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할머니의 치매일기-2

예쁜 치매가 될 거야

내가 치매일지를 쓰기로 시작했다고 하니까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해주신다.


병원에서 치매진단받았어요?

음... 병원에서 정식으로 받은 건 아니고요. 자가 진단이에요. 나는 병이 나도 자가치유를 좋아하거든요.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아니까.


왜 치매라고 생각했어요?

남들이 눈치 못 채는데 자신만 알아차리는 단계가 있대요. 1-2단계라 그렇다네요. 내가 알아차려요. 깜박깜박한다는 걸.


다 그런 거 아니에요?

나는 달라요. 내 기억이 어느 정도였나 하면 한 달 스케줄이 내 머릿속에 빼곡했어요. '며칠!' 하면 '뭐!' 하고 톡 튀어나올 정도였죠.

그런데 이제는 전날 일도 다음날 일도 네이버 캘린더를 보지 않으면 불안해요. 내 머릿속 일정표가 흐릿하다니까요.


치매라고 지레 겁먹고 엄살 부리는 거 아니에요?

엄살 좀 부리면 어때요? 나도 가끔 '나 여기 있어' 그렇게 말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이건 엄살 아니에요. 왜 엄살을 부려요? 엄살은 내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거잖아요. 나 강해요. 혼자서도 잘해요.


그런데 왜 치매라고 선언해요?

치매는 약하거나 나쁜 게 아니거든요. 파킨슨병과 함께 살아가는 선배님이 있어요. "나 파킨슨이야" 남들에게 선언해요. 그리고 당당하고 행복하게 파킨슨병과 함께 오손도손 살아가요. 파킨슨병과 사이가 참 좋아요. 다투지 않아요. 예쁜 파킨슨 환자지요. 나도 그러고 싶어요. 예쁜 치매.


치매. 안녕?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나 예쁜 치매 만들어줘.


20240926%EF%BC%BF060453.jpg?type=w773

새벽에 책방냥이 그레가 창문에 올라와 밥 달라고 창문을 두드렸어요.

소리에 깨어 창밖에 비친 방안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아마 치매 심해졌을 때 내 뇌의 모습이 이런 상태가 아닐까?

안과 밖이 겹쳐 혼란스럽지만 안과 밖의 아름다움이 드문드문 보여요.

그걸 발견하면서 행복을 찾을 거예요.

작가의 이전글책방할머니의 치매일기-1