황빛으로 구름을 물들이다가, 붉은 피를 토하며 바다와 몸을 섞는다. 검푸른 밤을 안고 은하수를 쏘아 올린다.  

   

한화그룹의 휴양형 고급 골프 리조트

골든베이 골프앤리조트(이하 ‘골든베이’)는 태안반도의 서남쪽 끝에 돋아난 근흥반도에 있다. 서쪽 바다에는 신진도, 가의도, 격렬비열도가 떠있고 입구 정면에는 생태 갯벌로 유명한 정산포와 근소만 바다가 있다.      


태안반도의 근소만 부근(가운데 동그란 곳이 근소만) - 카카오맵 지도

골든베이는 한화그룹이 운영하는 휴양형 고급 골프 리조트이다. 한화그룹은 경기도 가평의 산수 좋은 곳에 그룹을 대표하는 ‘제이드팰리스 골프클럽’을, 서울 근교에는 ‘플라자용인’이라는 회원제 비즈니스 골프장을 운영하는 한편, 강원도 속초 바닷가의 ‘플라자설악’과 제주도 소재의 ‘플라자제주’를 휴양 리조트 형 골프장으로 운영한다.

골든베이는 서해 태안반도의 절경에 국제적 토너먼트 개최가 가능한 27홀 골프코스와 리조트 시설을 갖추어 2010년에 문 열었다, 개장 후 10여 년 동안 회원제 18홀, 대중제 9홀로 구분 운영했으나 2020년에 모두 대중제 코스로 전환했다.     


아니카 소렌스탐 설계 골프코스

한화그룹은 이 골프리조트 조성에 많은 공을 들였다. 2008년 당시 세계 여자골프 최고 스타이던 아니카 소렌스탐(Annika Sorenstam)에게 골프코스 설계를 맡겼다. 1994년 LPGA투어 데뷔 이후 통산 72승의 대기록을 세우며 ‘골프여제’라 불리던 소렌스탐은 2008년 두바이 레이디스 마스터스 대회를 끝으로 정규투어에서 은퇴했는데, LPGA투어에서 이룬 명성을 바탕으로 중국 심천의 미션힐스 등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골프코스를 설계했다, 한국에 설계한 코스로는 골든베이가 유일하다. 우리나라에서 LPGA투어가 선망의 대상으로 최고 인기를 누리던 때에, LPGA 역사상 최고 스타를 초빙해 설계한 역작 골프 리조트라 하겠다.



소렌스탐은 ‘아름다운 서해안의 뛰어난 자리에 영감을 받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영감을 주는 골프코스를 원한다.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골프 코스 중에서 좋은 부분만 골라 골든베이 코스 설계에 반영했다”     


코스 조성 실무는 우리나라에서 골프코스 설계·시공 경험이 가장 많은 ‘오렌지엔지니어링’이 맡았다. 한국 지형과 지질을 해석하고 조성 현장에서 전략 조형을 마무리 하는 역할을 한국 전문가들이 분담하여 소렌스탐과 협업했다.        

  

세계 희귀 자연 입지     


이곳의 진정한 설계자는 한국 서해안의 자연이다.      



리아스식 해안의 희귀한 곶과 만(Cape & Bay)

태안반도의 해안은 세계에서 희귀한 리아스식(Rias Coast)' 지형이다. 2만여 년 전 지구의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기암괴석 벼랑과 변화무쌍한 해안선이 만들어졌다. 오목한 만(Bay)과 볼록한 곶(Cape)들이 끝없이 이어진 바닷가에, 밀물과 썰물이 오랜 세월동안 수많은 백사장과 사구(砂丘)들을 쌓고 다듬었다. 학암포, 구름포, 천리포, 만리포, 연포, 몽산포, 꽃지 등 이름난 해수욕장들은 그 일부에 불과하다. 북쪽 이원면의 고적한 꾸지나무골에서 남쪽 안면도의 이름 없는 말발굽 모양 해변까지······ 천년만년동안 자연이 빚은 작품들이 굽이굽이에 즐비하다.      


