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심볼은 고단해 보인다. 성한 데 없는 그의 근골을 보듯 아픔이 전해온다.
타이거는 신화 속에서 걸어 나온 듯했다. 신화의 영웅은 불멸하는 신의 영혼이 필멸하는 인간의 육체에 갇혀 격동하는 존재다.
삼십여 년 동안, 골프 팬들은 승리의 여신(Nike)과 함께하는 신수(神獸) 호랑이의 서사에 열광했다.
‘부활한 영웅’의 신화를 완성한 사건이 2019년 마스터스 우승이었다. 불멸의 순간이었다.
나이키와 결별한 타이거가 선택한 선데이 레드의 로고 심볼은 아쉽다.
처음 공개됐을 때, 호랑이 화석을 디자인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의 영혼이 깃든 듯하던 타이거 전성기의 이미지, 또는 마스터스에서 부활하던 불멸의 순간 느낌을 담아낼 수 있었을 텐데......
이 심볼이, 타이거 우즈 스스로 다시 한번 (이 지친 몸으로) 부활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표상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옳지 않은 선택이다. 타이거의 신화는 이미 세계 골퍼들의 것이고, 그들의 마음에 남은 영웅의 ‘불멸의 순간’을 담아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브랜드 전략으로 그게 나을 뿐 아니라 타이거와 타이거 팬들에 대한 예의와 배려이기도 하다.
브랜드는 그에 관계된 많은 이들의 생계가 달린 것이기에 비판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기에 비판해야 할 때도 있다. 그게 지금이다.
(저는 브랜드 마케터로 오래 일했습니다. 그러니 못 참고 이런 글을 쓰고 있네요. 관계된 분들에게 송구합니다)
타이거 우즈가 스캔들에 이은 부상과 부진으로 세계 골프 미디어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때가 있었다. 그때 그가 부활을 말하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믿고 그런 글을 썼다. 지금은 그런 확신이 없지만 기원한다. 신화를 보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