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할머니의 치매일기-1

치매일기를 쓰기로 했다

치매 일기를 쓰기로 했다.

오늘이 그 첫날이다.

세면대에는 치약. 오일 클랜저. 클렌징폼.

세 개가 나란히 있는데 오늘 아침에 칫솔에 클렌징폼을 짰다.

화장을 하다가 내가 로션을 발랐나? 수분크림을 두 번 바르기도 한다.

이런 일들이 더 자주 일어나겠지? 그래서 나를 기록해 두기로 했다.

어떻게 내 치매가 진행이 되어가는지 차근차근 살피며 받아들이기로 했다.

억지로 밀어내면서 우울해지지 않기로.

치매를 알아차리면 우울해진다.

우리 엄마가 치매가 시작되었다는 걸 내가 처음 눈치를 챈 것은 TV에서 전광렬의 보험 CF를 보면서 엄마가 무심코 내뱉은 말 때문이었다.

"저 사람이 직업을 바꿨니? 원래 한의사였잖아?"

너무 웃겨서 깔깔거리고 언니한테 전화하면서 또 한바탕 웃고.

"엄마 그거 드라마지. 저 사람 텔런트야."

"하하. 농담이야. 나도 알아."

그런데... 함께 웃으며 재미있어하는 엄마의 표정에 살짝 우울이 비쳤다.

지금 생각해 보니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아니라 엄마가 애써 감추려던 치매의 진행을 남들이 알아차리는 낌새였던 것이다.

그리고 엄마는 엄마의 치매를 알아차릴 때마다 우울해했다.

나는 절대 우울해지지 않을 거야. 치매와 함께 갈 거거든.

치매는 모계 유전 요인이 많다고 한다.

엄마도 이모도 이른 나이에 치매가 시작되었었다.

암만 발버둥 쳐도 유전은 어쩔 수 없다.

엄마는 등산 수영 독서 통역봉사 (일본어) 등 활발하게 몸과 마음을 움직였지만 깜박깜박 찾아오는 필름 끊김 현상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다가 필름이 제대로 이어지는 시간보다 끊어진 시간이 많아졌고, 나중에는 뒤죽박죽 되었다.

이 기록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치매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떻게 나와 함께 살아가는지, 서로 보살피는 재미있는 기록이 되면, 그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된다.

나의 치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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