골든베이가 앉은 지형은 리아스식 해안지형이 만과 곶을 함께 품은 작은 반도의 언덕이다. 서쪽 벼랑에서는 큰 바다가 보이고 안쪽 언덕은 정산포 갯벌의 근소만을 끌어안는다. 반도의 반도에 봉긋한 지령산 기슭이다.       


밀물과 썰물, ‘세계적 갯벌의 생명력

바닷가 골프장은 세상에 많지만, 이렇게 생명력 넘치는 바다에 접한 곳이 또 있을까 모르겠다. 이곳을 비롯한 한반도 서남 해안의 갯벌은, 800여 종 이상의 생물들이 살아가는 희귀 생태 자원으로 ‘세계 5대 갯벌’이라 불린다.

달의 인력을 지구에서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이 갯벌은, 밀물과 썰물이 땅과 바다의 경계를 드나들며 빚어내는, 우주 감응의 생명 예술이다. 들물 때는 바다 생물들의 영역이었다가 날물 때는 철새들과 인간의 터가 되어, 팔천여년 동안 하루 두 번 소멸과 생성을 거듭해온다.

골든베이 코스에서 보는 근소만 갯벌은 묵 빛이었다가 은빛과 갈색으로, 밀물 어느 순간 선명한 옥색 바다로 변했다가, 노을 들 때는 황금빛으로 물들기도 한다.  


마운틴코스에서 보는 근소만 갯벌


산줄기의 힘

골든베이를 품은 지령산(220m)은 한반도의 태안반도 서쪽 끝 새끼 반도의 구릉이다. 작은 언덕 같지만 산줄기로 보면 백두대간의 속리산에서 벋어 나온 줄기가 금북정맥으로 면면히 이어지다가 서해를 만나 장려한 흐름을 맺는 곳이다.

이 산줄기는 태안반도의 구석구석 끝까지 갈래갈래 뻗어 리아스식 해안의 절경을 빚어낸 땅 흐름이다. 태안반도 일대에 분포하는 장대한 소나무 숲들은 이러한 땅의 특질 속에서 우거진 것이다. 산줄기의 뼈대인 화강암과 편마암이 억년 세월 심층 풍화된 자리에, 실핏줄 같은 물길들이 적당한 강수량을 받아내며 비옥한 토양을 이루었기에, 소나무를 비롯한 식물의 생장이 왕성하다.


특히 골든베이 터에 이어진 지령산은 먼 바다에서도 보일만큼 뚜렷하여, 그 아래 안흥항은 고려 때부터 중국 배들이 드나드는 해상관문이 되었다. 지금도 남아있는 안흥성이 그 흔적을 보여준다. 산줄기의 흐름이 바닷길로 이어진 것이다.       


오션코스 쪽의 바다


장소 자체가 독특한 장르

나는 이 골프장에서, 밀물과 썰물이 바람과 노을을 부르고 갯벌과 푸른 바다가 무시로 교차하며 밀려드는 생명력에 압도되며 가슴이 뜨거워진다.

아니카 소렌스탐의 코스 설계 때문만은 아니겠다. 뻘(갯벌의 충청도 방언)은 뻘대로, 빛은 빛대로, 들쭉날쭉한 땅은 땅대로, 그 안에 숨 쉬는 생명들은 생명대로······ 이렇듯 강렬한 자리는 인간의 설계와 조성 기교를 넘어 선명한 본질 매력을 날것으로 드러낸다. 갯벌의 생명들은 썰물에 펄떡거리고 고깃배들은 밀물을 타고 돌아오며, 언덕을 걷는 사람은 노을에 젖어 운다.     


나는 이 골프코스가 시사이드코스(Seaside Course)나 링크스코스(Links Course) 등의 범주에 들려 하거나 그런 구분에 영향 받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바닷가 골프장, 곶과 만에 조성한 골프장은 많지만 이렇게 뚜렷한 개성을 지닌 자리, 장소 자체가 장르가 될 수 있는 입지의 골프장은 지극히 귀하지 않겠나.          


코스의 특성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 동안 이 골프장 밸리코스-오션코스에서 ‘KLPGA 한화금융클래식’ 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는 우리나라 대회 중 최고 상금을 내걸었으며 해외 유명선수들을 초청 선수로 부르기도 했다. 최나연, 유소연, 김세영, 김효주, 노무라 하루, 박성현 선수가 우승했는데 모두 그해 최고의 기량을 공인받던 이들이었다.      


한화금융클래식대회 코스 - ‘최초의 메이저 대회 급 세팅

이 대회 우승자들은 모두 미국에 건너가 LPGA 무대에서 활약하였으며,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하게 된다. 그들이 세계무대에 데뷔해서 곧바로 뚜렷한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화금융클래식 대회에서 이 코스를 경험한 덕이 있다는 후일담도 들린다. 'LPGA 메이저 대회 급’으로 세팅된 코스의 변별력을 체험함으로써 미리 적응력을 갖출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우승 성적(4라운드 합계)을 보면 이렇다. 2016년 박성현 282타(6언더파), 2015년 노무라하루 287타(1언더파), 2014년 김효주 283타(5언더파), 2013년 김세영 283타(5언더파), 2012년 유소연 279타(9언더파), 2011년 최나연 287타(1언더파).     


말 그대로 ‘메이저대회 급’으로 어려운 코스 세팅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스코어는 일반 골퍼들이 화이트티에서 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세팅에서 나온 것이다. 한화금융클래식 대회에서 선수들은 오션코스-밸리코스의 화이트티 전장보다 500야드 이상 긴 코스에서 플레이 했다.

(대회를 치를 때는 페어웨이를 좁히고 러프를 길러 변별력을 더욱 높였다. 러프에 빠졌을 때 선수들은 평균 0.5타~0.7타 정도 잃게 되었다고 한다. 나도 한화금융클래식 대회 세팅 코스에서 플레이해 보았는데, 러프에 공이 들어가면 한 번에 탈출하기도 쉽지 않았다)       

   


2016년 대회에 초청선수로 출전한 제시카 코다(미국)는 “경관이 좋으면서도, 이렇게 페어웨이가 좁고 OB가 많은 코스는 처음이다. 정확한 샷 아니면 언더파를 치기 어렵다”고 했다.      


휴양지 코스와 토너먼트 코스의 경험

골든베이는 평상시에는 ‘휴양형 골프코스’ 성격으로 운영한다. 휴양지에 쉬러 왔으니 심신의 휴식을 취하며 편안하게 즐기라는 것이 휴양형 코스의 일반 특징이다. 스코어에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세팅한다.

오션코스-밸리코스의 평상시 화이트티 전장은 5,794야드, 블루티 6,342야드이다.(백티 6,980야드, 레이디티 4,835야드) 한화금융클래식 대회에서 선수들은 6,550야드 길이의 코스에서 플레이 한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오션코스 전경


자신의 실력에 맞추어 티를 선택하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숙박하며 라운드 하는 휴양지 코스이니 날마다 다른 티에서 쳐볼 수도 있겠다. 이곳에서 나와 함께 라운드 했던 지인은 첫날엔 화이트티에서 ‘짧고 편한 코스네요’라며 우쭐했는데, 다음 날 바람 불 때 블루티에서 ‘어제 그 코스 맞나요?’라고 칭얼대며 겸손해졌다.

사용하는 티에 따라 코스의 장해물들은 전혀 다른 성격으로 변한다. 며칠 묵으며 라운드 한다면 휴양지 코스와 토너먼트코스의 기분을 두루 느껴보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러프는 대회 때처럼 길지 않더라도) 바람 부는 날에 블루티에서 치면 난도가 훨씬 높아진다. 바닷가 바람은 아침저녁으로 다르고 들물과 날물 시간마다 변하며, 각 코스가 다른 바다를 향하고 있기에 저마다 다르게 분다.  


오션, 마운틴, 밸리 - 각 코스의 개성과 인상적인 홀들     


한화금융클래식 대회를 치른 오션코스와 밸리코스의 조합이 이 골프장을 대표하는 듯 여기는 이도 있으나, 전장은 마운틴코스가 3,659야드(3,342m)로 가장 길다. 오션코스에서 바다가 크고 푸르게 보이며, 밸리코스 9번 홀이 클럽하우스를 정면에서 보고 들어오는 ‘엔딩 시그니처 홀’의 모양이기에 오션-밸리 조합으로 대회를 치르게 된 듯하다. (마운틴코스에서 보는 근소만 갯벌 바다의 모습을 좋아하는 이들도 많다.)       

개장 당시 조감도


세 코스에서 각각 다른 풍광에서 다른 느낌으로 플레이하게 된다.


오션코스는 서해를 향해 시원하게 트인 언덕으로 진행한다. 바다를 향해 가다가 바다와 동행하기도 한다. 배를 타고 가듯 바다의 풍치를 즐기는 시사이드코스(Seaside Course)다.  

밸리코스는 이탈리아 중서부 투스카니 지역 영주의 장원(莊園)을 콘셉트로 지은 클럽하우스를 중심으로 이국 풍치의 목가적인 분위기에서 라운드한다.  

마운틴코스는 구릉 지형을 다이내믹하게 오르내리며 플레이한다. 마운틴코스라 이름 붙었지만 라운드 내내 근소만의 갯벌이 바다로 변하는 자연의 신비를 경험하게 된다.      


USGA(미국골프협회)의 ‘월드핸디캡시스템’ 규정에 따라 KGA(대한골프협회가) 측정한 골든베이의 코스레이팅을 보면 세 코스 중 밸리코스가 가장 어렵고 그 다음이 마운틴코스 오션코스 순이다.        


< 오션코스 이야기 >  

   

태안반도의 서해는 시간을 머금은 바다다. 밀물과 썰물, 떠나고 돌아오는 배와 황금빛 노을...... 3차원 공간의 골프코스를 라운드 하는 시간 동안 코스는 시시각각 4차원의 시공간으로 변한다. 세 코스 중 오션코스를 약간 짧게 만든 까닭은 이 시공간을 천천히 즐기라는 배려 아닌가 싶다. 바람의 변수, 햇빛의 방향을 감안해 설계한 코스이기도 하다. 플레이어 각자가 주인공이 되어 서해의 바다 언덕의 서사시를 써나가듯 라운드 할 수도 있겠다.      


오션코스 1번 파4 - 선수들이 가장 어려워한 홀

블랙티 372미터, 블루티 357미터, 화이트티 331미터, 레드티 265미터

오션코스 1번 파4 홀

이 홀은 KLPGA투어 선수들에게 ‘가장 어려운 홀’이었다. 2015년 KLPGA투어 통계에서 보면 그해 열린 모든 대회에서 선수들의 이 홀 평균타수가 (4.77타로)가장 높았다. 오르막에 357미터로 세팅되었으며, 왼쪽 비탈의 바위들과 오른쪽 낭떠러지를 피해 공을 페어웨이에 떨어뜨려야 하는 부담에 첫 티샷부터 가슴이 떨리게 된다.

골프코스의 스토리로 보면 서해로 떠나는 여행의 화려한 시작인데, 첫 홀부터 비거리와 정확성, 강심장과 두뇌플레이를 강렬하게 시험한다. 화이트티에서는 크게 어렵지 않으나 평상심을 지켜야 하는 홀이다.  

   

오션코스 2번 파3 - 짧은 홀이 더 어려운 역설

블랙티 149미터, 블루티 117미터, 화이트티 97미터, 레드티 78미터

오션코스 2번 파3 홀

벼랑 끝의 그린은 수평선에 이어져 바다와 경계가 없는 듯 보인다. 그린 뒤 뱃머리처럼 떠 있는 바위는 먼 바다를 그리워하는 태초의 거대 생물 같다. 그린 위에 올라가면 푸른 바다 건너 기다란 반도의 통개항과 작은 섬, 그 너머 먼 바다가 아스라하게 보인다.

바닷가에 이렇게 짧은 파3 홀이 있다면 십중팔구 바람이 많은 자리다. 짧은 채로 칠수록 공은 높이 떠서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이런 자리에서는 짧을 홀이 오히려 어려울 때가 많다. 2016년 한화금융클래식에서 우승한 박성현 선수는 마지막 라운드 이 홀에서, 오비를 한 뒤 더블보기를 했다. 그린 너머에 아주 작은 벙커가 있다. 거리 조절을 잘 하라는 뜻이다.   

  

오션코스 4번 파5 - 아일랜드 그린으로 도전

블랙티 532미터, 블루티 481미터, 화이트티 454미터, 레드티 412미터


오션코스 4번 파5 홀

내리막이라 실제 플레이 거리가 짧은 파5 홀이라 장타자는 투온에 도전할 수 있으나, 그린은 커다란 호수 너머 아일랜드 모양이다. 티잉 구역에서 전략을 세우고 문제지 풀 듯 공략해 나가야 하며 티샷 결과에 따라 세컨샷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 장타자에게 유리한 홀이지만 도전을 해야 보상이 있고 만용과 실수에는 응징이 있다. 이 코스의 핸디캡 1번 홀로 표시되어 있으나 레이업하여 자신 있는 거리의 어프로치를 선택한다면 자기 스코어를 지키기 어렵지 않다.     

 

오션코스 8번 파3 - 바다와 바람을 몸으로 느껴라

블랙티 212미터, 블루티 175미터, 화이트티 158미터, 레드티 123미터

오션코스 8번 파3 홀

서해를 바라보며 티샷하는 홀이다. 이곳의 바다에는 일직선이 없다. 건너편 기다란 파도리 반도 너머 낙조가 드는 바다의 장관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긴 파3 홀인데 바람을 타는 자리여서 본능적 감각과 아이언샷의 기량을 시험하는 홀이다. 거리에 부담을 느껴 샷에 힘이 들어가면 그린 왼쪽 벙커에 빠지기 쉽다.

그린 뒤편과 왼쪽의 나무들을 억제하고 바다 언덕에 그린이 떠있는 느낌을 낸다면, 더 아름다운 시그니처 홀이 될 수도 있겠다.     


< 밸리코스 이야기 >     


밸리코스는 나지막한 지령산의 구릉이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분지에 있다. 해발 65미터 높이의 클럽하우스에서 아늑하게 내려다보이는 코스로, 해발 30미터 낮은 지역까지 내려갔다가 호수와 구릉을 돌아 들어온다. 이태리 북서부 투스카니 지역의 장원 모양 클럽하우스와 언덕 곳곳에 노출된 풍화암 노두(露頭, 바위층이 드러난 부분)들이 이국적 풍치를 빚는다. 휴양지 산책길처럼 평화로운 풍광이지만 변별력은 상대적으로 높은 코스다. 편안하게 시작해서 계곡의 리듬을 타고 난이도가 점증한다.     

 

밸리코스 2번 파4 - 세 가지 전략 중 선택

블랙티 390미터, 블루티 342미터, 화이트티 294미터, 레드티 243미터

밸리코스 2번 파4 홀

어렵지 않은 이 홀은, 플레이어마다 다른 선택(세 가지 이상)으로 즐길 수 있다. 티샷에서 페어웨이 왼쪽의 벙커를 넘기면 좋은 각도에서 웨지샷 거리의 짧은 어프로치로 그린을 공략할 수 있다. 중급자는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티샷하면 숏아이언 또는 미들아이언 어프로치를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그린 오른 쪽의 가드벙커를 넘겨야 한다. 초급자 또는 단타자는 페어웨이 중앙으로 티샷을 보낸 후 그린 왼쪽 앞 공간으로 레이업 한 뒤 숏게임으로 홀에 접근할 수 있다. 도전과 보상, 전략적 선택 등 여러 경로를 만들어 놓은 홀이다. 자기 실력에 맞게 치면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다.      

             

밸리코스 3번 파3 - 투스카니 장원의 호수

블랙티 219미터, 블루티 192미터, 화이트티 166미터, 레드티 117미터

밸리코스 3번 파3 홀

티잉 구역 왼쪽부터 그린 끝까지 길게 이어진 호수가 있다. 홀을 정확하게 노리려면 비구선이 호수를 건너는 티샷을 해야 한다. 긴 거리와 그린에 바투 붙은 호수가 부담되는 파3 홀이며, 바람도 부는 자리이므로 클럽 선택과 공략 방향 등을 선명히 정하고 플레이해야 한다. 기량이 좋은 골퍼라면, 깃대가 꽂힌 위치에 따라 다른 기술의 샷을 시도할 것이다.  

그린 뒤 언덕의 투스카니 풍 클럽하우스가 커다란 호수와 잘 어울린다. 사진엽서 같은 이국적 풍광이다.     

밸리코스 7번 파4 - 티샷부터 홀인까지 신중하게

블랙티 348미터, 블루티 320미터, 화이트티 308미터, 레드티 221미터


밸리코스 7번 파4 홀

밸리코스 파4 홀 중에서 가장 짧은데 핸디캡 1번으로 변별력이 높은 홀이다. 티잉 구역 앞의 호수, 페어웨이 왼쪽과 오른쪽의 벙커가 좁혀놓은 랜딩 존, 오르막 2단 그린 등의 요소들이 홀 공략을 방어한다. 티잉구역 앞의 호수는 코스에 물을 대기 위한 것이기에 머리에서 지워버리면 플레이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티샷 랜딩 지점은 정확하게 설정하고 플레이해야 한다. 장타를 칠 수 있는 상급자는 왼쪽 두 개의 페어웨이 벙커를 넘기면 좋은 각도에서 짧은 어프로치를 할 수 있고, 초중급자 골퍼들은 페어웨이 넓은 쪽으로 우회하도록 만든 홀이다. 2단 그린이 상상력과 주의력을 요구하므로 퍼팅 마무리까지 신중해야 한다.     


밸리코스 9번 파5 - 골든베이 시그니처 홀

블랙티 590미터, 블루티 570미터, 화이트티 547미터, 레드티 479미터

밸리코스 9번 파5 홀

내리막이라 해도 매우 긴 파5 홀이다. 한화금융클래식 대회에서 최종라운드 마지막 홀 우승 경쟁이 벌어지던 장면을 기억하는 이도 많을 것이다. 김세영, 유소연 선수가 벌인 연장전 승부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정상급 프로선수들도 투온 하기 어렵고 일반 골퍼들은 쓰리온 하면 잘했다 싶은 길이다. 직선형 홀이지만 페어웨이 좌우에 지그재그 형으로 놓인 벙커들이 시각적으로 위협적이며, 페어웨이에는 굵직한 언듈레이션이 너울진다. 마지막 홀이라 승부의 변수가 많이 생기도록 장해요소들을 배치했다. 레이아웃을 미리 숙지하고 매 샷마다 전략적으로 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티잉 구역에서부터 그린에 이르기까지, 클럽하우스가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 그 너머 바다는 더욱 환상적이다.     


< 마운틴코스 이야기 >     


마운틴코스는 해발 30미터의 분지에서 110미터 높이의 구릉까지 오르내린다. 그러나 경사지역은 카트 이동로에 주로 배치하여 홀에서 큰 오르막을 느끼는 곳은 많지 않다.

나는 이 코스의 특징이 ‘마운틴’보다는 근소만의 드넓은 ‘갯벌바다’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령산 등성이를 오르내리는 플레이 속에서, 갯벌 바다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감상한다. 광활한 갯벌을 장엄하게 물들이는 노을은 이곳 말고 어느 다른 골프코스에도 보기 어려울 것이다. 플레이는 다이내믹하고 풍광은 독특한 4차원의 스펙트럼을 품은 코스다.

토너먼트가 열리지 않은 코스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고 매력도 덜 발견된 듯한데, 오히려 태안반도의 생명력이 약동하는 느낌이 강한 곳이다.      


마운틴코스 2번 파3 - 마스코트 아일랜드 홀

블랙티 156미터, 블루티 124미처, 화이트티 106미터, 레드티 92미터

마운틴코스 2번 파3 홀(옆 홀에서 찍은 모습. 실제 티잉 구역에서는 바다가 덜 보인다)

짧은 파3 홀이지만 그린이 가로 모양의 아일랜드 형이라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린 앞의 작은 벙커를 넘겨 그린에 떨어뜨리면 공이 굴러가 물에 빠질 수 있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PGA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열리는 TPC소그래스 스타디움코스의 유명한 17번 홀과 비슷한 변수가 생길 수도 있겠다.

골프장의 마스코스처럼 아일랜드 그린으로 만든 듯하다. 티잉 구역이 조금 더 높으면 바다 풍광까지 더 끌어안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운틴코스 6번 파4 - 갯벌 바다 가득히

블랙티 351미터, 블루티 327미터, 화이트티 305미터, 레드티 284미터

마운틴코스 6번 파4 홀

티잉 구역에서 시야 가득히 갯벌 바다가 펼쳐지는 홀이다. 편안한 내리막의 짧은 파4 홀이며 페어웨이도 넓은 편이라 부담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 그린이 2시 방향 타원이라 페이드샷으로 버디를 노려볼 만한 모양이다.         


마운틴코스 7번 파4 - 도전과 보상(Risk & Reward)

블랙티 359미터, 블루티 339미터, 화이트티 316미터, 레드티 245미터

마운틴코스 7번 파4 홀

이 코스의 ‘마운틴’ 이름값을 잘 드러내주는 파4 홀이다. 심한 오르막의 오른쪽 도그렉 형이며 페어웨이 오른쪽은 깊은 계곡이다. 플레이어마다 자기 비거리와 기량에 따라 티샷 낙하지점을 선택해야 한다. 장타자들은 그린 가까운 쪽으로 넘겨서 웨지샷 어프로치를 노릴 수 있는데 그 방향에는 지뢰밭 같은 벙커들이 있다. 영웅적 도전과 전략적 우회 가운데 선택을 요구하는 홀이다. 우회하더라도 길게 남지는 않는다. 다만, 이런 홀들은 도전 성공에 분명한 보상을 주기 위해 그린이 어렵기 마련이다.    

    

마운틴코스 9번 파5 - 이 홀이 떠올라 다시 가고 싶다.

블랙티 563미터, 블루티 539미터, 화이트티 514미터, 레드티 462미터

마운틴코스 9번 파5 홀

천혜의 자연과 인공의 코스, 휴양지의 평화로움이 유장하게 어울린 홀이다. 갯벌바다를 향해 질주하듯 넓게 뻗은 페어웨이를 향해 마음껏 티샷할 수 있지만, 더 좋은 결과를 위해는 오른쪽 페어웨이 벙커를 넘길 필요가 있다. 지그재그형 페어웨이를 잘 이해하고 샷 방향을 잡고 랜딩지점의 선택해야 한다.

이 홀 풍광은 아름답다. 그린 너머에 갯벌 바다가 아스라이 보이고 페어웨이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이국 정취의 클럽하우스가 있다. 그린 오른쪽의 바위는 흰색과 금색으로 반짝이며 인상적이다. 바위를 많이 가린 식물들의 생장을 억제하여 바위의 본 모습이 다 드러나도록 하면 더 아름다울 것이다.      


클럽하우스와 투스칸 빌리지


골프리조트 입구

한화그룹은 클럽하우스와 리조트 시설에 특히 많은 공을 들였다. 클럽하우스는 골프코스는 물론 이 지역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생각하며 지은 듯하다. 정산포 바다 앞길을 돌아들어와 마주하는 건축물들은 비현실적인 세계로 접어드는 듯한 환상을 자아낸다. 골프코스 쪽에서는 클럽하우스와 리조트 건물들이 웅장한 장원처럼 보이고, 정산포에서 들어가는 입구에서는 이탈리아의 아늑한 전원 마을처럼 느껴진다.



투스카니 지역의 대저택을 콘셉트로 한 건축물이라는데, 햇빛이 많이 드는 자리라서 잘 어울린다. 한화그룹 계열 플라자호텔이 담당하는 특급호텔 수준의 편의 시설과 식음 서비스를 갖추었다.        


클럽하우스 맞은편에는 투스칸 빌리지 리조트가 있다. 전 객실이 두 커플이 독립적으로 숙박할 수 있도록(거실을 사이에 두고 침실과 욕실이 독립 배치)한 ‘3-베이 투 마스터 룸’이다, 골프코스가 내려다보이는 발코니에 별도의 ‘아쿠아테라피 자쿠지’가 설치된 객실도 있다. 특급 호텔 스위트룸 수준의 시설이며 호텔식으로 운영된다.    

      


보석 같은 반도, 진주 같은 자리     


나는 태안과 제법 오래 정들었다. 내 아내는 태안반도 북쪽 버들잎처럼 가녀린 반도의 이북(현 이원면)에서 태어났다. 도시 학교의 교사로 부임한 아버지에 품에 안겨 생후 육 개월 만에 떠났으나 언제나 태안군 ‘이북’을 고향이라며 그리워한다. “할머니는 육이오 전쟁이 났는지도 몰랐대.” 라는 말을 실감할 만큼 외진 곳이다.  

    

처가의 애경사가 있을 때 나도 적잖이 태안을 찾았다. 처가 친척들이 살고 있는 태안반도의 바닷가와 골짜기 여러 곳을 (운전수 노릇을 하며)다녔다. 처음에는 세상에 이렇게 멀고 외진 곳이 있을까 싶을 만큼 길이 끝없고 지루했다. 서해대교와 고속도로가 생긴 뒤로는 두 시간 반 만에 도착할 만큼 가까워졌는데, 그래도 태안 바닷가는 굽이굽이 주름지고 길어서 지금 가도 멀게 느껴지는 곳이 많다. 못 가본 해안과 숲도 허다하다.     


태안반도의 해안은 1978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이자 유일한 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나는 그 의미를 잘 몰랐었다. 연포, 만리포 등 해수욕장 때문에 관광지가 되었거니 했다. 구불구불한 해안선과 드넓은 갯벌, 밀물과 썰물 같은 것들을 그저 굴 따고 조개, 낙지 잡는 시골 일상의 배경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정이 깊어졌나보다. 살펴보니 세상 어디에도 없이 귀한 장면들로 가득하구나 하는 생각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세계 5대 갯벌 또는 세계에 희귀한 리아스식 해안이니 하는 수식을 접어두고라도, 밀물과 썰물, 구불구불한 해안선의 곶과 만과 백사장들, 아슬아슬한 바닷가 벼랑마다 무성한 소나무 숲······ 검고 주름진 갯벌이 빛나는 바다로 변하고 그 위에 황금빛 낙조가 내려않는 기적······ 이렇듯 생명력 넘치고 다중적, 입체적, 시공간 예술적인 자연을 또 어디서 만나겠는가 싶은 마음이 점점 넘쳐나서, 나의 장인이신 한중주 선생님을 더욱 존경하게 되기도 했다.     


나는 태안반도가 옛날의 한적한 모습 그대로 지켜졌으면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세상에 그 값어치가 잘 알려져 세계적인 명소로 발전하였으면 하는 마음을 함께 갖는다.       


골든베이 골프장은 그런 마음에 더 각별하게 와 닿는다.

이 땅의 이야기와 가치는 백분의 일 천분지 일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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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한국의골프장이야기] 제3권 수록을 위한 소통용 초안입니다.

좀더 상세하게 보완한 뒤 책에 싣고자 합니다.

글로 적힌 생각과 표현들은, 인용 표시된 것 말고는, 지은이의 고유한 저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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